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 관한 단상

by 이운진



▪︎책에 관한 단상斷想



내게서 책은 뗄 수 없는 무엇입니다.
첫째는 내가 책 읽기를 무척 좋아하기 때문이고,
두 번째는 내가 글을 쓰는 사람이기 때문이지요.
이런 이유들로 우리 집은 거실과 방 하나를 책꽂이가 차지했고 여기저기 책들이 널려 있습니다.
이북리더기에는 ebook이 또 수백 권.
그런데도 인터넷서점 카트에 매일매일 새 책을 쌓으면서
절대 책 욕심을 줄이지 못하고 있어요.

돌이켜보면 난 책 앞에선 몹시 허기진 사람과 같았어요.
며칠 굶어서 한 숟갈이라도 더 많이 더 빨리 먹으려드는 그런 사람처럼 책을 읽었습니다.
심지어 사람과의 만남이나 멋진 여행에 대한 동경보다 읽지 못한 책에 대한 갈증이 더 컸으니까요.

책은 내게 다른 사람들은 삶을 어떻게 살아가는지, 슬픔과 기쁨과 좌절감을 어떻게 다루는지 보여주는 창문이 되어 주었습니다. 사람에게 휘청거릴 때도 어김없이 책을 펼쳤구요. 눈앞의 걱정과 아픔과 온갖 것들을 잊은 채 책 속의 시간을 보내고 나면 희한하게 그것들에게 되돌아갈 힘이 생기곤 했답니다.
그래서 유명한 어느 작가는,
문학은 삶으로부터의 도피가 아니라 삶 속으로 들어가는 도피라는 말을 했을 거예요.
한 마디로, 그 두렵고 혼란스러운 삶에 나를 붙들어 준 것은 책이었다는 말이죠.

이즈음엔 책꽂이에 엉켜 있는 책들을 하나씩 펼쳐보며 다시 읽고 싶은 책들만 골라내는 중입니다.
전적으로 내 취향에 따른 선별이지만, 나 자신에게 얼마나 솔직한 질문을 하게 하는지가 책의 운명을 가르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러면서 한편으론 내가 쓴 글들은 과연 누군가의 책꽂이에서 끝까지 살아남을 수 있을까하고 속으로 걱정을 합니다. 그 무게를 안고 또 다음 책을 생각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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