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생활과 여야 갈등에 밀려 정책 보도는 뒷전
Ⅰ. 서론 : 주제 선정 이유와 문제의식
현대 민주주의에서 선거와 미디어는 운명 공동체다. 정치에 간접적으로나마 참여하기 위해서는 선거가 필요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미디어의 홍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미디어는 공론장을 형성하고, 이 과정에서 후보자와 유권자는 물론 유권자와 유권자가 연결된다. 미디어를 통해 후보자는 자기 PR의 기회를 가지고, 유권자는 후보자와 그 정책을 파악할 수 있다. 미디어가 점화하는 이슈는 후보자의 평가를 갈리게 한다.
그중에서도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의 가족사 보도에 주목하려고 한다. 최근 대두된 이재명 후보의 ‘조카 살인죄’ 사건과, 윤석열 후보의 ‘아내 학력위조’ 사건은 지지율에 영향을 주고 있다. 이 후보의 조카는 2006년 이별을 통보한 전 여자 친구와 그의 모친을 살해했는데, 이 후보가 사건의 변호를 맡은 것이 밝혀져 논란이 됐다. 윤 후보의 아내 김건희 씨의 학력위조 사건 역시 같은 맥락이다. 김씨가 교수 임용 지원에서 허위경력을 기재하고 수상내역을 부풀렸다는 의혹이 불거지며 큰 비판을 받았기 때문이다. 양측 후보 모두 논란을 인정하고 사과했으나, 이들을 비판하는 세력과 옹호하는 세력이 갈등하고 있다. 심지어 정당 내에서도, 상대 측 정당이 본인의 허물을 덮기 위해 해당 사건을 터뜨렸다는 의심이 퍼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 후보와 윤 후보의 가족사 보도는 한국사회 선거보도의 문제적 특징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다. 해당 사건들은 정책 검증보다는 사생활 검증에 치중하고, 양당 간 갈등이 뚜렷한 모습을 보인다, 이를 통해 발생하는 문제를 지적하고, 나아가 언론과 대중의 뉴스 소비 양상을 파악하기 위해 분석을 실시했다.
Ⅱ. 본론 : 보도 분석과 평가
분석에 앞서 선거 언론 보도 관련 규정을 소개하려고 한다. 2002년 언론 학회가 제정한 선거 보도 가이드 준칙에 따르면, 아래 11개 사항을 지킬 것을 말하고 있다. (유권자에게 심층적 정보 제공, 후보 공약과 정책 비교, 후보와 정책에 대한 사실 검증, 매체 간 상호비판, 선거의 의미 부각, 편파성의 극복, 흑색선전 비인용 및 비판적 검토, 추측성 보도와 주관적 보도 자제, 전략적 용어 사용 자제, 갈등을 자극하는 보도 지양, 비과학적 설명과 보도 지양 등)
후보의 가족사나 사생활 문제를 파고드는 것은 유권자에게 심층적 정보를 제공한다고는 볼 수 있지만, 후보 공약이나 정책 비교와는 무관하다. 그야말로 흑색선전을 인용하고 비판적 검토를 하지 못했으며, 갈등을 자극하는 보도라고 할 수 있다. 11개 중 적어도 3개의 항목을 위반한 것이다.
보다 정확한 분석을 위해 빅카인즈에 키워드 검색을 했다. 먼저 이 후보는 실명을 검색하되, △여배우 △김부선 △불륜 △형수 △욕설 △아들 △도박 △성매매 △윤석열 △김건희 등의 키워드를 제외했다. 이는 여배우와의 스캔들과 형수 욕설 파일 유포와 같은 이 후보의 사생활 문제를 빼고 보기 위해서다. 더불어 아들의 상습도박과 성매매 의혹은 가족사에 해당하지만. 아직 검증이 필요한 단계이기에 부득이하게 제외했다. 이밖에도 △부스터샷 △접종 △월정사 △매타버스 △마이클 샌델 △심상정 △이해찬 △유시민 △박영선 △유한기 △안민석 △조동연△계란 △고삼 등의 키워드도 제외했는데, 이 후보와 크게 상관없는 기사였기 때문이다.
2021년 11월 18일부터 2021년 12월 18일까지를 기준으로, 보수지인 중앙일보의 기사를 분석했다. 위에 명시한 키워드를 모두 제외하니 총 268건의 기사가 나왔다. 결과 내 재검색을 통해 ‘이재명 조카’와 ‘이재명 유족’, ‘이재명 살인’이라는 키워드를 입력하자 총 15건의 결과가 나왔다. 반면 ‘이재명 공약’과 ‘이재명 정책’이라는 키워드의 기사는 9건에 불과했다.
분석 결과, 단 한 건을 제외하고 모두 일화적 프레임을 채택한 스트레이트 기사였다. 퀄리티 저널리즘 대신 사건을 건조하게 보도하려는 객관주의적 저널리즘의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정보원이 대변인이나 이 후보 등 정치인에 한정하면서, 기울어진 운동장을 그대로 반영한 꼴이 됐다. 유족을 정보원으로 채택한 기사는 16건 중 단 4건에 불과했다. 그마저도 이 후보의 발언을 다수 채택함으로써 유족 A씨보다는 이 후보의 편을 드는 듯한 기사도 존재했다.
종합하자면, 중앙일보에는 이 후보에게 불리한 기사가 많은 편이었다. 보수언론의 특성상 진보정당을 비판하는 경향이 있으며, 특히 지지율이 높은 후보를 견제하고 있다고 느꼈다. 의외의 지점도 발견했는데, 이 후보가 여당임에도 그를 지지하는 듯한 기사를 작성한 것이다. 이를 보고 일반 개인과 권력을 등에 업은 정치인의 공방에서는, 중립을 지켜야 할 기자 또한 권력을 편을 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시에, 피해자와 가해자가 존재하는 명확한 범죄 사건에서 기자가 중립을 잃는 것이 얼마나 원통하고 무서운 일일지 생각해보게 됐다.
윤 후보 또한 실명을 검색하되, △이재명 △아들 △조카 △살인 등의 키워드를 제외했다. 이 후보와의 비교를 위해 윤 후보의 이름을 넣은 기사를 제외하기 위해서다. 이때 △장모 △개발특혜 등의 키워드도 제외했는데, 이것은 이 후보 아들과 마찬가지로 의혹에 불과할 뿐 사건 검증이 필요한 단계의 사건이기 때문이다. 이밖에도 △강사 △권오수 △고양이 △n번방 △엔번방 △성착취 △시드니 △권성동 △김영민 △윤우진 △종부세 △방용훈 △전두환 등의 키워드도 제외했는데, 윤 후보와 관련 없는 기사를 추리기 위해서였다.
2021년 11월 18일부터 2021년 12월 18일까지를 기준으로, 진보지인 한겨레신문의 기사를 분석했다. 위에 명시한 키워드를 모두 제외하니 총 121건의 기사가 나왔다. 결과 내 재검색을 통해 ‘윤석열 아내’와 ‘윤석열 부인, ’윤석열 김건희’라는 키워드를 입력하자 총 29건의 결과가 나왔다. 반면 ‘윤석열 공약’과 ‘윤석열 정책’이라는 키워드의 기사는 5건에 불과했다.
분석 결과, 두 건을 제외하고 모두 일화적 프레임을 채택한 스트레이트 기사였다(‘김건희 리스크 커지나…경력 “전체 허위는 아니”라는 윤석열, 국민의 힘 ‘배우자 포럼’ 추진…“새마을 부녀회냐” “김건희 등판 돕기” 기사 참고). 또 배우자로서의 위치가 눈에 띄게 두드러졌다. 이 후보 조카의 살인죄에 대한 기사는 15건이었던 반면에, 윤 후보 아내의 학력 위조 사건에 대한 기사는 29건이다. 학력 위조보다 살인죄가 훨씬 무거운 잘못임에도, 배우자로서의 위치 때문에 더욱 엄격한 잣대를 들이미는 것이다.
종합하자면, 한겨레신문은 의외로 보수적인 측면을 보였다. 특히 ‘학력 위조’라는 사건의 본질은 물론 이에 대응하는 김건희 씨의 태도를 노골적으로 보도함으로써, 의도적으로 ‘남편의 앞길을 막는 철없는 아내’ 프레임을 덧씌웠다. 진보지의 선두 주자임에도 이러한 편견이 답습되고 있음에 놀랐다. 이는 조응천 민주당 의원의 발언과 맥을 같이 한다. 조 의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배우자 검증은 선출직 본인 다음’이라며 ‘자녀는 그보다 조금 밑’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를 보며 구시대적 편견이 뉴스의 방향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한편 후보자 가족사가 폭로되는 현상을 두고, 일각에서는 여야 갈등이 진흙탕 싸움으로 번지고 있다는 우려도 있다. 기사에 따르면 여야는 ‘후보 가족 리스크’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음모론을 주고받고 있다.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민의힘 측이) 김건희 씨 사건을 덮기 위해 이 후보 아들 문제를 폭로했다고 의심했다. 이수정 국민의힘 공동선대위장 또한 (더불어민주당 측이) 대장동 사건을 무마하려 김건희 씨 사건을 수면 위로 드러낸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두 사람의 의견이 당의 의견을 대표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러한 의심을 주고받음으로써 논란에 불을 붙이고 있는 상황이다.
Ⅲ. 결론 : 분석을 통해 본 한국사회 저널리즘의 의의
예로부터 유력 후보자들은 자질에 대한 엄격한 검증을 거쳤다. 국민의 이해를 대변하는 중요한 자리인 만큼, 이는 필수 과정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오늘날 언론은 선을 넘고 있다. 선출직 본인을 넘어 가족사까지 파헤치고 헤집으며 도덕성 프레임을 들이대고 있기 때문이다. 잘못을 저지르면 벌을 받는 것은 진리지만, 정치인과 연예인 등 유명인에게 유독 그 잣대가 엄격하다는 생각이 든다.
수업 내용을 토대로 분석에 대한 결론을 서술하고자 한다. 한국사회 저널리즘은 후보자의 정책보다는 사생활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고, 그 과정에서 양당 간 갈등이 첨예하게 드러난다.
물론 대중이 사생활이나 가족사 등 일차원적 이슈에 몰리는 현상은 자연스럽다. 일반 대중의 입장에서, 윤 후보의 고문사주나 이 후보의 대장동 이슈를 완벽히 파악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비교적 쉬우면서도 자극적인 사생활 이슈에 주목하게 된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갈등이 단순화된다는 것이다. 대중의 관심이 후보자의 가족사에 몰리면서, 언론이 정책을 설명할 기회가 없어지고 있다. 이는 정책의 실효성을 알지 못하게끔 한다. 또한 정책 개선방안을 제시한 맥락도 파악하지 못함으로써, 현 상황에 대한 구조적 분석을 놓치게 된다.
또 양당 간 갈등이 뚜렷한 것은 갈등 상품화와 에코-챔버-필터 버블 효과로 설명할 수 있다. 언론의 뉴스 상품화 과정에서 집단 간 충돌은 뉴스의 흥미를 높인다. 이는 결과적으로 수익과 직결된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거대 양당 구조가 지배적인 경우, 극단적 지지자들을 등에 업게 된다. 결국 지지자들은 에코-챔버-필터 버블 효과를 겪게 되고, 반대편의 의견은 애초에 배제하게 된다. 이것은 나아가 보수지와 진보지로 대변되는 메이저 언론의 편파성을 부추기게 된다. 진영 논리에 입각한 뉴스 소비는 상대편을 깎아내리기 위한 가짜 뉴스로까지 이어지는 등 심각한 문제를 낳는다. 이번 분석에서는 이를 방지하기 위해 검증되지 않은 의혹은 다루지 않았다(이 후보의 아들을 둘러싼 논란은 아직 검증이 필요한 단계다). 후보자 본인이 사건을 인정하고 사과한 사건에 한정함으로써, 가짜뉴스를 배제한 정확한 분석을 하고자 했다.
정리하자면, 앞서 언급한 사생활 집중 현상과 여야 갈등을 포괄하는 문제가 있다. 미디어가 점화하는 이슈에 따라 판세가 극렬하게 바뀌는 현상이다. 사건이 하나씩 폭로될 때마다 지지율은 널을 뛰고, 언론은 지지율 변화를 앞다투어 보도한다. 사실 이것은 언론의 프레이밍 효과와 관련돼있다. 대중은 언론의 감시견 모델을 맹신하면서, 언론 보도가 사회 정의와 민주적 가치를 실현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감시견 모델에는 한계가 있다. 우리는 감시견 모델의 환상에서 벗어나 언론이 수익을 좇을 수밖에 없음을 인정해야 한다. 특히 한국 언론은 갈등을 제기할 뿐, 근본적인 문제해결까지는 하지 않음으로써 낮은 신뢰도를 가진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한마디로 우리는 언론의 이슈 제기에 휘둘리고 있지만, 그것을 모두 수용할 수 있는지는 오랜 시간을 두고 검토해야 한다.
2020.12 스물넷의 이진영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