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가 되든 괜찮아 -5

05. 신혼집을 떠나기로 한 이유

by 이예원

결혼을 하고 아기를 임신하면서 우리 부부에게 고민이 하나 생겼다. 살고 있는 집이 18평 남짓으로 아이를 키우기엔 너무 좁다고 느껴진 것이다. 게다가 엘리베이터가 없는 오래된 아파트의 5층이었다. 우리 둘만 살기에는 작은 집에서 꽁냥꽁냥 재밌게 살기 좋았다. 하지만 아이가 태어난다면 여러 가지 제약이 많을 거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신혼집이 작고 협소했지만 꿈을 키워가는 재미가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결정적으로 이사를 결심한 계기가 생겼다. 아래층 발코니 천장에서 물이 샌다고 하여 누수 공사를 해야 한다고 연락이 왔다. 집주인은 공사를 해야 하는데 언제 시간이 가능한지 물어보셨다.


맞벌이를 하던 우리 부부는 저녁 8시 이후 또는 주말에 가능하다고 답했다. 하지만 공사업체에서는 평일에만 작업이 가능하다고 했다. 이때부터 마찰이 생기기 시작했다.

집주인은 도어록 비밀번호를 요구했다. 비밀번호를 알려 주자니 뭔가 거부감이 들었다. 그래서 주말은 언제든 오셔도 좋다고 비밀번호는 알려드릴 수 없다고 양해를 구했다.


그렇게 전화통화를 한 다음날, 여느 때와 다름없이 퇴근 후 집으로 향했다. 거의 다 도착했을 때 얼른 밥 먹을 생각에 설레어 걸어가는 순간. 낯익은 70대 아주머니가 보였다. 집주인이었다. 집 앞에서 퇴근하고 오는 나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었다. 나를 보자마자 버럭 소리를 질렀다.


“뭐 훔쳐가기라도 할까 봐 비밀번호를 안 알려주나?

내가 내 집에 들어가겠다는데 네가 뭔데 안 알려주나?

확 쫓겨내야겠다 그냥!!!!!”


순간 내 귀를 의심했다. 내가 무슨 소릴 들은 거지? 뱃속의 아가는 못 들었기를 바랐다. 내가 대답하는 순간 싸움으로 번질 것 같아 일단 참고 생각했다.


집주인은 싸움닭처럼 나를 노려보며 씩씩 거리고 있었다.

만약 다투게 되면 임산부인 나와 아기에게 안 좋은 영향이

있지 않을까 두려운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은 채 잠시 생각 후 대답했다.


“남편이랑 다시 의논해 볼게요”

하고 집으로 들어갔다. 집주인과 다투지 않고 침착히 대답한 것은 정말 잘한 일이었다. 저녁을 먹고 나서 집주인에게 전화를 걸었다. 나에게 화를 내고 좀 머쓱했는지 좀 누그러들어있었다. 그래서 업체와 상의해서 주말에 공사를 하게

되었고, 우리는 이사를 가야 한다는 마음이 더욱 확고해졌다.


그 후 몇 달 동안 이사 갈 집을 알아보러 다녔다. 그동안 뱃속의 아가는 내 마음처럼 점점 커져만 갔다. 새로 이사 갈 집을 계약하고, 원래 살던 집의 새로운 세입자를 직접 구했다.

계약서 작성을 하려고 만난 집주인은 나를 보자마자 깜짝 놀라며 말했다.


“임신했었구나, 딸이야 아들이야?”

“딸이에요.”

“아들이 좋은데 아들을 낳아야지”


집주인은 또 한 번 내 귀를 의심하게 했다. 이제 이사 가면 안 볼 사람이니 그냥 참자. 내 감정을 허비하지 말자. 속으로 되새기며 차를 대접하고 웃으며 인사하고 마무리 지었다.


새로운 집에서 펼쳐질 우리의 미래가 내 마음에 더 크게 자리 잡았다. 어찌 보면 이렇게 더 좋은 집으로 이사하기 위해

필연적으로 집주인이 마음에 안 들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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