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데라토>
해 질 녘이면 언제나 부드럽게 몽마르트 언덕을 감싸오던 햇살. 하루 일과를 마치면 언제나 이 찬란함 속에서 언덕을 하염없이 거닐곤 했다. 이 순간만큼은 마치 햇살에 마비되기라도 한 것처럼 나를 지치게 했던 감정들은 무뎌지고 소소한 행복이라 부를 수 있는 무언가가 샘솟곤 했다.
그 멋진 순간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림자는 마치 찬란함에 녹아내린 것처럼 늘어질 대로 늘어져 있고, 공중에 떠있는 꽃가루와 티끌은 시간이 멈춘 것처럼 제자리에서 부유하고 있었다. 낯선 행인들은 동공의 깊이, 살결과 솜털, 그리고 머릿결 한올마저 세세하게 부각될 만큼의 후광을 등에 지고 다녔다. 마치 고귀한 성인들이 모두 몽마르트에 모인 것만 같았다고나 할까. 그뿐만 아니라 모든 식물들과 사물들까지 전에 없던 생동력을 지니고 있었다.
나의 눈에 비친 해 질 녘의 몽마르트는 그러했다. 따스하게 비춰오다 잔인하게 하늘을 물들이곤 사라지던 해 질 녘의 찬란함. 그 시간을 굳이 측량했다면, 기껏해야 하루에 채 한 시간도 되지 않았을 것이다. 하나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을 만큼의 시간이었다. 기나긴 하루 중 스치듯 지나가던 해 질 녘의 행복.
그것은 마치 생의 어떤 비밀이 담긴 메타포처럼 느껴졌다. 돌아보면 지금까지 그러했다. 행복은 찰나의 순간이었다. 아버지와 함께했던, 어머니와 함께했던, 누이와 함께했던, 친구들과 함께했던, 그녀와 함께했던 그리고 홀로 세상과 마주했던 순간들. 앞으로 맞다닥뜨릴 나의 '생'에도 딱 그만큼의 행복만이 기다리고 있는 것이 아닐까. 아니, 딱 그만큼만의 행복만이 있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