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썩어갈 밥을 걱정하며 잠든 적이 있었다. 내가 죽으면 남겨질 것들이 아른거렸다. 아무도 모르게 눅눅하게 썩어갈 것들, 나와 나의 일용할 양식. 당시 내겐 하루하루가 버거웠다. 사람들은 내게 바라는 것이 많았고, 나는 그 모든 것을 충족시킬 자신이 없었다. 하루 두 끼 식사와 여섯 시간 수면이라는 소원조차 사치였다. 주어진 것을 모두 해내려 그에 반도 안 되는 것을 먹고 쉬며 살았다. 이런 상황에서 나는 서서히 병들었다. 아침에 눈을 뜨지 않기를 바라며 잠들고, 두려움 속에서 하루를 시작했다. 그렇게 반년을 보냈다.
농담조로 이야기하지만, 그 무렵의 기억이 전혀 없다. 당시 나는 혼은 빼고 몸뚱아리만 굴리며 살았다. 그렇게 두 개의 분야에서 성과를 거뒀다. 반년간의 사투 끝에 내게 주어진 것은 1등과 합격, 그리고 공허함이었다. 모든 게 끝나니 그제야 내 모습이 들어왔다. 어느새 몸무게가 사십 킬로대로 떨어져 있었다. 눈이 텅 비어 있었고, 숨을 참지 않아도 갈비뼈가 도드라졌다. 그러나 가장 바짝 말라 있던 것은 내 마음이었다
한 번 망가진 몸과 마음은 쉬이 나아지지 않는다. 의지와 개선 또한 있는 자들이 떠드는 속 편한 소리다. 꿈 많고 하고픈 것 천지던 청년은 없어져 버렸다. 마음도 몸도 바짝 마른 채 죽음을 바라는, 인간 같지도 않은 인간이 있을 뿐이다. 어느 순간 더는 견딜 수 없을 것 같은 지점이 다가온다. 그럴 때마다 검색창을 켠다. 그리고 검색한다. '자살 사망보험금'.
이 검색어 하나면 온갖 인간 군상을 볼 수 있다. 어떤 이는 예고 없이 소중한 사람을 잃었다. 또 어떤 이는 삶에 지쳐 먼 길을 떠나려 한다. 세상에 둘도 없이 아프고 지쳤을, 이들의 공통 관심사는 돈이다. 돈이란 무엇인가. 도대체 무엇이길래 인간의 슬픔과 피로 위에 군림하려 하는가.
자살 사망보험금, 일곱 글자를 두드렸을 힘없는 손가락들을 생각한다. 누군가는 떠나간 사람을 채 떠나보낼 여유도 없이, 긴 한숨이 달라붙었을 것이다. 또 다른 누군가는 남겨질 사람들에게 무어라도 쥐여주려 자신의 목숨값을 제 손으로 알아봤을 것이다. 갑작스러운 이별의 슬픔과, 세상에 대한 염증에 앞서 보험금을 알아보는 사람들. 그들의 심경이 어떠할지 감히 헤아릴 수조차 없다.
왠지 숙연해진 기분으로 휴대폰을 놓는다. 그리고 조금 더 살아봐야겠다고 다짐한다. 이 세상을 놓기에는, 내가 남겨두고 가는 것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나의 물건들, 나에 대한 사람들의 기억들, 그리고 돈에 관련된 온갖 서류까지. 죽지 않았을 때보다, 죽었을 때의 수고로움이 훨씬 더 크다. 그냥 죽어버리기에는, 내가 남겨두고 가는 모든 것에 이기적인 짓을 하는 것 같아 그만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