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 C.S.Lewis -

by 유진 Dec 25. 2018

'왜'에 대해 고민하기




SK리더십개발센터에 계시는 '김성준'님이 쓴 책을 재밌게 읽었다. 종종 인터넷에서 접하는 글이 늘 깊어서 동영상도 자주 찾아보고 블로그도 열심히 구독 중이다. '김성준'님이 페이스북에 최근,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일하는 방식과 문화를 비교 연구하는 도중 '왜냐고 묻지 않을 용기', 그리고 '왜냐고 물어야 할 때와 묻지 말아야 할 때를 구분할 줄 아는 지혜'에 대해 글을 남겨주셨다.


내 첫 직장은 좋은 선배들이 있는 곳이었지만, 공공기관이라는 조직의 어쩔 수 없는 특성상 '왜'에 대해 고민할 수 있는 기회가 적었다. '왜'에 대한 의문이 들더라도 푸념이나 불만으로 그치는 기분이었다. 그러다 보니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건방지게도, 내 일에서 '왜'를 찾기가 어렵다는 기분이 들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왜'를 고민하는 행위가 허용받지 못하는 기분이 들어 슬펐다.

 

그러다가 우연한 기회를 통해, 첫 직장에서 '내가 이 일을 왜 하고 있고 어떻게 일을 재미있게 할 수 있는지'에 대해 자문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그 과정들을 거치고 나니 내가 현재 몸담고 있는 곳에서 얻고 싶은 것, 얻을 수 있는 것, 내가 진짜 해보고 싶었던 것이 어느 정도 명확하게 정리가 되었다. 그곳을 갈망하고, 노력하고, 지원하고, 적응한 기간에 비해 꽤 빠르게 사직서를 제출할 수 있었다(?) (그 과정은 이 슬라이드에 자세히 담겨있다)


나의 역할과 나의 일에 대해 고민하고 반문하는 일은 스타트업 지원기관이었던 '스타트업얼라이언스'에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왜? 왜 해야 하지? 왜 그래야 하지? 왜 이걸 하고 있지? 나는 왜 이게 하고 싶지?'에 대해 파고들다가 결국은 2017년 가을 세 번째 직장으로 이직했다.  


그리고 2018년은 365일을 꼬박 스타트업에서 보냈다. 그렇다. 한 해가 가고 말았다!!!



12월? 거짓말이지?



나는 내가 속한 이 곳에서, 때로는 너무나도 명확하게 나에게 주어진 일들을 한다. 채용 프로세스를 진행하고, 보도자료 배포를 서포트하고, 채용 블로그를 운영하고, 팀원들과 회의하며, SNS에 글을 올린다. 그런데 때로는 그 누구도 나에게 주지 않은 일을 할 때도 많다. '내가 이걸 해야 되나/해도 되나/근데 이 일을 뭐라고 불러야 하지' 싶은 일들을 할 때도 많다.


이런저런 특성의 일들을 1년 4개월간 꼬박 겪고 나서 돌아봤다. 내가 스스로 또는 주변 사람들에 의해, 내면으로 다지게 된 습관이나 버릇이 무엇인지 곰곰이 곱씹어보았다. 그러다가 깨닫게 되었다. 1년 4개월 아니 적어도 올해 365일 동안, 모든 일에 앞서서 '왜'에 대해 고민하는 습관이 생겼다는 걸.


맞다. 최근의 나는 '왜'에 대해 많이 고민한다.

'왜'에 공감이 되어야만 나 자신의 모티베이션이 명확해진다. 모티베이션이 구체적으로 자리 잡으면 추진력을 얻고 싶어 진다. 나는 매번, 매사 잘하고 싶은 욕심이 커서 이전에는 못하더라도 내가 싸안고 싶어 하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내가 혼자 싸안는 것보다 '사고의 확장' 그리고 '추진'에 무게중심을 싣게 된 것이다.

그렇게 마음먹고 나니 다음 과정들도 완전히 달라졌다. 중요하게 여기는 요소를 바꾸고 나니 모든 일을 나 혼자서는 절대로 할 수가 없었다. 그러다 보니 남에게 쉽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게 되었다. 또, 어떤 일이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누군가 나에게 도움을 요청할 때도, 그 이유가 분명하고 내 필요가 명확하다면 즐겁게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

'왜'와 '목적'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고 나니 나 혼자 잘하는 게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느껴졌다. 오히려 나와 같은 울타리 안에 있는 누군가에게 다시 '왜'에 대한 동기를 부여하고, 때로는 내가 동기를 받기도 하면서, '모두가 더 잘하고 싶다'에 집중하게 되었다.



내가 젤 좋아하는 일 : 일하는 사람들 멀리서 감상하기(?)



나는 계속해서 '왜'에 대해 나 자신, 우리 팀에게 묻는다.


처음에는 내가 던지는 '왜'나 '왜'에 대한 답변이 너무 생뚱맞지는 않을까 걱정도 했다. 그러나 감사하게도, 지금의 우리 팀에서는 이렇게 끊임없이 '왜'에 대해 묻는 나를, 그 누구도 이상하다고 면박 주지 않았다.(처음에는 그 누구도 생각하지 않는다 라고 썼다가 고쳤다. 마음 속 이야기까지 다 안다고 말하는 건 오만이니까. 그러나 아직까지 단 한 번도 면박받은 적은 없다!) 그래서 나는 이제 막 말을 떼기 시작한 어린애처럼 '왜요? 왜 그래야 돼요? 왜 그런 거예요? 왜 해야 돼요?'를 남들에게 묻고, 혼자 파고들 수 있다.

얼마 전에는 팀원들과 회의를 하다가 '그런데 왜 우리는 성장해야 돼요?'라는 말도 안 되는 질문을 하기도 했다. 원래 스타트업과 성장, 성장에 대한 지독한 열망은 항상 따라다니는 세트와도 같다. 그런데 뜬금없이, 그것도 스타트업에 온 지 16개월이 다 되어가는 사람이 갑자기 '대체 스타트업은/우리는 왜 성장해야 돼요? 성장 안 하면 안 돼요?'라고 물었다. 그런 질문을 할 분위기도 아니었고 지나치게 원론적이라고 느낄 수도 있는 질문이었는데 상민님(CTO님)이 천천히, 꼼꼼히, 심지어 몇 가지의 상황을 풀어내면서까지 신중하게 '왜 스타트업에게 성장이 중요하고 우리는 왜 성장해야 하는지'에 대해 대답해주셨다. 그날의 회의록을 정리하면서 너무 기본적인 '왜'를 던진 내가 약간 부끄러웠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에 대해 성심성의껏 함께 고민해주신 상민님에게 참 고마웠다. 나는 그날의 그 짧은 대화 덕에 더 확실한 모티베이션을 얻었고, '왜'에 대해 질문하는 습관도 주춤하지 않게 되었다.


나는 원래 욕심이 많았다. 누구에게나 잘 보이고 싶은 마음이 커서 절대다수의 공감을 얻어내는 것에 중요도를 두며 지내왔다. 그렇지만 이제는 '왜', 그리고 '왜'라고 묻는 행위에 더 집중하게 됐다. 그리고 그 과정 자체가 당장 눈 앞에 보이는 성과를 만들어낼 수 없을지라도, 우리 모두를 단단하고 옹골차게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많은 고민들이 결국 어떤 하나의 본질(에센스)을 추출해낼 수 있을 거라고 믿게 되었다.


처음에는 이 일이 내 일(채용, HR)의 특성과 닿아있어서 더 끈끈하게 느끼는 게 아닐까?라고 추측했다. 그러나 주위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이런 마음을 접었다. 개발이건, 기획이건, 디자인이건, 운영이건 우리는 모두 '왜'에 대해 깊게 고민하고 있고 그 질문을 통해 본인의 철학과 뜻을 구체적으로 풀어내고 있다.


1년을 돌아보면 꼭 우리 팀원들 뿐만 아니라 함께 만났던 많은 사람들이, 나와 함께 '왜'를 이야기해주었다. 어쩔 때는 나보다 더 깊게 파고드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때로는 '왜'를 '어떻게' 극복할지까지 구체적인 방법과 타임라인들을 제시했다. 나는 내가 마주한 '왜'에서 파생되는 이야기 타래들을 받아먹었다. 때로는 뿌듯함에 기분이 방방 뜨기도 했고, 때로는 스스로 마주하는 한계에 엄청난 자괴감이 들기도 했다.


우리 팀은 아직 한 명이나 다름없기 때문에, 내 업무(그러니까 우리 팀의) 업무에 대해서는 이런 고민들을 자주 한다. '내가 왜 이 일을 하고 있지? 내가 왜 이 일에 이렇게까지 시간을 쓰고 있지? 이 일은 이렇게까지 시간을 쓸만한 일인가? 이 일은 더 많은 시간을 들여야 하는 일이 아닌가? 내가 내리는 정의가 이 수준까지 확장되도 괜찮은 걸까? 그게 확실하지 않은데도 왜 나는 이 고민을 하고 있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게 정말 필요하다고 여기는데, 대체 그 본질적인 이유는 뭘까? 지금 내가 원인이라고 치부하는 게 사실은 어떤 본질로 인해 파생된 현상에 불과한 게 아닐까? 그럼 난 더 본질을 가꾸어가기 위해 어떤 일을 해야 할까? 과연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은 우리 전체 팀의 목표와 닿아 있을까? 전체 팀이 더 빨리, 잘 나아가기 위해서 나는 무엇을 왜 어떻게 해야 되는 걸까?'


이렇게 고민을 이어가다 보면 생각이 풀어지고, 그 풀어진 생각들이 가끔은 걷잡을 수 없이 쌓인다. 문장을 풀어내는 만큼 간결하게 정리하는 습관도 동시에 가졌으면 좋았을 텐데 미숙한 인간이라 그렇게 하지 못했다. 그저 '정리'와 '핵심을 뽑아내는 일'은 지금까지의 일보다 더 어렵고, 훨씬 고되겠지 라고 어림짐작만 할 뿐이다.


열심히 '왜'에 대해 고민하는 습관을 키워나가고 있으니, 내년에는 부디 이 내용들을 잘 정리할 수 있는, 더 프로답게 일정을 관리하며 발전과 실천으로 풀어나가는 사람이 되고 싶다.


뜬금없는 드립으로 이 글을 마무리짓자면, 나는 가끔 생뚱맞은 질문을 한다. 가끔은 기본적인 것에도 왜를 던질 수밖에 없는 내가 별루다. 그렇지만 어떤 일에 대해 '왜'라고 끊임없이 질문을 던질 수 있는 건 좋은 거다. 난 '왜'에 대해 고민하는 게 좋다.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왜'에 대해 고민하는 내가 좋아졌다. 눈물셀카는 내년에 첨부하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거울 앞에서 찍은 사진이 100장을 돌파했다..!!!

매거진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