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完]

완결

by 이월


‘공연 끝나고 받은 꽃 선물, 핸드폰 케이스, 과자…모두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었지.’


낯가림이 있는 동식이 김유나에게는 불편함을 크게 느끼지 못했던 것이 밝은 성격 때문이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김유나의 성격조차 본인의 원래 성격이 맞는지 확신할 수 없게 되었다. 편한 기분이 들었던 공간이 동식의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다는 듯이 눈이 달려서 쳐다보고 있는 불쾌한 기분이 들었다.


'내가 먹는 것들, 입는 것들은 어떻게 안 거야. 스토커인가? 설마 살인사건이랑도 연관 있는 건가?'


동식은 손바닥의 땀을 바지에 닦아 냈다. 통화를 마친 듯한 김유나가 방에서 나왔다.


"오라고는 했는데 얘네들 안 올 것 같아요. 어떡하죠. 오빠? 그냥 우리 집에서 저녁 먹고 갈래요? 부담스러우면 음식 싸 줄게요. 많이 해서 저 혼자 다 못 먹어요."


"아. 어. 난. 그..."


당황한 동식이 대답을 바로 못 하고 말을 버벅댔다. 김유나의 집에는 TV 소리만 나오기 시작했다. 동식을 바라보는 김유나가 전과 같이 느껴지지 않았다. 김유나의 눈에 지금 자신이 이상해 보일까 봐 긴장되기 시작했다.


"고민되나보다 깔깔. 오빠가 편한 건 집에 가서 쉬는 쪽이죠? 음식 싸 줄게요."


김유나의 웃음소리와 콧노래가 부엌으로 향했다. 집안에는 급하게 튼 TV에서 나오는 홈쇼핑 소리, 그녀의 노랫소리가 공간을 채웠다.


"아참. 맛이 밍밍할 수 있어요. 필요하면 간 좀 더 해서 드세요. 다 같이 먹을 때 취향에 맞게 따로 간 맞춰주려고 심심하게 만들었던 거라서요."


동식은 건강을 위해서 싱겁게 먹는 식습관을 가지고 있다. 이 사실을 알고 있는 건 우연일까. 이젠 우연이 아니라는 확신이 들었다.


"아. 응 고마워."


'스토커던 뭐가 되었던, 오늘 이후로 거리를 두면 되니깐 괜찮아. 우선 이 집을 나가자.'


김유나는 반찬통 여러 개를 채운 음식들을 쇼핑백에 담기 시작했고, 동식은 소파에 걸쳐놨던 재킷을 입었다.


"그래도 집들이 온 거였는데, 우리 집 구경 한번 돌고 가세요."


빨리 벗어나고 싶었지만, 그깟 집구경이야 얼마나 걸리겠는가. 급하게 발걸음을 돌리는 게 더 이상해 보일 있으니 동식은 알았다며 김유나를 따라갔다.


"짜란~ 여긴 내 옷방이자 서재! 공간을 잘 나눠놔서 뿌듯했어요"


"노트북 내 것이랑 똑같은 거 쓰네."


"오빠도 L사 노트북 써요?"


"응. 흰색으로."


"어머! 역시 L사는 흰색이죠! 통했네 우리~ 자, 다음 방~"


동식이 자신의 것과 비슷하다는 듯한 얘기를 하면 늘 이런 식의 밝은 대답이 돌아왔다. 해당 브랜드의 대표 상품이라서 골랐다던가, 집 인테리어가 비슷하면 한국 집 구조가 비슷해서 꾸미는 것도 다들 비슷하게 한다던가, 혹은 동식의 취향에 딱 맞는 물건을 선물 할 때는 팬이기 때문에 알고 있는 취향이라고 답했었다.


‘L사의 노트북은 흰색이 메인이긴 하지.’


노트북 외에도 사용하는 책상, 의자, 심지어 방석까지 동식과 같은 것 혹은 비슷한 제품들이었다.


‘우리 집에 와본 적도 없으면서 도대체 어떻게 안 거야.’


"두둥! 침실~"


"여긴 붙박이장도 있네."


"이 방 보고 여기 계약했어요. 부엌이랑 옷방이 좁아도 침실이 넓어서 좋았어요~"


영화 포스터가 들어있는 액자가 바닥에 내려져 있었다. 아마 집에 못 자국이 안 남게 하려고 액자를 벽에 걸지 않고 내려놓아서 장식한 것 같았다.


"이 영화 좋아하나 봐?"


동식은 영화 포스터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영화 ‘화차’의 포스터였는데, 배우가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는 상태로 찍은 포스터였다. 포스터 속 여자의 시선이 동식에게 무언가 말을 건넬 것 같았다.


"김민희 배우가 맨몸으로 신부 베일만 쓴 게 너무 예쁘게 나온 것 같아요. 좋아하는 영화이기도 하고요. 자 다음은 화장실~"


동식은 마지막 소개를 향해가는 김유나의 걸음을 뒤따라 걸었다. 둘이 떠난 김유나의 침실 방 한구석에는 남녀 레고 블록이 침대 옆 테이블에 서서 둘의 그림자를 배웅했다. 김유나는 화장실 겸 욕실을 구경하는 동식의 뒤에 서서 핸드폰 메모지를 켰다.


[ 오빠는 당황하면 TV를 켠다. ]


메모지의 스크롤은 끝을 모르고 내려갔다.



-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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