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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진 Jul 26. 2018

거울 앞에서 찍은 사진이 100장을 돌파했다..!!!



지그재그에 오고 나서 이런 질문을 많이 받았다. 

"유진님은 원래 그렇게 옷을 좋아하셨어요?"


답은 "아니오. 진짜 아니오. 엄청 레알 대박 아니오"다.



키 탓인지 한국에서 옷 사기가 쉽지 않았다. 해외에 가면 좀 나으려나 싶어 여행 갈 때마다 쇼핑몰을 기웃거렸지만, 뭐 글로벌 기준이라고 썩 다르지 않게 느껴졌다. 누구나 하나쯤은 마음속에 품고 있다는 체형 콤플렉스에 키라는 애로사항이 더해져서 그런 걸까. 쇼핑몰에서 오래 걸어 다니는 것까지 영 취향에 맞지 않아 '쇼핑'은 내내 피하고 싶은 이벤트와도 같았다. 시간도, 체력도 소모하고 싶지 않아 온라인 쇼핑을 더 선호했고 여러 이커머스 서비스들을 애용했다. 그러다가 무려 여성 쇼핑몰을 모아둔 앱 서비스 지그재그에 출근하게까지 되었다(?) 


출근 사흘 전 거실에 누워 고양이와 놀고 있던 내게 엄마는 걱정스럽게 물어왔다. '근데 너 회사에 무슨 옷을 입고 가야 되냐, 너네 회사는 전부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처럼 입고 가야 되는 거 아니냐'라고. 대표님이 외국 출장 가신 김에 고백하는 부끄러운 대답이지만 '글쎄 우리 대표님 보면 썩 그럴 거 같진 않은데'라고 대답하곤 심드렁하게 방으로 들어갔다. 그래도 엄마의 그런 말을 듣고 나서 내가 입고 다니는, 또는 나를 표현하는, 그러니까 '옷'에 관심을 가져야겠다고 살짝 반성했다. 





처음에는 옷에 대한 관심의 일환으로, 매일같이 입고 오는 옷들을 조명 좋은 사무실 화장실에서 찍기 시작했다. 매일을 기록한다는 의미가 있었다. 그 다음부터는 새로 산 옷을 입고 오니 기분좋아 찍었다. 그 다음부터는 습관이 되어 찍었다. 그러다보니 사진이 쌓이고 훌쩍 훌쩍 몇십장을 넘어갔다.


하루에도 몇 번씩. 지그재그 덕분에 쇼핑이 편해졌다, 또는 지그재그 덕에 스타일을 찾게 되었다, 지그재그 덕에 나와 더 잘 맞는 아이템을 손쉽게 찾게 되었다는 유저 리뷰가 슬랙으로 전달되어온다. 이 리뷰들을 보면서 옷이라는 게 뭔지, 나와 잘 맞는 옷이라는 건 뭔지, 나와 잘 어울리는 스타일, 내 스타일이라는 건 대체 무엇을 말하는 건지 고민해 볼 때가 있는데 솔직히 아직까지 나의 스타일에 대해서 자신 있게 말하기가 어렵다.

나 자신의 스타일은 여전히 아리송하지만, 옷을 대하는 나의 태도, 또는 옷을 좋아하고 구매하는 사람들을 보는 나의 시선이 달라졌다는 것은 확실하게 느낀다. 남들이 자신의 스타일에 따라 같은 옷을 얼마나 다르게 매치하는지 또는 어떻게 다르게 활용하는지 보는 것에도 재미를 느껴가고 있다.


매일같이 입는 파란 셔츠여도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입는지 궁금해서 출근 전 지그재그에 '블루 셔츠'를 검색해본다. 나는 이 셔츠에 매일같이 검은색 바지만 입었는데 쇼핑몰 모델이 회색 슬랙스를 입었으면 그것도 한번 시도해본다. 적어도 우리 쇼핑몰 고객님들의 센스는 확실하게 검증받았으니까!라는, 안으로 팔 굽는 마인드를 장착하고서. ㅎㅎ 주변인들과 각자의 스타일, 각자의 쇼핑 성향을 물어보고 듣는 것도 제법 익숙해지고 재밌어졌다. 나의 쇼핑 습관이나 좋아하는 스타일을 공유하며 가볍게 주고받는 수다들도 갈수록 흥미로워진다. 


콘텐츠 팀 앞에 앉아 두런두런 주고받는 대화들을 듣다보니 옷 자체에 대한 관심도 많아지고 있다. 이전에는 시큰둥하게 지나갔을 법한 패션 용어들에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최근 유행하는 pvc 백이라던지 재킷 안감의 디테일, 평생 관심조차 가져보지 않았던 것들이다. 아, 미처 쳐다보지 않았던 스타일들도 시도해보고 싶은 마음, 옷을 구매하기 전에 그 소재를 살펴보는 습관도 생겼다. 





음, 시도해보고 망하더라도 크게 좌절할 필요는 없다는 것도 느껴가고 있다. 몇 달 전 브랜드 마케팅 팀에서 진행했던 웹드라마 'My Ex Diary'에 나왔던 이야기이기도 한데, (사랑처럼) 결국 옷도 많이 겪어보고 경험해봐야 나에게 맞는 스타일을 알게 되고, 때로는 새로운 것을 용기 내어 시도해보고 지속해보았을 때 그것이 나와 정말 어울리는지 어울리지 않는지를 판단할 수 있는 것 같다. 아직도 끝까지 시도해보지 못한 것도, 도저히 적응할 수 없는 스타일도 있다. 그럼 그런대로, '나와 끝까지 맞지 않는 스타일도 있구나'라고 단념하는 법도 배웠다(ㅎㅎ)


처음에는 가끔씩 찍던 거울 앞 사진도 이제는 아침에 출근하자마자 찍어야 아쉽지 않은 일종의 주간 의식이 되었다. ^0^; 아! 거울 앞 사진 하나라도 매일같이 찍으면 하나의 시리즈가 될 수도 있다는 너무 당연한 것도 체감하게 되었다. 사무실에서 찍은 옷 사진들은 매주 금요일 인스타그램에 #지그재그 #거울복지 라는 태그를 달고 업로드한다. 


물론 여전히, 옷을 너무나 좋아한다고 말하기는 약간 부끄럽다. 남들처럼 확실하게, 나만의 확고한 스타일을 갖기에는 아직도 모자란 기분이 들고 솔직히 내가 어떤 스타일이 어울리는지도 잘 모르겠다. 여전히 옷의 세계는 너무나 어렵고 쇼핑몰에 접속하면 옷이 아니라 모델들의 몸매를 사고 싶은 생각이 먼저 들곤 한다....





그래, 어쨌든 가장 중요한 건, 갈수록 옷과 친해지는 게 즐겁고 신기하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옷을 정말 좋아하시나 봐요'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잘은 모르지만 좋아는 해요, 좋아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라는 대답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옷, 내게는 아직 너무나 먼 존재. 의외로 가까운 존재. 싫건 좋건 매일같이 함께할 수밖에 없는 존재(생각해보면 밥은 한 끼 굶어도 옷은 하루 건너뛸 수 없다?!?!?!) 그럼에도 앞으로 계속해서 알아가야 하는 존재. 그러나 어려워서 어떻게 좋아해야 하는지 모르겠는 존재. 그래도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는 존재.


옷을 좋아한다는 게 어떤 건지, 나와 맞는 스타일이라는 게 어떤 건지 아직도 너무 어렵기만 하다. 그렇지만 지그재그에 몸담은지 어언 11개월. 

옷장을 채우고 있는 이 옷이라는 것들에도 조금씩, 더 애정을 갖고 다가가는 중이다. 







자, 다음은 새 사무실에서 200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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