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의 빵집에는 심리학자가 있다
밤 열한시. 운동을 마치곤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갑자기 빵이 먹고 싶어졌다. 허나 시간이 시간인지라 열려있는 빵집이 없었다. 체념하고 가는 길, 불이 켜진 빵집을 발견했다. "영업하나요?" "네 이렇게 불도 켜놨는걸요." "시간이 늦어서 혹시나 했거든요." "제가 사장이라 닫고 싶을 때 닫아요." 여사장님은 넉살 좋게 나를 맞이했다.
나는 쟁반을 들고 빵을 담아 카운터로 가져갔다. "어머, 고른 빵들이 완전 여자빵이시네요." 빵에도 여성형 빵과 남성형 빵이 있는 걸까. 나는 궁금해 되물었다. "네? 그게 무슨 말이죠?" "이런 달콤하고 부드러운 빵들은 대개 여자들이 사 가거든요." 가만 보니 무의식적으로 고른 빵들은 모두 크림과 치즈 그리고 초콜릿이 든 빵이었다. "그럼 남자빵은 뭐예요?" "보통 남자들은 피자빵처럼 고기가 든 것들을 사 가지요."
그녀는 자신의 견해가 이십 년 동안 제빵업계에 종사하며 통계학적으로 분석한 결과라 꽤 믿을만하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그리고 덧붙였다. 이 늦은 시간 '여자빵'을 고르는 사람들은 대개 외로움을 느끼기 때문이라고. 나는 왠지 찝찝했다. 빵을 사러 왔다가 심리 분석을 당한 기분이었던 것이다. 누군가에게 분석 당하는 것은 그리 유쾌한 일이 아니다. 평소 상남자를 지향하던 내가 여자빵을 고르고 적적함을 느낀다니. 나는 서둘러 여자빵을 들곤 빵집을 빠져나왔다.
가히 그러했다. 나는 배가 고픈 것이 아니었다. 잔뜩 산 여자빵은 단 한개밖에 먹지 못했다. 나는 빵집 사장님에 대해 곱씹어보았다. 빵을 통해 사람을 분석하다니. 한 분야에 오랫동안 종사하는 전문가들은 이렇게 심리학자가 되는 것일까. 심리를 분석당한 것 같아 기분이 별로 좋진 않았지만, 오랜만에 인상 깊은 사람을 만난 기분이었다. 그래서였을까, 그날 일기장의 첫머리는 이렇게 시작된다. "우리동네의 빵집에는 심리학자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