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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를 구매하세요, 고양이를 사듯이

[독립영화] 잔느 시그네 - 프리미엄 베이비 Review

by 지연

(스포일러가 포함된 리뷰 글입니다.)


아기를 갖는 것은 너무 좋아요, 아기는 정말 정말 귀엽잖아요. 아기가 있으면 인생이 바뀌어요. 골라요 프리미엄 베이비!


주어를 식기세척기나 로봇 청소기로 바꿔도 그리 이상하지 않다. 화면에서는 '아이'를 마치 상품처럼 광고하고 있다. 인류가 더 이상 아이를 출산하지 않고 구매하게 된 것이다. 인구 고령화에 맞서서 함께 싸우자는 결연한 문구가 덧붙여지지만, 유년기부터 기본적인 인권 교육을 받으며 성장하는 21세기 사람들에겐 아직 당황스러운 개념이다. 인간을 산다니.


"배변 훈련을 마친 두 살짜리 여자아이도 데려가실 수 있어요. 제일 잘 나가요!"


하지만 미소 띤 직원의 안내를 듣다 보면 데자뷰가 느껴진다. "더 작은 아이를 추천해요. 다루기가 쉽거든요." 이것들은 전부 펫샵에 가면 쉽게 들을 수 있는 표현들이 아닌가? 똑같이 생명을 사고파는 행위이지만, 그 대상이 인간 아기일 때 훨씬 큰 위화감을 느낀다는 사실을 깨달으니 조금 민망하기도 했다.



물론 고심하며 카탈로그를 넘기는 부부에게선 거리낌을 찾아볼 수 없다. 그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상품 448번 '쟝 아나톨'을 구매한다. 하지만 정작 품에 안은 아기가 울음을 멈추지 않자 노골적으로 인상을 찌푸린다. 아내는 주문을 취소해 달라며 우기기 시작한다. 곤란한 기색을 보이던 직원은 결국 '교환'을 제안하며 새로운 상품을 보여준다. 자급자족하는 제품. 세금도 공제되는 제품. 요상한 설명이 따라붙는다.


카탈로그 화면에서는 늙은 노인이 미소 지으며 손을 흔들고 있다. 영 내키지 않는 표정의 남편과는 달리 아내는 매우 기뻐한다. 결국 부부는 71세의 할아버지를 자식으로 입양한다. 전혀 예상치 못한 결말에 웃음이 터져 나왔지만 아주 먼 미래에는 말이 안 될 것도 없다고 생각하니 조금 오싹하다. 저출산과 고령화, 현재 진행 중인 사회 문제를 과장하여 마주하니 그 심각성을 체감하게 된다.



단 11분 39초의 시청을 통해 펫샵에 대한 기시감을 느끼고 저출산 고령화에 대한 문제를 고민해 볼 수 있었다. <프리미엄 베이비>는 아주 가성비가 좋은 단편영화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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