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 소녀
사춘기가 온 열일곱. 엄마는 나와의 약속을 종종 잊어버리는 사람이었습니다. 며칠 전부터 쉬는 날 속옷 사러 가야 한다며 약속을 해두었습니다. 분명 엄마와 나 둘이 가기로 한 약속. 당일에 엄마는 아빠까지 데리고 다 같이 시내로 나왔습니다. 저는 아빠 앞에서 생리대를 사는 것, 속옷을 고르는 게 창피하고 싫었습니다. 갈 때부터 제 입은 퉁퉁 나와있었고. 엄마에게 싫은 티를 내기도 했습니다. 엄마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한 두 마디 건넸을까요. 울며 겨자 먹기로 속옷가게에 도착을 했습니다. 그런 나를 살핀 것인지 아빠는 속옷가게 밖에서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불편해서 고르지도 못했습니다. 밖에서 서성이는 아빠를 발견한 가게 점원은 아버님 들어오셔도 된다며 난처하게 웃었습니다. 마음에 드는 속옷을 골랐는지 어땠는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저는 그때 말하지 못했습니다. '엄마, 나 아빠 앞에서 여성 물품 사기가 좀 그래. 그래서 엄마랑 둘이 가자고 한 거야. 내 마음을 무시했다는 생각이 들고 왜 그렇게 했냐고 물어보고 싶어.'
지금에서야 해보는 추측으로는 아빠 카드로 결제하는 것이 필요했을까. 다 지난 일이고 엄마는 기억조차 안 날 조각. 내 목소리 하나에도 기분을 알아차리는 엄마는 이럴 때 참 무딘 사람이었고 아빠는 섬세한 사람이었습니다. 이것은 기억 속 아주 평범한 경험. 10대의 기억은 드러내고 싶을 순간이 많았습니다. 박살난 가정 속의 경험들로 사랑에 대해 부정적인 사람이 되어있었고. 그것을 극복하고자 사랑을 찾아 나서기도 했습니다. 지금의 나의 계획 속에는 나를 잘 돌보는 일이 존재할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