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 둘째가 생겼다.
지나간 시간은 그저 추억으로만 남는다. 하지만 나에게는 지나간 시간을 되돌려 주는 둘째가 생겼다. 첫째를 어린이집에 맡기고 일을 시작한 지 한 달 만이었다. 예전부터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이라 만족감이 컸다. 그 와중에 생긴 둘째 임신은 나에게 얼떨떨한 감정을 안겨 주었다.
임신을 확인 한 뒤부터 본격적인 입덧이 시작되었다. 첫째 때 입덧을 하면 둘째부터는 안 한다는 옛말은 어디로 갔는지. 계속 화장실을 오가며 토하느라 바빴다. 공기 냄새, 물 냄새 심지어 매일 덮는 이불마저도 냄새가 머리를 띵 하게
하였고, 곧장 화장실로 달려가 토를 했다. 첫째 임신 때도 입덧을 견뎌 냈으니 나는 나를 믿어 보기로 했다. 하지만 그 결심은 얼마 못 가고 입덧 약을 처방받아먹기로 했다.
입덧 약을 매일 먹다 보니 나는 늘 약에 취해 있었다. 늘 졸리고 나른하고 몸이 노곤노곤 쳐져 있었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을 하고 있었는데, 목소리에 자꾸 힘이 빠졌다. 그래도 나를 좋아하고 내 수업을 즐기는 아이들에게 고마웠다. 매일 사탕을 한가득 준비해 나눠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매일 내 손에 들려 있는 커피는 나의 버팀목이 되었다.
그토록 좋아하던 일을 그만두던 순간 아이들에게 작별 인사도 제대로 못한 게 늘 마음에 걸렸다. 그래서 둘째가 어린이집에 갈 때쯤엔 꼭 복귀하기로 약속을 하였다. 막상 일을 할 때는 점점 불러오는 배와 저조한 컨디션이 힘들었는데. 첫째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집에 있는 조용한 시간이 어색하기만 했다.
첫째가 어린이집에서 하원을 할 때가 되면 나는 뒤뚱뒤뚱 펭귄 걸음으로 마중 나갔다. 아이의 손을 잡고 동네 한 바퀴를 돈다. 그리고는 매일 말해주고 또 말해줬다.
“엄마 배 속에는 동생이 있어. 나중에 배 아야 해서 병원에 가면, 동생을 데리고 올 거야. 그때까지 아빠랑 잘 있어야 해. 우리 딸 잘할 수 있지? 사랑해요 내 딸”
매일 밤 첫째를 품에 안고 잤다. 배가 많이 나와 숨이 차고 힘들었다. 하지만 동생이 생기기 전 첫째와 나의 둘만의 시간을 소중히 여기고 싶었다. 배에 귀를 기울여 보기도 하고, 조잘조잘 이야기를 해보기도 한다. 그러다 아이가 실수로 배를 세게 눌릴 때는 혼내기도 하며 즐거운 저녁시간을 보냈다.
어느덧 제왕절개를 예약한 날짜가 어김없이 다가왔다.
두 번째 출산이라 그런지 무덤덤하게 병원에 갔다. 내가 병원에 있는 동안에 엄마를 보고 싶어 할 첫째가 자꾸만 마음에 아른거렸다. 둘째가 태어나고 병원에서 회복을 하는 내내 첫째 아이만 머릿속에 맴돌았다. 병원에는 면회가 되지 않기 때문에 영상통화로만 밝은 모습을 확인하였다.
엄마를 전혀 찾지도 않고 잘 논다는 남편의 말에 서운하기도, 고맙기도 했다. 산후조리원에서 지내는 동안에도 첫째가 보고 싶고 눈앞에 아른거렸다.
매일 밤 내 품에 안겨 자던 아이. 이제 집에 가면 둘째를 돌보느라 첫째에게 소홀해지면 어쩌나. 둘째를 안고 있으면 첫째가 질투하며 마음에 상처받으면 어쩌지?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지금도 아이에게 이렇게 말한다.
“너는 내 첫 번째 아기야. 엄마가 사랑하는 첫 번째 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