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JR 치쿠히선
그봄 고등학교
미술시간
유채밭 아래
삼삼오오
우린 살아있는
풍경을 그리는
퍽 운이 좋았어
가슴으로 가슴으로
유채빛이 밀려오고
의식처럼 물감을
풀었지
영혼을 두드리는
규정할 수 없는 그빛을
-누구는 볕을
좇아 인상적으로
칠하기도 했다는데-
어떻게 캔버스에 붙잡을까
다만 느낌이 가장
차오르는 찰나
20호 굵은 붓질로
노랑과 연두를
가득 버무려댔어
단발머리 찰랑이던
미술선생님이
내 유채밭에서
느낌을 건져올리셨지
어느 유채밭 기슭에서
느낌이란 게
맥락도 없이
이심전심하던 일이었어
이 사진이
처음 찾아오던 날도
그랬나봐
저기 창밖으로
느낌이, 느낌들이
점이 선이 되고
선이 면이 되고
부피와 겉넓이까지
출렁이며
시작이 또 끝이
그리 대수롭냐며
너에게로
흐르는 것이었어
2018년 3월 18일 이원일 찍고
2018년 4월 3일 이은경 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