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3. 스냅 촬영, 브루클린 브리지 파크, 5번가, 첼시
낮잠 안 잤는데도 잠드는 것에 실패했다. 내일 하루 종일 힘들게 버티고 나면 내일은 잘 수 있을 것 같다. 돌아온 후 내가 만난 모든 것은 똑같다. 내 현실도 주변의 사람들도. 달라질 것을 기대한 것은 아니었으나 적어도 나만은 좀 변하길 바라고 있었는데. 우울한 마음은 접어두고 여행 사진을 본다(10.18 작성)
혼자 떠나는 여행은 이번이 두 번째였다. 첫 여행은 일정 없이 떠난 3년 전 도쿄 여행이었다. 그 당시 여행도 즐거웠는데 너무 싸돌아다니다 보니 사진이 적었다. 내 사진은 말할 것도 없었다. 고민 고민하다가 큰맘 먹고 스냅사진 촬영 신청을 했다. 이곳저곳 비교하다가 시간 및 비용을 고려하여 에지 스냅이라는 곳을 선정했다. 이곳에 대한 후기는 월요일에 사진들을 받으면 더 제대로 올리도록 하겠다. 나는 타임스퀘어~덤보~브루클린 브리지 코스였다. 소호도 궁금하긴 했으나 전날 소호에서 진땀을 뺀 기억 때문에 다시 가고 싶지 않았고 여행자로서 전형적인 사진들을 남기고 싶기도 했다. 사진 촬영은 아침 아홉 시부터 진행되었는데 사진작가님 말마따나 사람이 적고 햇살이 좋아 나 같은 촬영 초보에게는 더 적합하지 않았나 싶다. 나의 자세와 표정이 평소 얼마나 어색하고 구부정해있는지 크게 와 닿는 세 시간이었다.
촬영 중간 진짜 맛있는 커피를 소개해주겠다며 작가님이 덤보의 브루클린 로스팅 컴퍼니로 나를 데려갔다. 전날 마신 블루보틀도 맛있었지만 이곳의 커피는 정말 아....... 아 정말............... 뭐라 형언할 수 없는 맛이었다. 혀로 느끼는 감각을 제대로 풀어낼 수 없음이 안타까울 다름이다. 목이 말라 아이스 라테를 시켰는데 아이스 라테의 맛도 놀라웠거니와 뜨거운 라테는 정말......(작가님이 한입 먹어보래서 염치 불고하고 호로록 마셔보았다) 혹시라도 뉴욕에 가시는 분들은 이 이름 잘 외워두셨다가 라테류 한번 맛보시기를 바란다. 맨해튼 및 뉴욕 시내에서 찾기가 어려워 이때 힌번 맛본 것이 너무나 아쉬웠다.
브루클린 브릿지를 마지막으로 촬영은 끝났다. 사실 덤보나 브루클린 브릿지는 야경 사진들이 예쁘길래 시간 예약할 때 고민이 많았는데 결과적으로는 날씨도 좋고 하늘도 맑아 사진이 예쁘게 나왔다. 색다른 추억이었고 의외로 서울에서도 한번 더 찍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거는 내 이이폰으로 찍은 사진인데 쭯 비교체험 극과 극
그리고 다른 곳에서는 줄이 너무 길어 차마 시도하지 못했던 쉑쉑 버거를 브루클린 브리지 파크점에서 겨우 시도했다. 가장 기본인 버거였는데 의외로 구성이 단순했다. 패티 치즈 토마토 양상추 끝. 아마 이 버거의 최고 포인트는 빵이 아닐까 싶은데 전자레인지에서 갓 돌린 모닝빵처럼(솔직히 오븐에서 갓 나온 거 다들 자주 먹어보지 못했잖아요) 폭신하고 담백한 것이 한국 햄버거 빵들과는 확실히 달랐다. 감자튀김은 비주얼은 환상이었는데 그저 그랬다. 그러나 다른 포스팅에서 말한 것처럼 내가 햄버거를 별로 안 좋아해서 남들 말하는 만큼의 황홀경을 못 느꼈을 확률이 크니 한번 정도 시도해보는 것도 좋을듯하다.
브루클린 브리지 파크. 여행 동안 만난 공간 베스트 중 하나였다. 긴 말 필요 없이 사진만 봐도 그 이유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스모가스 버그 벼룩시장이 열린다길래 열심히 걸었는데 장소가 바뀌었다고 해서 헛짓이나 다름없는 조깅이었는데도 정말 행복했다. 다리가 부서질 것 같았으나 하늘이 맑으니 뿌듯했다.
자연광이 말 그대로 절어서 셀카도 많았다.
아래는 캐논 엠쓰리로 찍은 사진들인데 카메라가 좋고 피부도 예쁘게 나오는 건 사실이지만 단렌즈가 내 얼굴 말고 다 날려버려서 여행지 셀카 용으로는 글쎄 잘....
브루클린 브리지 파크를 지나 지하철 타러 가는 길. 구글 맵 사용할 때 도보는 조심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게 가끔 관광객이 다니기에는 위험소지가 있는 길을 알려줄 때도 있다. 사전에 어둡거나 위험한 구역 정도는 잘 숙지해두었다가 길 안내 때 참고해야 한다.
지하철을 또 잘못 타서 이번엔 그랑 센트럴에서 내렸다. 5번가를 지나 집에 가는 길. 대신 전날 망고에서 카드가 막히는 바람에 사지 못했던 블라우스와 원피스를 살 수 있었다. 뉴욕에서 산 처음이자 마지막 옷이었다.
숙소에 오자마자 신발을 갈아신었다. 사실 이날은 저녁에 공연 슬립 노 모어가 예정되어 있어서(추후 포스팅 예정) 낮에 힘을 빼면 안 됬었는데 여행 스케줄이 늘 맘처럼 되는 게 아니어서.... 일단 운동화로 갈아 신고 맥키 트릭 호텔 근처에 있는 첼시마켓에 들러서 랍스터를 먹기로 했다.
왠지 너무나 미국스러운 진열...
얘들은 도대체 왜 이렇게까지 핼러윈에 집착하는지 잘 모르겠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그러는 건 더 이해 안 되고. 뭐 걔네야 역사적인 거시기가 있다손 치더라도. 첼시마켓은 뭐랄까 가본 적 없지만 왠지 비슷할 것 같은 현대백화점 신규 오픈 아시아 최대 식료품관 느낌이 났다. 중간에 한식집도 있는데 라면을 종류별로 파는듯했다. 이래저래 신기한 먹거리들 구경하며 구석의 랍스터 파는 곳으로 들어갔다.
저렇게 진열된 랍스터를 한 마리 골라 계산하겠다고 하면 그 자리에서 쪄준다. 5분이 채 안 걸리는 것 같고 정체를 알 수 없는 버터소스와 랍스터와 레몬, 포크, 수술 장갑을 주었다. 그럼 저걸 싸서 나오던지 그 자리에 서서 뜯어먹어야 한다. 개중에는 코딱지만 한 테이블에 부대끼고 서서 게를 뜯는 것이 영 마음에 들지 않는지 돌아서는 사람들도 많았다. 원래는 포장해 나와서 하이라인파크에 가서 먹을까 했지만 그 자리에서 먹기로 결심했다. 나중에 보니 현명한 선택이었다. 하이라인파크가 주말 저녁에 걷기도 힘들 정도로 사람이 붐빌 것이라고는 차마 생각도 하지 못했기에........
수술 장갑 야무지게 끼고 버터소스 듬뿍 찍어 먹은 랍스터는 아.... 맛있었다.............. 막 쪄서 나온 이 정도의 랍스터가 한국에서 얼마인지는 감이 잘 안 오지만.... 이 한 마리가 가장 작은 한 마리였는데 대충 32달러 안팎으로 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뉴욕에 오게 된 궁극적인 목적이었던....
장장 다섯 개 공연의 포문을 여는 슬립 노 모어를 보러 갔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