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전에 네 꿈을 찾아라

네이버 완결 웹툰, 나의 목소리를 들어라 14화 리뷰

by 로버트


이 글은 2013년 2월 필자가 길고 긴 취업준비 시간에 지쳐있을 때 작성된 리뷰입니다. 이현민 작가님은 이 리뷰에 등장하는 '나의 목소리를 들어라' 완결 이후 '질풍기획 시즌2'를 연재하셨고 현재는 레진코믹스에서 '드러그 캔디'를 연재 중이십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이현민 작가가 가장 좋아하는 웹툰 작가 중 한 명이라 철 지난 글이지만 끌어와봅니다. 저 역시 길고 긴 취준 기간을 거친 사람으로서, 보다 많은 취준생들이 이 리뷰와 이 웹툰을 보고 조금이나마 기운을 얻으셨으면 좋겠네요.





2010년 웹툰 <들어는 보았나! 질풍기획!>으로 패기 넘치는 광고회사를 그려냈던 이현민 작가가 데뷔작 완결 후 2012년 11월 새로운 웹툰 <나의 목소리를 들어라>로 돌아왔다.

작가의 네이버 인터뷰(http://navercast.naver.com/contents.nhn?rid=197&contents_id=16262)에서 느낄 수 있듯이 <들어는 보았나! 질풍기획!>(이하 질풍기획)과 <나의 목소리를 들어라>는 주인공들의 열정과 막무가내 정신을 키워드로 한다는 점에서 그 맥락을 같이한다고 볼 수 있으며 독자들도 아마 두 만화를 통해 비슷한 영감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질풍기획을 관심 있게 지켜봐 왔음에도 불구하고 네이버 웹툰 리뷰를 <나의 목소리를 들어라>로 시작하는 것은 순전히 나의 개인적인 사정 때문이다. 그의 차기작이 데뷔작보다 더욱 훌륭해서라고 이야기할 수도 없고, <나의 목소리를 들어라>가 더 재미있어서 라고 이야기할 수도 없다. 순전히 나의 관여도 때문이다. 취업준비라는 관문을 앞에 두고 있는 상황. 3월에 뜰 여러 공고들을 졸이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을 여러 대학생들의 상황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어마어마한 스펙을 가진 이부터 시작해서 아무런 스펙이 없는 이까지, 구체적인 꿈을 가진 이부터 시작해서 그냥 대기업이라 원서를 넣어봤다는 면접자들까지 다양한 주인공들이 등장한다. 성장 드라마의 클리셰처럼, 지금까지(15화) 메인 주인공은 자기 안에 내재되어 있는 잠재력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상황이며 오히려 자신과 비슷한 상황에서도 패기 넘치는 다른 면접자들을 부러운 눈길로 쳐다본다. 황당무계하고 얼토당토 하지도 않는 여러 면접 절차를 거치면서 탈락자들이 속출한다. 주인공은 만화 프롤로그에 등장하는 [인간 탑]에서 추락하는 낙오자의 모습이 자신의 모습이 되지 않을까 매 관문마다 긴장한다.

만화의 전반적인 스토리는 각설하고(취업준비생이라면, 또는 그 관문을 한 번 거친 이들이라면 만화를 한 번 보시는 것을 추천한다 재미도 재미거니와 가슴이 찡할 때도 한두 번이 아니기 때문!)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14화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현재 면접을 주도적으로 쥐고 흔드는 최판규 본부장은 1화에 따르면 '그 누구보다도 패기 하나로 뉴욕에 풍운 전자를 자리 잡게 한 인물'이지만 어쩐 일인지 이제는 아무런 의욕도 없어 보인다. 오히려 면접자들을 난관에 빠뜨리는 것을 즐기는 눈치다. 그런 그가 자신의 비서 진선미 과장과 "가장 자신 있는 종목"으로 대결해서 이기는 승자에게 다음 면접의 어드벤티지를 주겠다고 한다. 탈락자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는 상황에서 면접자들은 각기 자신이 가장 주종목으로 삼고 있는 종목들을 내세워 진선미 과장을 이기려 한다. 상식 퀴즈, 외국어, 암산 능력, 격투기 등등 여러 종목이 등장하지만 그 아무도, 진선미 과장을 이길 수는 없다.

이 면접 장면에서 최판규 본부장이 면접자들에게 던지고 싶어 하는 말, 그리고 어쩌면 작가가 사회에 던지고 싶어 하는 말이 등장한다.

"의외 구만. 여기 진선미 과장은 니들처럼 변변한 대학 나온 것도 아닌데. 어떻게 한 놈이 못 이기냐? 이놈들을 얻다 쓸꼬..."

진선미 과장은 비록 메이크업 전후 페이스 오프라는 치명적인 단점을 가진 비서이긴 하지만 그녀는 자신들을 여성으로 여기는 남성들보다 강하고 그 어떤 면접자들보다도 다양한 방면에 능하다. 최판규 본부장이 만화 내내 강조하는, '그러니까 니들이 잘하는 게 뭔데? 하고 싶은 게 뭔데? 내가 너희를 왜 뽑아야 하는데?'라는 질문에 쉽사리 대답하지 못하는 면접자들은 그녀를 이길 수가 없다.


그러던 와중 410번 최필재 면접자가 등장한다. 그는 단호한 목소리로 김치볶음밥을 종목으로 진선미 과장과 겨루겠다고 이야기한다. 14화에는 언급되지 않았지만, 15화에 따르면 이 최필재라는 면접자는 협상스쿨까지 우수하게 졸업한 엘리트로 이미 스펙면에 있어서는 다른 면접자들에게 전혀 뒤질 것이 없어 보인다. 그런 그가 다른 이들이 내세우는 종목과 전혀 다른 김치볶음밥을 주종목으로 내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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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218163616_IMAG01_12.jpg 이 면접자의 향후 행보는 완결편에서 확인할 수 있다


최필재 면접자는 김치볶음밥으로 면접 어드벤티지를 얻지 못한다. 게다가 무려 면접 자격을 포기하고 면접장을 걸어나간다. 앞서 말했듯이 그는 후에 굉장히 기대받는 면접자로 비추어지며 그를 탈락시킨 최판규 본부장에 대한 비난도 이어진다. 그러나 어쨌든 중요한 것은 그는 몇 년만에 잡아본 프라이팬의 감각으로 인해 무언가를 깨달았고 그 자리에서 그것을 실천한다. 그리고 면접장을 박차고 나간다. 그 누구보다도 홀가분하고 당당한 태도로.



20130218163616_IMAG01_14.jpg 의외로 주인공은 멍청하게 생긴 이 두 남자다


그는 면접을 포기하면서도 즐거운 표정이었다. 풍운 전자의 면접은 오히려 그가 지금까지 남들이 가기 때문에 가야만 했던 길을 놓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었고 그는 이제 자신의 꿈을 찾아갈 것이다. 그리고 아마 여러 번의 길을 돌아서 왔을 테니, 앞으로는 그의 꿈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할 일만 남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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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입을 모아 칭찬한 14화의 베스트 컷. 개인적으로는 이 장면이 너무나 인상 깊어 캡처를 해서 핸드폰 배경으로 해놓았다.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사람을 위축시키고 마는 경쟁. 나는 절대로 하지 못할 거야라는 기분과 그래도 나는 되겠지 라는 기분들이 오묘하게 얽혀 사람을 들었다 놓았다 하는 롤러코스터 같은 시기. 이 시기 안에서는 내가 궁극적으로 바라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쉽게 잊고 만다. 목적 없이, 구체적인 희망 없이 기둥을 끙끙거리고 올라갔다가 결국은 지금까지의 노력을 배신하고 싶지 않아 안간힘을 쓰고 매달려만 있었던, <꽃들에게 희망을>에 등장하는 수많은 애벌레처럼 생각하고 있지는 않았나.

결국 궁극적으로 내가 꿈꾸고자 하는 것, 궁극적으로 내가 이루고자 하는 것, 그리고 이루어야만 하는 것에 대해 잠시 잊고 있지는 않았나. 아침에 일어나서 웹툰 어플로 5분이면 휘리릭 넘길 수 있는 한 회였지만 일주일 내내 이 편만을 돌려보고 돌려보고 또 곱씹어 보았다.

그리고 핸드폰 배경화면을 볼 때마다 생각한다.

내가 지금 겪고 있는 과정이 지루하고 힘들게 느껴진다면, 적어도 나중에 내가 이루어야만 하는 그 궁극적인 목적에 대한 확신은 있어야 하지 않겠냐고. 그리고 그 목표를 위해 내가 해야만 하는 일들이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아니라면, 그저 외부적인 압력이나 남들의 잣대 때문에 선택한 길이라면, 그 길을 포기하거나, 또는 이 길에 맞는 구체적인 희망과 목표를 재설정해야 하지 않겠냐고.


그래야 비로소 나를 진정으로 흥분시키는 꿈을 만날 수 있지 않겠는가.


그리고 그 꿈을 찾았을 때는, 주인공도 나도 그게 누 구던 간에, 누군가의 질문에 떨지 않고 확답할 수 있으면 좋겠다. 나의 꿈에 대해. 그리고 내가 하고 싶은 것에 대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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