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초의 산부인과, Göbekli Tepe

<태초의 의사들> Chapter. 1

by 이원길

고대 원시 인류는 오로지 조상으로부터 구전으로 전해지는 지혜에 의존해 살아가야 했다. 그 지혜는 어떻게 하면 변화 무쌍한 자연 환경으로부터 연약하기 짝이 없는 신체를 보호할 수 있고, 어떻게 먹어야 배탈이 나지 않고, 또 중독되어 죽지 않을 지에 관한 내용이었다. 하지만 언젠가 도래하고 마는 죽음은 그들의 조상들도 도저히 알려줄 수 없는 미지의 영역이었다.


튀르키에 남부 우르파 인근 해발 760m에 있는 괴베클리 테페(Göbekli Tepe)는 튀르키에 어로 배불뚝이 언덕이라는 뜻이다. 이 언덕에는 기원전 9,000년 이상된 석기 시대의 고대 유적지가 있다. 오밀조밀하게 쌓인 돌담들이 겹겹이 원형을 이루고 있고, 그 원형의 통로를 따라 T자형 돌기둥이 나란히 줄 서서 배치되어 있는데 그 중심부에는 거대한 T자형 돌기둥 2개가 마주하는 형태를 띄고 있다. 10톤이 넘는 무게의 석판 벽과 최대 높이 5.5m에 이르는 T자형태의 돌 기둥이 2백개 이상 늘어선 매우 큰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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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베클리 테페의 두개골 영웅들은 특히 사냥에 있어 탁월했던 것으로 보인다. 당대 많은 사냥꾼들이 이 곳을 방문했다. 사원 주변에서 발견되는 수많은 종류의 사냥 도구들에 쓰여진 흑요석과 같은 재료들은 반경 500km거리에서나 찾을 수 있는 소재들이었다. 석기 시대인들의 종교적 성지였던 셈이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다 보니, 축제(또는 예식)가 빠질 수 없었을 터다. 이곳에서는 수시로 축제(또는 예식)를 준비했던 흔적도 있다. 제사를 지낸 후 제사 음식을 나눠 먹었던 것처럼 수많은 동물뼈들이 매장되어 있었는데 대부분 멧돼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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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와 같은 거대 구조물을 건설하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많은 인간의 희생이 요구됐다. 이 시기 많은 신석기인들에게서 크고 무거운 물건을 자주 들고 운반했을 때 발생했을 것으로 보이는 골관절염 흔적과 큰 암석을 장시간 끌었을 때 발행하는 척추의 미세골절, 분리증의 흔적들은 석기 시대라고 마냥 평화롭기만한 시대는 아니었음을 말해준다. 사원이자 병원을 만들기 위해 병을 얻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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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디 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맹수들은 끊임없이 우리들의 캠프를 위협하고 예측할 수 없는 자연의 변화는 보이지 않는 절대 존재를 더욱 갈망케 한다. 불 마저 없었다면 진작에 우린 모두 죽어 사라졌을 터, 내일 다시 해가 뜨면 건장한 남자들은 낚시와 사냥을 떠나고 여자들은 과일과 곡식들을 모으고 손이 좋은 노인들은 새로운 사냥 장비를 개발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 거대하고 신비한 자연 앞에 한없이 나약한 존재다. 우리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우리를 존재케 하는 존재는 왜 우리를 이 곳에 존재케 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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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렵, 채집 떠돌이 생활을 하며 하루 하루 맹수와 싸움을 벌이기도 바빴을 그들에게 무려 10톤이 넘는 거대한 구조물을 함께 건조했던 강력한 종교적 유대감은 그들에게 죽음 너머의 절대자에 대한 갈망이 얼마나 컸는지를 짐작케 한다.


독일의 철학자 노발리스는 존재에 관한 인간의 끊임없는 절대자에 대한 탐구 본능에 관해 이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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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런치 진출 기념해 앞으로 지난 3월 11일 출간된 <태초의 의사들> 책 내용을 나눠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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