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공연

연말은 재즈와 함께

[공연] 최정수 타이니 오케스터 Sheets of Sound Review

by 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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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 보면 연말이 유달리 바빴던 기억이 없기는 하다만, 올해는 유독 그랬다. 친구와 크리스마스에 두바이 쫀득쿠키를 줄 서서 먹기로 약속했고, 그전에는 아빠 생일이 있었다. 눈에 띄는 12월의 이벤트는 이렇게 두 개였다. 평소 같으면 하루 종일 침대에서 넷플릭스나 보며 만족했겠지만 이번에는 어쩐지 허전한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고심 끝에 선택한 것이 바로 「최정수 타이니 오케스터 Sheets of Sound」 공연이다. 공연 날짜는 12월 31일로, 2025년의 마지막 밤을 장식하기에 완벽했다. 그렇게 부푼 마음을 안고 성수아트홀로 향했다.




재즈와 오케스트라가 만나면


한물간 두바이 초코와 그게 뭐였는지 잘 기억도 나지 않던 쫀득쿠키가 별안간 합쳐지더니 강력한 '두쫀쿠'가 되어서 돌아왔다. 에어팟만 한 크기의 작은 쿠키를 오픈런 해서 사 먹는 사람들이 한가득이다. 간식이 이렇게 체감될 정도로 붐을 일으킨 건 간만인 것 같아서 즐겁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다.


이처럼 서로 다른 장르가 합쳐졌을 때 폭발적인 시너지를 내는 경우가 있다. 이번 공연도 비슷한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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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수 타이니 오케스터.


제목에서부터 일반적인 재즈 공연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챌 수 있다. 작곡가 최정수와 국내 정상급 재즈 뮤지션 11인이 선사하는 것은 오케스트럴 재즈였다. 이는 클래식처럼 금관악기, 현악기, 목관악기 등이 모여서 재즈 특유의 즉흥성을 추구하는 장르를 말한다. 재즈의 리듬감과 오케스트라의 치밀함, 웅장함이 더해져서 더욱 밀도 있는 음악이 만들어진다.


보편적이지는 않은 도전이기에 현대에 들어서 새로 생겨난 장르인가 싶을 수도 있으나, 사실 1920년대부터 시도되었다. 100년 전, 뉴욕에서 플레처 헨더슨이나 듀크 엘링턴 등이 오케스트럴 재즈를 이끌며 포문을 열었던 것이다. 하지만 재즈와 클래식의 경계를 넘나드는 일이 쉽지만은 않기 때문에 명맥을 이으려는 사람들이 눈에 띄게 많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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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므로 최정수 타이니 오케스터에 더욱 주목할 만하다. 국내 정상급 재즈 뮤지션 11인과 작곡가 최정수는 현대적 사운드의 오케스트럴 재즈를 선보이며 해외 재즈씬에서 먼저 두각을 나타냈다. 2018년, 유럽의 세계적 음반사인 Challenge Records와 계약하여 "Tschuss Jazz Era"를 발표하자 재즈씬에서 큰 호응이 돌아왔다. 원곡을 완전히 해체하여 구조적으로 재구성하는 그들의 방식이 파격적이었기 때문이다. JTO만의 오리지널리티도 놓치지 않았다는 점이 특히나 큰 호평을 받았으며, 이러한 행보는 '편곡'이 아닌 '재작곡'이라는 표현으로 요약된다.


최정수 타이니 오케스터는 오리지널 곡을 편곡(Arrangement)하지 않고 태초부터 다시 재작곡(Re-composition)한다.




존 콜트레인과 나란히 걷다


이번 공연에서는 여러 재즈 거장들의 작품들을 재해석하였으며 그중에서도 '존 콜트레인'의 비중이 컸다. 공연명에 있는 'Sheets of Sound' 역시 1958년에 존 콜트레인이 선보인 앨범 「Soultrance」에서 처음 사용된 표현이다.


그는 미국의 전설적인 재즈 색소폰 연주자로, 2차대전 이후의 모던 재즈 신을 이야기할 때 빠트릴 수 없는 인물로 꼽힌다. 독특하고 밀도 높은 연주 방식으로 재즈신의 선구자로 자리 잡았으며 현시점에서는 콜트레인의 이름 자체가 재즈의 혁신과 깊이를 상징한다.


따라서 이번 공연은 안전하면서 동시에 위험한 선택이었다.


이미 충분한 사랑을 받은 곡들을 다시 꺼내는 것이므로, 원곡의 존재감 때문에 자칫 잘못하면 그저 그런 커버 공연이 될 수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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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최정수 타이니 오케스터는 보란 듯이 자신들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특히 개개인의 연주자들은 각자의 악기에 푹 빠졌으면서도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것을 잊지 않았다. 난생처음 보는 신선한 모습이었다. 조그만 오차도 용납되지 않는 오케스트라 악기들이 누구보다 자유롭게 연주되며 기타, 베이스, 드럼과 함께 한다는 사실이 그랬다. 알다시피, 각자의 무아지경이 모여서 하나가 되는 광경은 살면서 자주 보기 어렵다.


특히나 마지막 곡이었던 'Quasar(퀘이사)'는 공연의 주인공이 누구인지를 확실히 했다. 누군가의 작업물을 재작곡한 것이 아닌, 작곡가 최정수가 직접 만든 오리지널 음악이었다.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를 읽고 영감을 받아 완성한 곡으로 혼란 속에서 느껴지는 질서가 인상 깊게 다가왔다.


공연을 모두 감상하고 집으로 돌아온 지금은 확실하게 이야기할 수 있다. JTO는 존 콜트레인의 뒤를 따라가지 않았다. 그 누구의 뒤도 쫓아가지 않았으며 많은 거장들의 옆에서 나란히 걸어서 관객에게로 다가왔다.



어느 때보다 충만했던 연말


심심함을 해소하려고 찾았던 공연이 이만큼의 감동을 줄 것이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생각보다 더욱 즐거웠고, 다가오는 2026년을 맞이하기에 완벽했던 공연이었다. 올해에는 휘둘리지 않고 나만의 길을 걸으며 적당한 템포를 찾아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앞서 직접 방향을 정했었던 사람들이 자신들이 틀리지 않았다고 증명하는 것을 두 귀로 직접 확인하고 왔기 때문에.




* 아트인사이트(https://www.artinsight.co.kr/)에서 티켓을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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