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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버트 Jun 11. 2015

하루, 기록, 성공적

하루 001

오랜 시간 꾸준히 블로그를 운영해온 분께는 발끝도 못미치겠지만, 그래도 일기 용도의 블로그를 4년째 운영하고 있다보니 작년 오늘의 내 모습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살다가 문득, 아주 우연히, 작년 이맘때 나는 뭐했더라 하고 블로그 일기를 뒤적여보면, '내가 작년에 뭐했더라' 라는 말을 하며 재작년의 일기를 뒤적이는 내가 있곤 했다. 이게 한번이 되고 두번이 되다보니 습관적으로 떠오르는 생각들을 적게되고 그게 내 20대의 아카이브가 되어 차곡차곡 쌓여갔다. 

물론 작년 오늘의 나, 재작년 오늘의 나, 그리고 더 이전 오늘의 나를 거슬러 올라가다보면 하나도 변한 것 없는 내 모습에 아차 싶을때도 있으나... 내가 평소에 읊조리곤 하는 생각의 조각들이 빅데이터(??)가 되어 시간의 흐름을 타고 도는것은 꽤 그럴싸한 일이다.




2012.01.19.

몇몇 남성들은 일년에 백 명 이상의 여자들과 성관계를 갖는다. 어떤 의미에서 그들이 '사랑을 원한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특수하고도 절박한 의미에서 그러하다. 그들의 여성들에 대한 의존은 충분히 명백하다. 너무나도 명백해서 사실상 그것이 그들의 일생을 좌지우지할 정도이다. 유혹은 한때 성취와 장애의 극복이라는 남성적 세계 ㅡ 즉, 모더니티 그 자체의 남성적 세계에 쉽게 동화될 수 있었다. 그러나 이 지향은 유혹이 일단 그 초창기의 의미를 상실해 버리자 텅 빈 것이 되고 말았다. 난봉꾼들은 카사노바가 그랬던 것 처럼 ㅡ 정조의 약탈자일 뿐만 아니라 성적 격리로부터의 잠재적 구원자로서 ㅡ 성적 파트너들에게 '특별해질'수 없다. 현대의 성적 모험가는 낭만적 사랑을 버렸거나, 또는 단지 그 언어를 설득의 수사학으로서만 사용한다. 그러므로 여성들에 대한 그의 의존은 오직 성적 정복의 역학(mechanics)을 통해서만 확인될 수 있다. 난봉꾼들은 섹슈얼리티와 친밀성 그리고 자기 정체성의 성찰적 구성 사이의 연관들을, 어떤 다른 남자들보다도 더 잘 표현하고 있다.

그러나 그는 사랑을 주고받을 능력이 있는 독립적 존재로서 여자들을 만난다기보다는 오히려 여자들에게 예속된 상태에 있다. 난봉꾼은 겉으로 보기에는 '그녀들을 사랑하고 그녀들을 떠나버리는' 인물로 나타난다. 그러나 실은 그는 '그녀들을 떠날' 능력이 없다. 하나의 이별은 언제나 또다른 하나의 만남을 위한 서곡에 불과한 것이다.

<<현대 사회의 성, 사랑, 에로티시즘.>> 앤소니 기든스.



2013.01.21.

몸이 좋지 않아 잠시 쉬고 왔는데 벌써 1월 중순을 훌쩍 넘어 1월 말로 달려가고 있구나. 시간이 야속하다. 오늘은 릴케의 책 한권을 주문했다. 내일은 벌써 계절학기 기말고사. 빠듯하게 흘러가는 시간을 잊지말고 하릴없이 기다리는 시간을 줄이자. 다시 정신차려서 문서정리 열심히 하고 토익학원 숙제도 꼬박꼬박 해가야겠다. 벌써 몇번째 수업을 밀렸는지 모른다.



2014.01.20.

아마도 너는 내가, 이럴때가 아니라고하면 때가 어디있느냐고 물을 것이고, 마음의 준비가 되지않았다고하면 기다리겠다고 할것이고, 자신이 없다고 하면 더 노력하겠다고 할것이다. 내가 이전에 그랬던 것처럼. 그래서 내가 실수할까봐 겁난다, 마치 이전에 누군가가 나에게 그랬듯이.



2015.01.18.

이런 저런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그것을 배출할 통로가 음식밖에 없다는게 좀 무섭다. 땀빼고 운동을 하고 싶은데 시간이 없고 시간이 없으니 스트레스다. 다만 다행이라고 느껴지는 것은 무작정 먹고싶다는 생각이 들기보다는 하나의 음식에 꽂혀서 몇날며칠을 생각하고 먹게 된다는 것이다. 며칠전에는 사흘전부터 팬케이크가 먹고싶었는데 미친 그놈의 밀가루 부침개 하나 부칠 시간이 모자랐다. 그저께 집에 오면서 잔뜩 우유랑 이것저것 사가지고 새로산 시럽이랑 비싼 버터랑 발라서 얼굴만큼 큰 두 장을 금새 먹어치웠다. 그 후로 꽂힌게 나주곰탕, 사실 여기 있다보면 먹을 일이 너무 많아서 질리는 경우가 있는데 며칠전 갑자기 곰탕이... 아니 엄밀히 말하자면 혁신도시 내 하나곰탕의 자꾸 먹으면 입안이 얼얼한 삭은 배추김치가 생각난다. 그저께 점심에 먹으려다 시간없어서 실패 어제 저녁에도 먹으려다 바빠서 계란 두 알로 떼우고 말았다. 시부엉 먹고 살자고 하는 짓인데 내가 이 고장 명물도 못먹으면서 살아야하나. 오늘 점심에 기필코 곰탕 먹을거다. 그리고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딱 소주 한잔만 먹었으면 했는데 집에 소주도 없고 김빠진 맥주도 그저께 다 버렸다. 딱 한잔만, 소주 딱 한잔만 마시면 오늘도 그럭저럭 버틸 것 같은데. 딱 한잔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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