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가 되든 괜찮아 -6

06. 내나이 서른. 40평 아파트를 샀다

by 이예원

2017년 1월, 드디어 잔금을 치르고 처음으로 집을 샀다. 원래 살던 도심과는 많이 다른 곳이다. 우리가 살던 신혼집을 떠올려 보면 몇 가지 특징이 있었다. 집에서 5분만 걸어가면 대형 마트와 각종 편의시설이 있어 진정한 시티라이프를 즐길 수 있었다. 주말마다 남편의 손을 잡고 집 근처 맛집을 다니며 데이트하던 재미가 있었다.


그러나 창문을 열면 맞은편 건물의 사람과 종종 눈이 마주쳐 시선을 돌리거나 급히 창문을 닫기도 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매연이 많이 들어와 공기청정기 필터가 3개월 만에 까맣게 변하곤 했다. 막상 더 좋은 집으로 이사를 하게 되니 우리가 살던 집의 장단점이 복합적으로 떠오른다.


이사를 하게 될 집은 남편의 직장동료가 소개해 준 곳이었다. 해마다 봄에는 벚꽃이 가득 피고 옆에는 강물이 흐른다는 말에 우리는 당장 집을 보러 갔다. 한 번만에 우리는 계약서를 바로 썼다.


후회 없는 선택이었다. 대도시의 집값에 비하면 훨씬 저렴한 데다가 내 나이 30살에 40평대 아파트에 살 수 있다는 만족감이 컸다. 아이를 두 명 혹은 그 이상을 낳아도 각자 개인적인 공간을 가질 수 있다는 것 또한 큰 장점이다.


조용한 지방의 작은 도시. 발코니 창문을 열면 확 트인 강과 공원이 보인다.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 나온 사람,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 사람, 한가로이 뛰어다니는 고양이들. 바깥을 보기만 해도 마음이 확 트여 한번 보고 바로 결정한 집. 마음의 여유라는 게 다른데 있는 게 아니다. 그저 예쁜 풍경만 바라봐도 마음이 여유로워진다.


하지만 25년 된 아파트라 새로운 변신이 필요했다. 10~20년 전에 유행하던 굵직굵직한 나무 몰딩과 큼직한 나무 무늬의 장판. 노랗게 색이 바래고 곰팡이가 끼어있는 벽지. 금방이라도 찬바람이 샐 것 같은 오래된 알루미늄 새시.

이런 분위기에서 아이를 키우며 살 수는 없지. 그래서 토털 인테리어를 먼저 알아봤지만 40평대의 아파트라 비용이 만만치 않았다. 이미 우리는 이 집을 위해 모아 둔 돈을 총동원하고 대출을 겸했기 때문이었다.


리모델링이 필요하다. 카페느낌의 공간으로 꾸미고 싶다.


비용을 아끼면서 인테리어를 할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셀프 인테리어 관련 정보를 매일 샅샅이 검색해 보았다. TV에 방영되는 인테리어 관련 프로그램도 정말 열심히 봤다. 우리의 결론은 정해졌다.


‘오래 걸리더라도 셀프 인테리어를 하자’


출산 예정일이 한 달 정도밖에 남지 않은 시점에 우리는 셀프 인테리어를 시작했다.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찰 정도로 배가 많이 나오고 무거운 상태였다. 남편은 그런 내가 걱정되어 혼자 다 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남편 혼자서 다 감당하자니 진행속도가 더디게만 느껴졌다.

그래서 남편이 회사에서 일하는 동안 혼자 몰래 가서 벽지를 뜯었다. 마치 우렁각시처럼 말이다.


만삭의 임산부가 해냈지 말입니다.!!!


혹여나 벽지를 뜯다가 진통이 오면 바로 병원에 가려고 택시 승강장 위치까지 미리 알아 두었다. 아무도 없는 빈 집에서 조용히 벽지를 뜯으며 행복한 상상에 젖어들곤 했다.


그렇게 한 달 내내 벽지를 뜯고 폐기물을 모아 버리는 일은 계속되었다. 우리가 살 집이라고 생각하니 즐겁기만 했다.


벽지를 제거하고 퍼티 + 친환경 페인트를 바르는데 3개월이 걸렸다.

출산 후에도 남편은 아기가 많이 보고 싶을 텐데도 하루도 빠짐없이 인테리어를 하러 다녔다. 매일 퇴근 후에도, 주말에도, 틈만 나면 셀프 인테리어를 하러 갔었고, 매일 하얗게 먼지로 뒤덮인 모습으로 집에 왔다.


1월에 시작된 셀프 인테리어는 6월이 되어서야 완성되어갔다. 5개월 동안의 노력은 우리의 환한 보금자리가 되었다.

5년이 지난 지금도 그때의 기쁨과 설렘을 여전히 떠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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