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관문을 열면 바로 밖으로 이어지는 빌라의 1층에서 살던 때였습니다. 윗집에는 고양이를 키우는 지인 언니가 있었는데, 이상한 소리가 몇 시간째 나는 게 고양이 같다며 저를 불러냈습니다. 저는 고양이에게 관심도 애정도 없던 때라 고양이를 보기 위해서가 아니라, 언니가 걱정스럽게 방방 뛰는 발걸음에서 함께 도울 일이 있으면 손을 더하기 위해서 따라갔습니다. 언니가 “여기야” 하고 말하던 그 구석 어딘가에서, 원숭이 울음소리처럼 들리는 기묘한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아까깍, 까아악, 깍깍—.’ 건물 틈새 어딘가에서 새어 나오는 그 낯선 울음소리는 고양이라고 하기엔 너무 낯설고 거칠었습니다. 캣맘이었던 언니는 몇 시간 동안 지켜본 끝에 어미가 오지 않는 걸 확인했고, 이 아이는 버려진 고양이라고 단정 지었어요. 그러고는 본인의 집에서 고양이 밥과 물을 챙겨와 ‘집 앞’에 두었죠. 그 ‘집 앞’이란, 바로 1층에 살던 제 집 현관 근처였습니다. 울음소리가 저렇게 이상한 걸 보니, 쟤는 성대를 다쳤나 보다. 그래서 버림받은 걸지도 몰라. 언니는 그렇게 말했고, 저는 고양이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었기에, 반려묘를 키우고 있는 언니의 말을 의심 없이 믿었습니다.
‘노련한’ 캣맘 언니는 새끼 고양이가 밥을 먹을 수 있게끔, 우리가 살고 있는 빌라 쪽으로 조심스럽게 유도했고, 양몰이 하듯 쫓긴 고양이는 일회용 즉석밥 용기에 담긴 고양이용 통조림에 코를 박고 먹기 시작했습니다. 노란색 계열의 무늬였는데, 털이 마치 탈모인 것처럼 삐쭉 삐죽 나 있었고, 눈 주변에도 눈곱인지 진물인지가 가득해서 다친 것 같았어요. 저렇게 얼굴을 박고 먹으면 숨이 쉬어지기는 하나 싶어서 도와주고 싶었지만, ‘잔뜩 경계했으니, 건들이면 도망갈 것이다’라는 듯이 작은 뒷발이 빠져있어서 그냥 먹도록 놔두는 게 나을 것 같아 보고만 있었습니다. 급한 배를 다 채우고 주변을 살필 여력이 된 아기 고양이가 자신보다 몇 배는 큰 두 명의 인간이 흐뭇하게 웃고 있는 걸 보고는 놀란 눈을 하여 도망을 갔는데, 세상에나. 현관문을 열어놨던 우리 집으로 들어갔습니다. 집으로 쏙 들어가더니 현관문 입구에 있던 신발장에 몸을 숨겼어요. 문이 없는 오픈된 신발장이라서 정글짐처럼 느껴졌을 수도 있고, 신발들이 복잡하게 들어있었으니, 몸을 숨기기에 좋다고 생각했나 봅니다.
저는 당황했지만 ‘노련한’ 캣맘의 얼굴에는 고양이를 향한 걱정과 안타까움은 싹 사라지고 눈이 빛났습니다. 이 아이의 청결과 영양을 채울 수 있겠다는 힘찬 눈이었어요. 캣맘언니는 본격적으로 생을 불어넣을 준비에 바로 착수했습니다. 우리 집에서 더부살이를 시작한 새끼 고양이를 병원에 데려가고, 눈에 넣을 결막염 안약을 받아오고, 고양이가 우리 집에 익숙해질 수 있게 2~3일을 기다렸다가 목욕도 시키고, 고양이가 작아서 오븐 장갑에도 쏙 들어간다며 사진을 찍고, 언니의 친구들이 고양이 구경을 하기 위해 우리 집으로 모여들었을 때까지도 고양이는 저의 일이 아니었습니다. 새끼 고양이를 중심으로 둥글게 모여서 핸드폰 촬영을 연타로 누르며 꺅꺅 귀여워를 외치는 손님들을 보며 ‘저렇게 인기가 많으니, 입양은 금방 되겠군.’이라는 생각했죠. 얘는 미묘(美猫)라느니, 고양이들은 주인은 선택한다느니 하는 소리는 와닿지도 않는 말들이었습니다.
제이크라는 임시 이름이 붙은 이 아이의 가족들은 만난 적도 있습니다. 1층에 준비해 둔 고양이 급식소에 고양이를 잘 모르는 제가 봐도 너무 예쁘고, 환상 속 동물인 것처럼 우아한 느낌까지 드는 카오스 무늬의 어미 고양이와 제이크와 쌍둥이처럼 똑같이 생긴 새끼 고양이 몇 마리가 방문했었죠. 창문 너머로 제이크는 형제들을 바라봤고, 형제들도 제이크를 보고 있었습니다. 제이크를 데리고 나가서 고양이 급식소인 앞마당에 내려놓고 가족들을 만나게 해줬습니다. 어미가 제이크에게 다가가서 냄새를 맡아보는데 순간 어미 고양이가 제이크를 데려갈까 봐 제이크를 다시 안아 들었어요. 그때 저는 왜 그런 매정한 짓을 했을까요. ‘네가 버려놓고는 다시 데려갈 속셈이냐?’라며 확실하지 않은 사실로 어미의 역할을 빼앗아 버린 건 아닐까요. 저야말로 그 당시에는 책임지고 키울 각오도 없었으면서 다시 어미 품으로 가지 말라며 새끼를 안아 들었던 무책임한 이기심이 돌이켜봐도 이해가 가지 않는 행동입니다. 그 후 길에서 어미는 종종 보였는데 형제들은 출가한 건지 다시 오지 않았습니다. 그 집을 이사할 때가 되었을 때 제이크는 자연스레 제가 챙겨야 하는 것이 되었어요. ‘아깽이 시절이 지나면 입양되기 어렵다던데’라고 생각만 하다 보니 어느새 7년이 지나있던 때를 기억합니다. ‘얘를 키울 생각이 아니었는데’ 하고 정신 차려보니 제 침대에서 배를 드러낸 채 무방비하게 자는 제이크가 보였죠. 그렇게 집고양이가 된 제이크는 어릴 때 몸의 몇 배를 넘겨 쑥쑥 자라더니 뚱보 고양이가 되어있었습니다. 함께한 지 7년째 되던 날 새삼, 평생 가자고 생각하게 되었죠. 그리고 2년 후, 정말로 제이크 생의 끝을 함께 완주하게 되었습니다.
아참, 어릴 때 제이크의 이상한 울음소리는 성대를 다친 게 아니었습니다. <TV 동물농장>을 보니 어린 고양이 울음소리는 다 그렇던데 ‘노련한’ 캣맘 언니는 저의 측은지심을 자극할 생각이었나 봅니다. 제이크를 발견한 건 본인이면서 집에 안 데려가고 우리 집에서 둔 채로 보살핌을 도맡아 하던 것도 정이 들게 하려는 작전이었을지도 모릅니다. <반지의 제왕>의 골룸처럼 털이 듬성듬성 삐쭉삐쭉 난 것도 영양실조니, 병이니 그런 게 아니라 새끼 고양이는 원래 그렇게 생겼더구먼요. 모르면 당하는 거고, 당해도 빼앗긴 건 없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