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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 콘서트

16.5.8.

by 로버트

2016.5.8.


요 며칠 목이 뻐근하니 영락없이 목감기 찾아오는 느낌적인 느낌이었지만 그래도 방탄소년단 콘서트가 있기에 아픈 몸 부여잡고 갔다. 보나 님과 함께였으면 그 기쁜 1204배 더 했겠지만 차마 그러지 못했던 것이 정말 아쉽다. 트레이너 나쁜.....


이번 콘서트에서 인상적이었던 것 몇 개 적어보자면.


벌써 네 번 정도 방탄소년단 콘서트 간듯한 데 갈 때마다 멤버 개개인의 발전하는 모습을 마주할 수 있어서 기쁨이 크다. 방탄소년단은 순전히 내 주관적인 관점에서, 개개인의 춤과 노래 실력이 골고루 상향평준화 흐름을 타는 바람직한 그룹이다. 몸집 커진 연예기획사가 쏟아붓는 투입량과 시간에 비해 그 산출물을 거하게 뽑아내지 못하는 아이돌도 많은데, 방탄소년단은 회사에 비해 개별 멤버들이 아까운 느낌이 든다.


처음 방탄소년단 콘서트를 갔을 때 나는 곡에 비해 지민 보컬이 약간 부족한 것이 아닌가 라는 걱정을 했었는데 그런 걱정은 한 세 번째 전 콘서트부터 정말 날아갔다. 성량이 체조경기장 뚜껑을 뚫었고요... 춤이나 복근, 귀여운 외모가 워낙 핫이슈인 탓에 팬이 아닌 이들에겐 보컬 실력이 다소 묻히는 듯하다. 그런데 박지민 보컬 미쳤고 춤추는 눈빛 넘 야살시러워서 나 막 입 벌리고 -△- 이런 표정밖에 지을 수가 없었다.


콘서트에서 실제로 보고 가장 놀란 멤버 중 하나가 정국이었는데, 너무 식상한 표현이지만 황금 막내라는 별명이 그냥 붙은 게 아니라는 것을 온몸으로 영접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정국 무대매너는 뭐랄까, 춤 노래 센스 있게 치고 빠지는 매너 새우젓들을 바라보는 눈빛 새우젓들을 향해 내뿜는 형형한 기운 등등 총체적으로 가히 '봉황'이라고 칭할 만하다.

제이홉은 춤출 때 보면 말벌 같다가 호랑나비 같다가 독수리 같다고 매 같다가 막 그렇다. 인터뷰 영상만 봐도 너무 귀엽고 초 긍정 긍정 귀여워 모드인데 조명 색에 따라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모든 움직임이 비비드 해진다. 건강하고 마르고 탄탄하고 단단한 몸을 가진 것은 좋은 것이다. 제이홉은 거기다가 마음까지 건강하고 따사로우니 그 긍정적인 기운이 나에게도 다 미쳤다.

나는 뷔와 제이홉에게서 밝은 태양에너지에서 퐉퐉 뿜어져 나오는 긍정의 기운을 항상 느끼곤 하는데, 둘이 또 느낌이 조금 다르기도 하다. 태형은 가끔씩 깜짝 영상으로 제 실력을 서프라이즈 공개하는 걸 넘어서서 이제 완연하게 피어오르는 섹시한 보컬이 되었다. 주체할 수 없는 강력한 오오라를 이제 춤뿐만 아니라 노래에서도 뿜어내게 되었다. 목소리 섹시 원탑 온몸이 흐물흐물해졌다.

슈가는... 민 슈가는... 공연하다가 갑자기 민윤기가 우리 쪽으로 와서 한 5~6초 정도 빤히 새우젓들을 바라봐 주었는데 나도 모르게 입에서 으어어어 소리가 나왔다. 슈가가 쓴 곡들은 유독 <실패해도 괜찮아>의 메시지를 담은 곡들이 많은데 이게 참 퇴근길에 들으면 괜히 눈물이 찡하게 나고 정말 괜찮은 것 같고 그랬었다. 곡들은 여려 보이는 듯한데 그 안에 담긴 메시지는 옹골차다. 마이크 꽉 쥐고 속에서 질겅질겅 씹다 뱉어내는 랩들도 마찬가지다. 슈가만 보면 그 실력과 능력과 노력이 회사에 의해 빛을 발하지 못하는 것 같아 답답한 마음이 들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이번에도! 어!!!!! 슈가! 어!! 파이팅이다!

여러 트랙 중에서 'What am I to you'를 좋아하는 편이었는데 랩몬스터가 뒤에 꽤 세련된 영상으로 라이브 하는 걸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근데 다 좋은데 자꾸 똑같은 말 너무 많이 해서 좀 그랬다... 곡은 좋았다. 그래도 나 있는 쪽으로 제일 많이 와주었고 살이 더 빠진 건지 비율 하나는 끝내줬다.

그리고 마지막 내 김석진. ㅠㅠ 처음 진이 인사하고 자기소개하는데 '안녕하세요 금발 차문남 진입니다'라고 하는데 나 막 목감기로 너무 아프고 힘들었는데 '으흐흫ㅎ... 흫ㅎ....' 하면서 웃어버렸다. 진 실력 너무 많이 늘고 보컬 너무너무 안정적이고 춤도 진짜 잘 추고... 고엽 반주 나오자마자 흐르듯이 으흥흥 해버렸는데 고엽뿐만이 아니었어!!!!! Save me랑 하오카랑!!!!!!!! 다 미쳤어!!!!!!!!!!! 다만 안타까운 건 살이 얼마나 빠졌던지 이제 그 왕어깨미남 다 사라지고 툭 치면 톡 하고 부서져버릴 것 같은 석류 같은 그대가 되어버렸다... 어제의 김석진은 눈부신 금발에 얼굴이 하얗고 입술은 빨갛고 눈동자는 까맣고 이것이 백설 사람인가 하였다...


전 콘서트에서 볼 수 없었던 곡, 이번 앨범에 수록된 곡들도 다 불러주는 게 정말 감동이었고, 자기 곡들에 대한 방탄소년단의 자부심도 느껴져서 더더욱 좋았다. 솔직히 기존에 안무 있는 곡, 많이 불러본 곡들 부르는 게 편하기는 훨씬 편했을 텐데 언제 또 새로운 곡에 새로운 안무 다 짜고 연습까지 완벽하게 한 건지. 우리 새로운 거 준비했어! 온 거 후회하게 해주고 싶지 않아!라는 느낌이 빵빵 들어서 정말 행복한 콘서트였다.

비록 뒤에 엔딩 멘트 너무 길어지고 몸살 기운을 이기지 못한 나는 일찍 나와서 앙코르를 보지는 못했지만...

스탠딩은 즐겁지만 다음에는 기필코 좌석 자리에서 봐야겠다고 다짐하는 나이 든 누나팬의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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