브랜드는 개인의 페르소나를 표현할 수 있는가?
수많은 브랜드가 지향하는 가장 큰 미션 중 하나는 고객 개성의 성공적인 표현일 것입니다. 개성 표현이라는 미션을 나이스 하게 달성한 힙한 브랜드도 있는 반면 대부분의 브랜드는 어정쩡한 모습으로 고객과 담을 쌓을 채 명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고객 개인의 페르소나를 대리(?) 만족시켜줄 만한 브랜드는 그만큼 소수입니다.
허나 브랜드로 꾸며진 이미지는 실제가 아닌 단지 고객의 공허한 믿음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브랜드 미션을 성공한 대부분의 브랜드도 사실 개인의 개성을 표출했다라기 보다, 고객에게 꾸며진 허황된 믿음을 가져다주고 있는 것이죠. 럭셔리 브랜드의 비합리적인 가격은 이러한 정서적 믿음에 근거하고 있습니다.
브랜드로 치장되고 과장된 개인의 모습은 자신의 페르소나와 동일하지 않습니다. 브랜드에 대한 근거 없는 소비와 선택은 결코 개인의 모습을 담아낼 수 없습니다. 샤넬백을 둘러맨 어린 초등학생의 모습에서 진정한 페르소나를 감지하긴 힘든일이죠.
취향이 유별난 사람들
제 주변에는 유독 취향이 유별난 사람이 많습니다. 옷은 물론, 시계, 안경, 넥타이 사용하는 모든 브랜드를 자신만의 색깔로 맞춰나가는 사람들입니다. 그들의 행동을 보면 매우 정갈하게 자신의 물품을 다듬어내는 장인의 모습과 같아 보입니다. 무튼 모든 물품에 통일된 그 분만의 취향과 정서가 담겨있는 듯한 느낌을 받곤 합니다.
또 그런 부분을 보면 브랜드는 충분히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고 어필할 수 있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다만 브랜드로써 취향을 표현해내는 것이 아닌 자신의 취향의 선을 만들어놓고 그에 준하는 브랜드를 수집한다랄까요?
취향이라는 모호한 개념을 구체적인 브랜드로 완성해내는 그들의 모습을 보면 어쩌면 브랜드로써 개인을 표현할 수 있다는 말은 합리적인 것 같습니다. 가지런한 취향의 일관된 고집을 통해 나름의 페르소나를 적립해가는 그분들의 모습을 보면 취향도 역량이다라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취향을 앞세우다 보면 럭셔리 브랜드는 겉치레가 아닌 멋으로 보이기 시작합니다.
취향에 대한 표식으로써의 브랜드
최근 불경기, 청년실업이 장기화되면서 소비시장에서는 합리적인 소비가 대두되었습니다. 무분별한 사치와 어중간한 고가의 브랜드를 구매하기보다 소비자는 이제 가성비와 가심비를 더 따지게 되었습니다. 특히 소비 시장이 성숙화 되면서 개인의 취향과 관련성이 적어 보이는 고가 브랜드에 대한 선호도가 크게 낮아졌습니다.
반면 소비자 개인의 취향에 대한 확신이 강해지면서 일상적으로 소비했던 작은 부분에서 럭셔리화와 패션화가 진행되고 있는 부분도 있습니다. 아주 작은 물품이더라도 자신의 취향을 담아낼 수 있다면 고가 브랜드가 될 수 있는 것입니다. 브랜드보다 개인의 취향이 우선시되면서 브랜드와 취향의 맞춤화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죠.
전자제품 인프라가 전무하던 발뮤다는 미니멀한 디자인과 소비자 니즈의 확실성을 통해 선풍기, 가습기, 토스터기, 전자 포트기의 소형 가전을 패션화 시켰습니다. 몰스킨은 다이어리를, 모노클은 잡지를, 블루보틀은 커피의 개념을 High-Brand로 변화시킴으로써 이전에는 조연이었던 Small product를 개인의 취향을 담아내는 Small luxury Brand로 변화시키는 데 성공했습니다.
잡지계의 샤넬, MONOCLE
그중 모노클의 사례는 인상적입니다. 책은 물론 신문과 잡지와 같은 인쇄매체는 가장 빠르게 쇠퇴되고 있는 사양산업입니다. 이미 전 세계의 많은 신문사와 잡지사는 사라지거나 통폐합이 진행되고 있죠. 더 암담한 것은 미래의 상황이 역시 희망이 없다는 것입니다. 그럼 종이 인쇄매체는 사라지게 되는 것일까요?
2007년 영국에서 창간한 모노클은 '기업가 정신'과 '도전'이라는 키워드에 맞춰 전 세계의 비즈니스, 디자인, 문화, 여행 등의 콘텐츠를 제작하는 글로벌 잡지사입니다. 톤 앤 메너가 확실한 콘텐츠와 고퀄리티의 사진 자료, 고급스러운 타이포그래피, 다른 매체에서는 얻기 힘든 고급 정보를 바탕으로 전 세계 20만 독자를 거느리고 있는 고 급지입니다.
모노클의 성공사례는 매우 희귀합니다. 종이매체의 '정보' 중심적 사고에서 디자인 중심적인 사고로 탈바꿈시킨 것이 주효했죠. 모노클만의 고급스러운 일러스트레이션과 타이포그래피, 정갈한 톤 앤 매너의 사진자료를 통해 생생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모노클은 모노클만의 스타일을 만드는데 집중했습니다.
잡지는 단순히 정보를 전달할 것인가? 모노클의 CEO이자 기획, 디자인을 아우르는 타일러 브륄레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잡지도 하나의 사치품이 될 수 있다. 타일러 브륄레는 "종이 잡지를 읽지 않는다면 당신이 뭘 보는지 남이 알 수 없다."라며 잡지의 개념을 사치품으로 승격시키고자 집중했습니다. 모노클만의 외골수 갖은 디자인과 스타일을 만들어내려고 노력했죠. 그 결과는 심플했습니다. 취향에 부합하는 독자들의 열광적인 반응.
(물론 모노클의 성공 메커니즘은 좀 더 복잡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추후 글에서 설명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취향을 담은 소소한 사치 브랜드
취향을 담아내는 브랜드의 미덕은 고급화입니다. 펜을 좋아하는 사람은 모나미 볼펜보다는 고급 만년필을 좋아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은 흔한 편의점 커피보다 정성껏 내려진 스페셜티 커피를 좋아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아무리 작은 부분이라도 그 부분이 취향을 담아낼 수 있다면 그 물건은 럭셔리화, 패션화가 가능합니다.
다시 돌아와서, 브랜드는 개인의 페르소나를 설명할 수 있는가? 정답은 Yes입니다. 무엇을 선택하든 기대감을 만들어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가 선택하면 왠지 고퀄일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감각이 아닙니다. 또 그 느낌을 통해 자신의 개성을 표현할 수 있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자신의 취향을 알아간다는 것은 자신만의 퍼스널 브랜드를 표현해낼 줄 안다는 말과 동일합니다. 개인의 개성을 브랜드를 통해 표현해나간다는 말이 브랜딩 성공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안다면, 취향에 대한 디테일한 인식은 기업 브랜딩의 큰 성공 요소가 될 것입니다.
작은 소비재의 영역에서 사치품(?)이 된 다양한 브랜드는 소비자의 취향에 대한 고집스러운 분석과 접근방식으로 변화에 성공했습니다. 취향을 담아낼 수 있다면 종이컵도 사치품이 될 수 있다.라는 게 개인적인 제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