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워킹 홀리데이?!
먼저 자위적自衛的인 생각을 중단하고 '나는 누구인가? 왜 그림을 그리는가? 지금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다시 생산적인 일을 해야 되는 것일까? 무작정 기다리는 대신 회사에 취직을 해보는 게 좋을까?' 같은 생각이 꼬리의 꼬리를 물었었고 나는 지쳐버린 무명의 삶에 분풀이라도 하듯 취업이라는 자가 진단을 내렸다. 취업의 기회는 어제와의 삶과는 다르게 비교적 쉽게 열렸고 나는 잠시 종이와 물감들을 마음속에 묻어두었다. 다시 직장이라는 선명한 프레임 안에 들어간 나는 여유와 안정을 찾는 듯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욕망을 억압하는 것은 잠시라는 것을 느꼈었다.
어느 날 회사 동료들과 휴가 이야기를 나누던 중 29살 첫 유럽 중에 내가 했던 생각이 떠올랐었다.
그림을 그리며 파리에서 여유롭게 살아보면 어떨까?
나는 그날 바로 인터넷 검색 창에 “프랑스 워킹 홀리데이”를 검색했었다. 9개월이라는 시간 안에 모든 것을 결정을 해야 하는 것이 내 첫 미션이었다. 호주와 영국 워킹 홀리데이를 고민하다 미루던 그때와는 다른 느낌이었다. 이상하게 평생 다시 오지 않을 기회라는 것이 느껴졌었고, 무엇보다 그곳에 가면 내가 고민하던 쓸모없는 것들에 대한 해방감을 느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나를 움직이게 만들었다.
나는 내 여름휴가를 미루고 미뤄 가을도 겨울도 아닌 11월로 확정 지어준 상사에게 곧 프랑스로 떠날 예정이며 회사를 그만두겠다고 통보를 했었다.
고생을 해봐야 배운다며 긍정도 부정도 아닌 부모님의 반응과는 달리 주변의 반응은 각양각색이었다. 결혼을 해야 될 나이에 철이 없구나. 여자가 겁도 없이 혼자서 외국에서 산다고? 1년으로 언어가 늘 것 같냐? 너는 영어도 잘 못하잖아. 그런데 프랑스? 몽상에 잠겨 현실을 못 보는 것이 아니냐? 내가 살아봤는데... 같은 조언을 배 터지게 얻어먹었었다. 이미 예상한 조언이었기도 하고, 외국에서 살아 보지 않거나 외국에서의 삶이 좋지 않았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귀담아듣기에는 내가 명확했었다.
한 가지 내 발목을 잡았던 것은 갑작스럽게 들어오던 일러스트 일들을 하면서 한국에 있어야 하는 것일까? 라며 잠시 행복한 고민을 했었지만 점점 확고해지는 나를 잡을 수 있는 것이 없음을 느낄 수 있었다.
나는 파리에서 지독한 고독과 외로움을 벗 삼아 그림을 그릴 것이고
나를 찾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