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차
‘딴생각’
생각은 왜 그 자리에 멈춰있지 않고 자꾸 이동할까? 그 속도 또한 엄청 빠르다. 요즘에는 핸드폰이 거의 개인비서처럼 나의 모든 것을 관장한다. 무언가에 집중하다가 필요한 것이 생겨 핸드폰을 들고서는 내가 무엇을 하려고 했는지 까먹을 때가 많다. 더 심각한 건 내가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것조차도 까먹어서 뭘 하려고 했는지 생각을 해내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시간을 한참 보낸 후에야 아차차 하고 내가 보내버린 시간을 확인한다. 평소에는 그렇게까지 느끼지 못했지만 요즘은 하고 싶은 게 많아져서 자꾸 시계를 확인하는 탓에 더 그 문제점을 부각해서 느끼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문제가 생겼다. 차라리 일정이 딱 정해져 있고 엄청 빡빡한 것들이라면 더 정신을 바짝 차리고 하겠지만 시간을 조금은 유동성 있게 쓸 수 있는 나는 할 일들을 살짝 미루고서 내가 딴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조차 인식하지 못하고 그 늪에 빠져버린다. 그리고 그 늪에서 빠져나오고 싶지 않다. 차라리 티브이나 영상을 보는 거라면 더 잘 인식할 것 같은데 요즘은 무언가의 정보를 찾다가 그 정보의 늪으로 빠져버리는 양상이다. 무언가 채워지지 않는 내면의 공허함을 그런 걸로 채우고 싶어 하지 않나 싶다. 더 큰 문제는 현실성 없는 것에 뭔가 몰입이 돼서 잠을 빨리 깬다는 것도 문제다. 오늘 나의 잠은 3시간 정도 잔 것 같다. 월요일이라 직장에서도 힘들 것 같다는 느낌이 오는데도 왜 나는 이런 것일까?
딴생각을 하지 않고 하루의 할 일들을 성공적으로 마쳤을 때 그때의 감정이 그리워진다. 플래너를 펼쳐 들고 오늘의 할 일을 적었다. 종합소득세를 납부해야 해서 가상계좌를 발급받았는데 돈을 보내려고 할 때마다 가상계좌가 정상적이지 않다는 경고문만 띄운다. 체크리스트 하나를 지우고 싶었는데 지우지 못한 채 다른 할 일들을 해치운다. 오늘 책 내용 중 사색한 글이 있다. 무언가를 잘하고 싶다면 매일 그것을 하고 달력에 X자 표시를 하라는 것이었다. 그럼 성장의 속도는 어느 순간 가속도가 붙는다는 것. 오늘 나는 체크리스트를 꼭 다 지우고 달력에 X자를 그려볼 생각이다. 바쁘다는 말만 입으로 하고 사색한다는 핑계 삼아 딴짓을 한 벌이다. 달력을 관상용으로 두기보다는 빨간펜으로 물들여줄 테다. 오늘부터 딴생각하기 금지다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