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합니다. 저는 개파였습니다. 사람들이 고양이파, 개파로 나뉘어 아웅다웅하는 과정을 보고 있으면 저는 주저 없이 강아지를 선택했습니다. 고양이에 대해서 잘 몰랐고, 집에는 갈색 토이푸들로 알고 같이 살았지만, 성견이 되니 살이 쪄서 토이황소가 된 하니라는 이름의 강아지가 있어서 강아지를 더 친근히 여겼습니다.
길고양이였던 아기 제이크가 우리 집에 들어온 후, 고양이를 몰랐던 저는 종종 별것도 아닌 일에 병원에 달려가곤 했습니다. 고양이 상태가 조금 이상하다 싶으면,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는 병원에 냅다 데려갔죠. 그럴 때면 수의사 선생님은 웃으며 별일 아니라며 진료비도 안 받고 돌려보내시곤 했습니다.
고양이 귀에도 때가 끼는데 까만색인 거 알고 계신가요. 처음엔 그게 피부병인 줄 알고 심각한 얼굴로 병원 진료실에 앉아 있었어요. 아기 고양이들은 크면서 눈 색이 변해요. 너무 신기하죠. 이 모든 것들이 강아지만 키워본 저에겐 너무 낯설었습니다.
이런 일들이 익숙해질 만큼의 시간이 지나 성묘가 되었을 때, 잠든 제이크의 모습이 귀여워서 이름을 불렀는데 꿈쩍도 하지 않았던 적이 있습니다. 평소 같으면 꼬리라도 흔들었을 텐데 아무 반응이 없어서 다시 한번 더 큰 목소리로 불러보고, 제이크의 몸을을 만졌는데도 움직이지 않아서 큰일이 났구나 싶었습니다. 그날은 주말 밤이어서 근처 병원은 닫았을 시간이라서 어디로 데려가야 하는지 막막하고 당황한 마음에 머리가 하얘져서 30분 같은 3초를 서 있다가, 일단 24시 동물병원을 검색하고 택시를 타자는 생각이 번쩍 들어서 옆방에서 잠바를 잡아채는 듯이 가져와 제이크를 안고 나가려는데 그 순간 제이크가 반쯤 뜬 눈으로 저를 멍하니 바라봤습니다. 평소와 같은 제이크의 모습을 보니 다리에 힘이 풀려서 주저앉았고 안도감에 눈물이 터졌습니다. 자고 일어났더니 갑자기 울고 있는 룸메이트 인간을 본 제이크는 당황스러웠겠죠, 본인은 그냥 아주 깊게 자고 있었을 뿐이니까요.
그렇게 마음 철렁한 순간도 있었고, 별일 아닌 일로 병원 대기실에 앉아 초조해했던 때도 있었어요. 아, 중성화 수술도 자주 가던 그 병원에서 받았어요. 길고양이라고 할인도 해주셨죠. 중성화하던 날에 마취 주사를 놓기 전, 주인이 직접 고양이를 잡으라고 하셨습니다. 이 작은 고양이가 나를 주인으로 인식할 정도의 신뢰 관계가 아직 만들어진 것 같지 않아서 속으로 ‘나보단 간호사님이 더 나을 텐데’ 생각했지만 바쁘게 돌아가는 진료실에서는 의사 선생님의 지시에 따라 재빨리 손을 보태야 했습니다.
그날 제이크의 발톱에 손등을 긁혔고, 말 그대로 피가 철철 나서 수의사 선생님이 저보다 더 당황하셨어요. 저는 손등의 상처보다 아이가 마취제를 맞아서 축 늘어진 것에 더 충격을 받았습니다. 수의사 선생님이 마취한 아이를 케이지에 넣을지, 안고 있을지를 물으셨는데, 저는 철제 케이지가 차가워 보여 안겠다고 했어요. 어릴 때 키우던 시츄의 마지막을 병원 케이지 안에서 봤던 기억도 그 선택에 영향을 줬겠죠.
고양이는 강아지처럼 탄탄한 근육이 아니라 물풍선처럼 늘어져 있어서, 품에 안고 있는 느낌도 너무 낯설었습니다. 내가 안고 있는 게 혹시 불편하지 않을까 걱정하며, 허벅지 위에 조심스레 눕히고 두 팔로 감싸 안았어요. 그런데 그렇게 축 늘어진 모습을 내려다보는 게, 마치 죽은 것처럼 보여서 눈물이 나오려는데 참으려 애썼습니다. 땅콩 수술을 위해서 마취한 건데 큰 수술을 한 것처럼 울고 있으면 누가 봐도 주책이잖아요. 그리고 얘랑 산 지 몇 달 안 되었을 때라고요. 울면 안되는 상황이라고 이성이 머리를 탁탁 쳐댔습니다. 몇 년 후 그 의사 선생님은 병원을 옮겼습니다. 작별 인사처럼 작은 선물을 드렸는데 우리 집 10분 거리에 계시던 선생님이 3분 거리로 이사 오셨더라고요. 민망합니다. 하지만 마음의 안심은 빵빵하게 채워졌더랬죠.
선생님에게 아직 말씀 못 드렸습니다. 제이크가 이제 없다고요. 제이크가 서울에 있는 부모님 집으로 이사를 하고 몇 년 동안 그 병원에 갈 일이 없었다가 오랜만에 간식을 사러 들렸던 적이 있는데, 제이크 이름을 기억하고 계시던 고마운 선생님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제이크 소식을 말씀드리고 싶었는데 아직은 제 마음과 가족들을 돌보고 있습니다. 제이크가 간 지 일주일 하고도 4시간이 지났네요. 감사한 마음을 표현하기에는 조금 더 용기를 모을 시간이 필요한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