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의 생일 무렵이었다. H를 알게 된 후 처음 맞는 생일이었기에, 특별한 선물을 하고 싶었다. 고민 끝에 시집을 엮어 선물하기로 했다. 서툰 감정의 시가 차곡차곡 쌓였다. 선물을 받아 든 H는 폭 팬 볼우물을 드러내며 웃었다. 그 웃음에 마음이 한껏 말랑해졌다.
칠 년이 지난 지금, 내가 사랑한 H는 없다. 내가 변해버린 H를 포기해 버렸기 때문이다. 그렇게 우리는 더 이상 아무 사이가 아니게 됐다. 끊긴 인연을 생각하는 게 무의미할 수도 있겠지만, 아직 가끔 H를 생각한다. H에게는 아깝지 않았던 모든 것. 내가 소중하게 내밀었던 예쁜 구절들을 떠올린다.
그래 너는 향 나는 나무 조각을 닮았었다. 내 기억 속의 너는, 향기롭게 웃지만 마냥 말랑하지만은 않은 사람이었다. 희지 않은 피부에 곧고 단단한 심지를 가진 너 / 그런 너와 함께하기엔 불같은 나. 우리는 그저 코끝에 스치는 향기로 끝나 버렸다.
그럼에도 너는 내게 영원토록 향 나는 나무 조각으로 기억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