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차
'이름'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은 점점 이름이 잊혀져 간다고 느껴진 적이 있다. 2년 전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 나에게 할아버지는 늘 '할아버지'로 불렸다. 장례식을 치르는 내내 할아버지의 이름패가 익숙하면서도 낯설어 종종 한참을 쳐다보았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엔 누가 할아버지의 이름을 불러줬을까?
아기가 태어나고 이름을 지어주고 나서는 우린 수없이 아이의 이름을 부른다. 이름에 반응하고 쳐다보면서 배시시 웃는 모습을 보고 싶어서. 오늘도 친구의 아이와 영상통화를 하며 몇 번을 불렀는지 모른다. 그런 아이들이 점점 자라고 아빠나 엄마로 불러지고 할아버지 할머니로 불러진다. 그래서 나이가 한 살, 두 살 들어가며 우린 이름이 잊혀져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