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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득 님이 보고 계셔

레진코믹스 금요웹툰 '행운의 신' 리뷰

by 로버트



부분 유료화 사업모델을 웹툰에 적용하여 쑥쑥 뻗어나가고 있는 레진코믹스, 최근 유해사이트 차단으로 화제가 되는 바람에 성인만화가 대부분이 아니냐는 오해를 사기도 했었죠. 레진코믹스에 연재되고 있는 웹툰들은, 작가의 표현의 자유를 중시하기 때문에 성인을 대상으로 한 만화가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도 하지만, 주제나 장르에 국한되지 않는 다양한 스토리텔링을 맛볼 수 있다는 점에서는 큰 장점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나무 위키 설명을 참고했습니다)


제가 이번에 소개드릴 웹툰은 레진코믹스에서 매주 금요일마다 징니님이 연재하고 계시는 '행운의 신'이라는 웹툰입니다. 몇몇 분들이 레진코믹스에 갖고 있는 오해 또는 편견과 다르게, 이 만화는 전체 관람가이기도 하고 무료로 즐길 수 있는 웹툰이기도 합니다.



이 만화의 주인공은 경득 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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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히 잘하는 것도 없고 딱히 잘난 것도 없는데 착하기는 엄청나게 착한 사람이라, 때로는 누군가에게 '호구'소리를 들으며 인생을 살아왔죠. 직장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거절을 못하는 성격 때문에 이 사람, 저 사람의 일을 전부다 떠안는 것이 일쑤입니다. 이처럼 남의 귀찮은 일을 떠안던 경득 씨에게 어느 날 특별한 능력이 생깁니다.

바로 다른 이들의 병(病)을 고쳐줄 수 있는 능력인데요. 경득 씨의 손을 대기만 하면 불면, 감기, 복통 등이 전부 사라지게 되는 신통방통한 능력이 인정받게 되면서 경득 씨는 다양한 사람들의 병을 고쳐주게 됩니다. 이는 지금까지 다른 이들의 업무를 대신 떠안았음에도 눈에 띄지 않던 경득 씨가 비로소 남들에게 인정을 받고 승진하게 되는 계기로 작용합니다.


그러나 승승장구하는 날들도 가고 어느 날 경득 씨는 자신의 몸에 이상이 생겼음을 알게 됩니다. 태어나서 한 번도 핀 적 없었던 담배를 골초처럼 피워대고, 갑자기 온몸을 움직이고 싶지 않을 만큼 크나큰 고통이 찾아오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찾는 아픈 사람들에게 끌려다니던 경득 씨는 어느 날 꾀죄죄한 한 남자와 당찬 여자를 만나게 됩니다. 이 게을러 보이는 남자는 자신을 행운의 신이라고 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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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행운의 신이 경득 씨를 점찍었다고 해서 그가 자연스럽게 행운의 신이 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우선 병든 자신의 삶을 마무리짓기 위해 이것저것 준비해야 할 것이 많고요, 행운의 신이 되기 위해 다양한 신을 만나며 면접을 보기도 합니다. 이 과정에서 경득 씨는 '착한 이들이 더 많은 행운을 받았으면 좋겠다, 내가 그렇게 해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막연한 마음에서 보다 구체적으로 <행운>에 대해서 생각하고, 사람들에게 각기 다르게 작용하는 <운>에 대해 심도 있게 고찰하게 됩니다. 착하기만 한 경득 씨가 믿었던 이들이 사실은 자신을 배신하고, 자신을 이용하기만 했다는 점에서 분노하기도 하며 사람들이 살아가는, '치열하게 치졸한' 방식을 되돌아보기도 합니다.


그리고 마침내 그 과정에서 본인이 행운의 신이 되어야 하는 이유, 사람들에게 행운 또는 불행이 다가오는 절차에 대해서 꼼꼼히 들여다보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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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이들에게 잘못한 것 하나 없이 오히려 손해만 보고 살아온 주인공이 사후세계에 들어선다는 점에서, <행운의 신>의 경득 씨는 주호민 작가의 <신과 함께> 저승 편에 등장하는 김자홍 씨를 떠올리게 합니다. 다만 김자홍 씨가 저승사자, 저승의 변호사들과 함께 환생으로 가는 여정에 참여하는 반면, 경득 씨는 행운의 신의 스카우트 제의를 받아 본인이 다음 행운의 신으로 거듭나게 됩니다.

사후세계로 발을 들이기 전 경득 씨가 자신의 삶을 마무리짓기 위해 준비하고, 그 과정에서 행운의 신 콤비와 나누는 대화에서는 너무 착해 답답하게까지 느껴지는 경득 씨가 순수하게 바라보는 관계의 어두운 모습이 드러납니다. 이미 자신의 죽음을 받아들이고 삶을 마무리하는 과정에서 병마와 싸우며 고통스러워하지만 더 이상 상대방을 진심으로 생각하거나 위해주지 못하는 관계가 더 고통스럽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것이죠.


제가 <행운의 신>을 추천하는 이유는, 이 만화가 상상력으로 가득 찬 사후세계 안에서 착한 사람들이 보상받는다는 다소 뻔한 내용만을 담고 있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번뇌하고 고통스러워하며 때로는 소심한 복수를 꿈꾸는 경득 씨는 죽은 후에도 여전히 인간이자 사람 그 자체이고, 제 본래 성격을 버리지 못해 <행운의 신>이 되는 과정에서도 번거로운 과정들을 피해가지 못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경득 씨를 응원하고 새로운 행운의 신이 될 경득 씨를 기대하게 되는 것도 역시 경득 씨의 그 본래 성격을 알기 때문이겠죠.




개인적으로는 레진코믹스에서 징니같은 만화가들이 더 많이 사람들에게 알려지고, <행운의 신> 같은 만화가 많이 많이 연재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저는 레진코믹스에서 코인을 구매해 매주 한편씩 올라오는 것들을 실시간으로 감상하고 있지만, 행운의 신은 무료로 매주 한편씩 공개되고 있습니다. 시간이 되신다면, 아니 시간을 내셔서 꼭 한번 이 만화 읽어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깔끔한 그림체와 산뜻한 색감, 그 안에서 <운>과 <인생>에 대한 깊은 이야기를 발견하게 될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