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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우 Oct 11. 2023

목적 있는 만남, 목적 없는 만남

당신은 목적 없이 만날 수 있는 사람이 있나요

목적 없는 만남은 존재하는가?


소설가의 당찬 포부를 안고 상경을 한지도 어느덧 일 년이 넘었다. 가장 많이 바뀐 것은 주위 환경이었다. 지방에 있을 때보다 교류하는 사람들이 정말 셀 수 없이 많아졌다. 소설가인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도 많았고, 문인을 비롯한 다양한 예술가들과의 만남도 자주 생겼고, 사업을 하다 보니 일적으로 만나는 사람도 많아졌다.


서울에 살며 명함집을 만들었다. 한 번이라도 만나 이야기를 나눈 사람들의 명함을 간단한 코멘트와 함께 스크랩하고 있다. 그들에게 받은 인상을 간단하게 적는 정도이다. 1년의 서울 살이에 명함집은 어느새 두 권이 되었다. 최근 만남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가만 생각해 보니 새로이 교류하게 된 사람들 중 목적 없는 만남이 없었다. 만남은 그들이 내게 무언가를 원할 때, 내가 그들에게 무언가를 원할 때, 또는 우리의 목적이 궤를 같이할 때 만남이 이루어졌다.


사실 목적으로 인한 만남들이 무수한 거미줄처럼 엉켜있는 게 바로 세상이었다. 즉, 나의 명함집은 목적이 없으면 탄생할 수 없는 것이었다. 우리는 목적으로 맺어진 인연이었다.


목적의 도시, 서울에서 종종 자문해보곤 한다. 나를 목적 없이 ’그냥‘ 만나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을까. 나 또한 목적 없이 그냥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었나. 세상에 목적 없는 만남은 존재할까.


가만 생각해 보니 놀랍게도 목적이 기재하지 않는 만남은 존재했다. 그것은 우정과 사랑과 가족의 기반 위에서만 가능했다. 그들은 아무 목적이 없어도 무수한 만남이 가능한 존재들이었다. 사랑의 본질은 아름답게도 무목적성이었다.


목적으로 충만한 나의 삶에 무목적성을 띈 존재들을 떠올려본다. 지금이라도 당장 ‘그냥’ 만날 수 있고, ‘그냥’ 함께하는 존재들이다. ‘그냥’이라는 단어가 가진 의미도 살펴보면 무척이나 그들을 닮았다. “아무런 대가나 조건 또는 의미 따위가 없이”


어쩌면 우리는 목적으로 인해 살아가고, 무목적으로 존재하는 게 아닐까.



- 2023, 소설가의 서울살이 보고서




소설가 이우의 채널


-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leewoo.demian/

- 유튜브 https://www.youtube.com/@leewoolibr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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