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초의 의사들> Chapter 2.
브런치가 아직 익숙치 않아 발행 과정에서 브런치북에 엮지 못하고, 일반 발행을 하는 실수가 있었습니다. 실수를 바로 잡아 브런치북 목차에 맞도록 재조정해 발행합니다.
매장 상태로 발견되는 신석기 시대 유해의 대부분의 연령은 40세였다. 당시 많은 어린 산모들은 출산 중에 적절한 조치를 받지 못해 사망했다. 설령 운 좋게 태어났다고 해도 그 아이들 중 절반 이상의 영유아들이 4세 이전에 사망했다. 장수하지 못하고 사망한 당시 사람들의 75%는 탈수가 수반되는 설사가 포함된 감염에 의한 사망이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이렇듯 여러 가지로 가혹했던 환경과 극악의 유아기 생존률을 감안하면 석기 시대인들의 평균 수명은 25세 ~ 30세 정도 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신석기인들은 사냥 도구나 다양한 생활 용품에 Pitch를 접착제처럼 사용했다. 식물에서 채취한 수지를 씹어 사용하기 좋게 만들면 숙련된 공예가들에 의해 접착 용도로 활용됐다. 해당 현장에서 100개 이상의 Pitch 조각이 발견된 것으로 보아 해당 장소는 이와 같은 도구들을 제작하는 장소였을 것이다.
그렇다고 신석기인들의 치아 상태가 마냥 심각하기만 했던 상태는 아니었다. 2007년, 스위스 국립 방송은 베른 대학과 취리히 대학 교수진과 함께 라인강 유역에 석기 시대를 그대로 재현한 환경을 조성한 뒤 10명의 피험자를 대상으로 4주 동안의 관찰 실험을 진행했다. 피험자들은 ‘신석기 식단’을 제공 받으며 어느 누구도 치약이나 칫솔을 사용할 수 없다는 제약 조건이 있었다. 그들이 양치를 위해 사용할 수 있던 건 오로지 라인강 유역에서 발견하고 사용할 수 있는 천연 재료에 한해서였다.
13,000년전과 12,740년전 북부 이탈리아 Riparo Fredian 유적지에서 발견한 치아 화석에는 충치에 감염된 치아내 조직을 닦아내고 긁어낸 뒤 역청으로 떼우는 작업까지 한 흔적이 있다. 역청이 주로 석기 시대 무기들을 손잡이와 연결하는 접착제 역할을 했던 것을 감안하면 태초의 치과 의사들은 치아를 메우는 데 있어 당시에 동원 가능한 최고의 소재를 사용했던 셈이다.
이와 같이 구멍을 뚫은 치아에 충전재를 넣은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지만 천공 주변에 마모된 흔적이 있는 것으로 보아 특정한 충전재를 사용해 고통 없이 씹는 행위를 지속할 수 있게 조치 했던 것으로 추측된다.
치과는 오늘날 마취를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질겁하고 싫어하는 치료 분야다. 마취는 생각조차 할 수 없던 시대, 이들의 치료 과정은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아마도 사지를 묶는 것으로 모자라 많은 인원들이 팔 다리를 붙들어 매고 있었을 터다. 석션 같은 장비는 있었을 리 만무하니, 치료 과정 중에 발생하는 출혈은 쉴새 없이 목구멍을 넘어가다 못해 피로 가글을 하고 있는 상황이 전개됐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9명의 시민들은 당장의 치통을 끝장내기 위해 공포의 치과 치료에 몸을 맡겼다. 그래도 태초의 치과 의사들은 자신 있었을 것이다. 치아보다 더 작고 정교한 보석을 세공하던 보석 세공사가 본업이었을테니 말이다. 쉴새 없이 내지르는 환자의 비명 속에 부싯돌 드릴 헤드를 들고 땀 흘리며 중얼 거렸을 태초의 치과 의사를 상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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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런치 진출 기념해 앞으로 지난 3월 11일 출간된 <태초의 의사들> 책 내용을 나눠 매주 월,목에 연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