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스웨덴국립미술관 컬렉션 Review
일정이 없는 날에 들려오는 빗소리를 좋아한다. 이불을 덮고 침대 속에 파묻혀 있으면 포근한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창밖에서 아무리 궂은 비가 쏟아져 내리더라도 나는 안전하고 따뜻한 이곳에 있다. 조금은 이기적인 생각을 하며 집에 대한 사랑이 깊어진다.
이처럼 집은 자연 앞에서 무력한 개인에게 소중한 의미를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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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일까. 19세기 말, 눈이 많이 내리는 북유럽의 작가들에게 실내는 인기 있는 모티프로 부상하였다. 이 시기에 많은 예술가들이 촛불에 비친 동료를 그렸다. 실내에 드리운 희미한 빛의 표현은 공간을 더욱 아늑한 분위기로 만드는 동시에 북유럽 특유의 어두운 외부 경치를 강조하는 효과를 주었다.
그런 의미에서 위의 작품은 전형적이라고 할 수 있다. 밤이 지금만큼 선명하지 못하던 시절, 사람들은 조그만 등불 아래 모여 앉아 서로의 얼굴에 집중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 늦은 시간의 만찬은 낮의 식사만큼이나 즐거워 보인다. 오히려 어떤 아늑함까지 느껴질 정도다.
그리고 이 작품은 엄청난 크기를 자랑한다. 압도적인 사이즈 앞에 멈춰서서 한참이나 사람들의 표정을 관찰했던 기억이 난다. 그들의 표정 하나하나가 실감나게 다가왔다. 그림의 하단에 비워진 마지막 의자에 앉아서 만찬을 함께하는 듯한 착각이 들 만큼 사실적인 그림이었다.
그래서 북유럽의 어느 밤에 느껴지는 아늑함을 생생하게 전달받을 수 있었다.
밖의 날씨는 어둡고 춥지만 우리는 이렇게 모여있다. 어스름하고, 따듯하고, 온전하며 즐거운 이곳에서. 조금 어둡다는 사실이 대수였을 리 없다. 그들은 누구보다 행복한 시간을 보냈을 것이다.
물론 온전하게 혼자서 행복한 순간도 있다. 라우리츠 안데르센 링은 초록이 무성한 아침에 아내가 테이블에 앉아 신문을 읽고 있는 모습을 작품에 담았다.
그녀는 덴마크 일간지 '폴리티켄'을 읽으며 여유로운 아침을 즐기고 있다. 식탁 위에 놓인 식기들은 생활감을 드러내고, 왼쪽의 캐비닛에는 민속품으로 보이는 도자기와 공예품들이 진열되어 있다. 특히 이 도자기들은 아내의 아버지이자 도예가인 헤르만 아우구스트 케흘러의 작품이다.
이처럼 집은 '나'와 가장 밀접한 공간이다. 사연이 없는 물건이 없고, 손이 닿지 않은 장소가 없다. 그렇게 친숙한 공간에서 평범하고 여유로운 아침을 즐기는 모습 역시 우리에게 행복으로 다가온다.
그러니 집을 사랑하는 당신이라면 「스웨덴국립미술관 컬렉션」은 충분히 관람할 가치가 있다.
특히 칼 라르손의 작품 속에 담긴 인테리어는 유명한 가구회사인 '이케아'가 정신적 근본으로 삼을 만큼 의미 있다. 그리고 이번 전시에서는 칼 라르손의 작품을 직접 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스웨덴의 광활한 자연과 그 내면에 담긴 가족 간의 사랑, 그리고 아늑한 집을 보고 싶다면 마이아트뮤지엄에 방문해 보자. 스웨덴-대한민국 수교 65주년을 기념하여 개최되는 이 특별전시에서 79점의 명작을 보며 행복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 아트인사이트(https://www.artinsight.co.kr/)에서 티켓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