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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버트 Oct 28. 2015

트립 투 뉴욕 얼론 - 1

Day1. 준비과정 및 인천공항, JFK로



내가 여자 혼자 뉴욕여행이라는 타이틀을 걸게 되다니. 
이미 여러 번 블로그에 언급한 바 있지만, 사실 처음 내 여행에 목적지는 방콕이었다. 사촌오빠와 새언니가 방콕에서 지내고 있으므로 가서 수영도 많이 하고 솜땀도 먹고 싶었는데 연이어 발생한 방콕 폭탄 테러로 인해 다 끊어두었던 항공권을 포기했다. 
회사로부터 받아낸 포상휴가 5일을 일단 써야 하긴 하니 어디를 갈까 고민하다가 아주 충동적으로, 그래 이왕 가는 거 멀리 나가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해서 결정한 여행지가 뉴욕이었다. 

사실 다른 여행객들에 비해 나는 뉴욕이라는 공간 자체에 대한 기대감이나 환상이 적은 편이었다. 뉴욕이 나오는 드라마라고 해봤자 성범죄수사대, 과학수사대 이런 무시무시한 것들밖에 떠오르질 않아서 망설여지기도 했다. 실제로 출발하기 전에는 막 브루클린 브리지브릿지 건너다보면 옆에 강에 시체가 떠오를 것 같고 막 시도 때도 없이 뉴욕 경찰이랑 수사대 보일 것 같고 막 그랬었다…. 그러나 결정적으로 뉴욕에 가고 싶다는 마음을 갖게 하고 이를 결정하기까지 추진할 수 있게 한 것이 있었는데 그건 바로 단 하나의 뮤지컬이었다. 한국에 정식으로 수입이 되지 않은그런데도 너무 보고 싶어서 이미 유튜브에서 오프닝만 60번은 봤을 '?몰몬의 책'을 이번에 꼭 보러 가야겠다는생각이 들었다. 

내 손으로 돈을 벌기 시작하면 이제 이런 일 정도는 척척 부모님 도움받지 않고 해결할 수 있을듯했는데 아무래도 비행깃값도 부담이 되고 이것저것 만만치 않은 게 사실이었다. 다행히 나주에 내려가 맘고생 하고 있는 딸내미가 안타까워 보이셨는지 멋지게 엄마·아빠가 비행기 표를 선물해주셨다. 이 은혜 언젠가 갚겠습니다.









한글날 출국, 공항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있는 것은 처음봤다




일정은 위시빈을 이용해 짰다. 장소들에 대한 여행객 리뷰가 많은 편도 아니고 일정표 내에 UI가 아직 불편한 것도 사실이지만 구글 맵과 자동으로 연동이 되어 하루 동선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 경비 및 여행 시간을 30분 단위로 짤 수 있다는 것이 나에게 큰 도움이 되었다. 위시빈을 이용해서 짰던 일정대로 움직였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았겠지만 내가 뉴욕 지하철에서 너무나 헤매는 바람에 그 일정은 그대로 따라가지는 못했다.

자료는 주로 블로그에서 '여자 혼자 뉴욕' 등의 키워드를 검색하거나, 여행객이라면 모두 안다는 네이버 카페 뉴행디를 통해 수집했다.


공연은 이미 티켓마스터를 통해 예매해두었다. 이번 여행의 목적이 공연이었던 만큼 5개의 공연을 예매했다. 일반 공연으로는 Sleep no more, 재즈 클럽은 Dizzy's Club, 뮤지컬은 Wicked, Lion King, The Book of Mormon을 예약했다. Dizzy's Club빼고는 다 미리 신용카드로 결제도 완료했다.

면세점에서는 친구에게 부탁받은 화장품 몇개, 자잘한 화장품 몇개, 나주에 두고 온 선글라스 등을 구매했다.

외국에 너무 오랜만에 나간 쫄보는 공항에 지나치게 일찍 도착해 라운지에서만 2시간을 멍때리는 기염을 토했다. 한글날이 금요일이었어서 그런가 인천공항에 그렇게 많은 사람들을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참고로 가방이 잘 보이게 묶어둔 끈은 전에 아이돌 굿즈 사면서 받았던 응원 수건이었는데, 아무도 못알아봤겠지? 제발...


뉴욕에 있는 친척이 날씨가 상당히 춥다고 해서 이것저것 많이 들고 갔는데…. 생각보다 상당히 춥지는 않았다. 지금 날씨(10월) 정도는 서울보다 약간 쌀쌀한 정도로 생각하면 될듯하고 일교차가 어마하게 하게 심했다. 숙소 근처에서 돌아다닐 때는 집에 와서 옷을 갈아입고 나간 적도 있다. 새벽에 나갈 땐 기모 후드티에 유니클로 패딩까지 입고 나갔다가 낮에 다시 나갈 때는가볍게 티셔츠에 트렌치코트 하나 정도만 입은 날이 두 번 정도 있었다. 
옷을 뭘 가져가야 될지 고민을 많이 했는데 결론은 그냥 자기가 편한 대로 입는 게 장땡인 것 같다. 나 같은 경우는 원래 트렌치코트나 긴 겉옷을 습관처럼 입고 이런 옷 입고도 바닥에 잘 주저앉기 때문에 별 상관없었는데 뜻밖에 트렌치코트가 신경 쓴 옷차림?? 처럼 보이는 것인지 뭐 때문인지 다른 나라 관광객이 입은걸 한 번도 못 봐서 좀 민망하기도 했다. 
신발은 마르고 닳도록 하얀 운동화만 신었다. 치마는 마지막 날 하루만 기분 낸다고 입었고 나머지는 전부 청바지 아니면 회색 바지로 버텼다. 미술관 같은데 가니까 한국 관광객들 특히 남자친구나 남편과 같이 온 한국 관광객들은 다 예쁘게 차려입었거나 맵시 있게 입었던데 난 그냥 이왕 혼자 온 거 제멋대로 노선을 타기로 했다. 원피스는 두벌 정도 혹시 몰라 넣어가긴 했는데 한 벌 겨우 입었다;;; 
(결국, 갈때는 편하게 입고 가자고 생각했던 이 복장이 일주일 내내의 복장이 되었다….)







아주 어릴 때 타본 이후로 비즈니스는 처음이었는데(사실 이렇게 장거리로 비행기 타본 게 언제였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긴 하다.;;;) 결과적으로 이야기하면 왜 사람들이 돈을 많이 벌려고 하는지 그 이유를 여실히 깨달았다. 비행기 타러 가기 전에 대기하는 라운지 편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비행기 안에서 끊임없이 나오는 밥들은 정말 맛있었고 자리도 편했다. 와인과 샴페인을 끊임없이 달라는 대로 줬다. 인상적이었다. 이불도 따뜻해서 아주아주 편하게 잠을 깊이 잘 수 있었다. 음식 사진 찍는 거 원래 엄청 부끄러워하고 싫어했는데 나올 때마다 찍었다. 언제 또 타보겠냐면서….














라면은 먹어보고 싶긴 했는데 사람들이 많이 시키는것 같지도 않고 승무원들도 너무 번거로울 것 같아서 딱히 시키지 않았다. 혹시 몰라 먹은 감기약때문에 삼각김밥 시켰더니 전주비빔밥 같은걸 갖다줬다.  











인사이드 아웃!!!!!!!!!!!!!!! 처음 봤다. 계속 본다 본다 하고 못봤는데 와인+샴페인 빨로 알딸딸한 상태에서 보니까 정말 너무 슬퍼가지고.. 하필 제일 슬픈 장면일때 기내식이 나와서 고기 써는 중 눈물 뚝뚝 흘리며 빙봉과 안녕인사했다. 초반의 조이는 약간 싸이코패스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치즈가 아주 맛있었다. 와인은 사실 잘 몰라서 그냥 있는거 다 조금씩 먹어봤다.  












이건 아침인데 사과쨈? 무슨 쨈 들은 데니쉬가 어마어마하게 맛있었다.  









새삼 승무원이, 그리고 서비스 직종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이 정말 대단한 사람들이라는 걸 느꼈다. 
다행히 내가 탄 비행기에 진상 손님들은 없었지만, 웃는 그들의 낯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눈살 찌푸릴만한 추태를 부릴 것이며 그들은 또 얼마나 속 썩어가는 인내로 그것들을 감내할 것인가;;; 
감정노동이라는 단어는 때로 듣기에 불편하면서도 그들이 겪는 스트레스와 노동의 강도를 가장 잘 반영하고 있는 단어라는 생각이 든다. 정갈한 손톱과 잘 틀어 올려진 머리카락과 시종일관 부담스러울 정도로 나긋나긋한 모습들이 대단하게 느껴졌다. 

이건 올 때 얘기지만 한가인과 한승연을 섞어놓은 듯한 승무원이 한국 들어올 때 서버였어서 계속해서 옆에 와서 말 걸어주고 챙겨주는데 몇 번이나 넋 놓고 봤다. 대한민국은 나 빼고 미남미녀 천국이야. 
내가 봐도 이렇게 두근거릴 정도로 예쁜데 남자들은 오죽할까 그리고 또 얼마나 많은 진상이 그녀를 괴롭힐까…. 까지 생각이 들면서…. 작년에 직장에서 국회대응을 담당할 때 보좌진이나 다른 기관 사람들이 그런 말을 했다. 젊은 여성분들이 많이 하지 않는 일인데 하고 계시네요, 라고. 그때는 그 일을 하면서 젊은 여성이 하지 않는 일을 젊은 여자가 하는 것이 얼마나 스트레스가 쌓이고 힘든 일인지에 대해서만 생각했다. 
승무원들을 보면서, 내가 느꼈던 것과는 조금 별개로, 누구나 '젊은 여성'이 하는 것이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일을 업으로 삼는 '젊은 여자'들은 과연 어떤 일들을 겪고 어떤 고난을 헤쳐나가야 하는 걸까 상상하며 고민했다. 

오지랖이 비행기와 함께 태평양 건너는 시간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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