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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버트 Oct 30. 2015

트립 투 뉴욕 얼론 - 7

Day3. McKITTRICK HOTEL, Sleep no more


슬립 노 모어는 승아의 추천으로 봤다. 원래는 뮤지컬 3편과 Dizzy's Club에서 재즈 공연만을 예매해두었는데 더 참신한 공연이 없을까 알아보던 와중 받은 추천이었다. 처음 민박집에 도착해서 내일 Sleep no more를 보러 간다고 하자 사장님이 무조건 편한 신발을 신어야 하며 그날은 하루 종일 체력을 비축해놓는 게 좋을 거라고 해서... 걱정이 컸다. 심지어 호텔 측에서는 메일도 왔다. 편한 신발 입고 오세요. 편한 신발... 편한 신발... 편한 신발.... 대체 어떤 공연이길래.







Sleep no more는 The McKITTRICK HOTEL에서 진행되는 공연인데 이 호텔이 공연장 전체다. 2층부터 4층까지의 호텔이 공연장으로 꾸며져 있다. 각 방, 계단, 복도 등이 전부 다 하나의 공간으로 꾸며져 있다. 처음 짐을 맡기고(꼭 맡겨야 됨 짐을 들면 백이면 백 중간에 주저앉게 되어있음) 거의 보이지 않다시피 하는 복도를 더듬어 계단을 올라가니 바가 자리 잡고 있었다. 이 바에서 배우들이 멋진 턱시도 또는 드레스를 입고 관객들의 긴장도 풀어주고 농담을 주고받는다. 나는 운 좋게 소파 옆에 앉아 배우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는데 올해 크리스마스에는 뭘 하고 싶냐, 내년 크리스마스에는 뭘 하고 싶냐 다들 어디서 왔냐 등등 가벼운 담소가 빠른 영어로 진행됐다. 중간중간 셰익스피어 작품에 나오는 대사를 치는 것 같은데 도무지 알아들을 수가 없어 답답했다.


입장권은 위 사진 가면 위에 올려져 있는 카드다. 이 카드를 들고 대기하다 보면 6시에 턱시도를 입은 잘생긴 배우가 올라와 A를 가진 사람, 2를 가진 사람, Q를 가진 사람 등 조를 짜준다. 이 조가 일단은 하나의 엘리베이터를 타고 이동하는데 말이 하나의 조지 결국은 각자 흩어져서 건물 이곳저곳을 헤매게 된다. 









관람객들은 흰 가면을 쓴다. 배우와 관람객을 구분하는 수단이다. 공연 중에 사진 촬영과 핸드폰 사용은 엄격하게 금지되며 말을 하는 것도 절대 안 된다. 소리를 내는 것도 안된다. 배우가 간혹 관객에게 특정 액션을 취하긴 한다. 그래도 공연 자체가 전부 다 말이 없이 진행되기 때문에 아예 말할 일이 없다. 배경음악만 계속된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이 공연을 100% 이해하지 못했고... 30% 이해했으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공연은 단순히 배우를 쫓아다니고 그들의 행동을 관찰하는 것뿐만 아니라 방이나 복도 이곳저곳에 놓인 소품이나 공간이 가지는 의미를 파악하면서 진행된다. 최근 케이블에서 하는 지니어스 같은 프로그램을 좋아하고 이런 식의 스토리 퍼즐 맞추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추천하지만 솔직히 나는 그런 식의 게임을 잘하지도 않고 관심도 없어서 꽤 힘들었다. 줄을 서는 동안 내 앞에 있는 남자는 벌써 이 공연이 6번째 관람이라고 이야기하면서, 자기도 아직 이 모든 clue를 완벽하게 해석하지 못한다고 했다. 그런 공연이었다.









배우들은 연기를 하고 관람객들은 지켜본다. 호텔 전체가 아주 음산하고 어두운 데다가 살인사건을 다루고 있고, 격한 장면에서는 남녀의 나체도 빈번하게 등장해서 미성년자는 입장할 수 없었다. 힘들어 죽겠고 무슨 소리인지 하나도 모르겠고 솔직히 '와 재밌다!'라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지만... 만약에 뉴욕에 오래 있을 수 있다면 또는 한번 더 방문할 수 있다면 그때는 이 공연을 한번 더 접해보고 싶다. 왠지 처음 참여했을 때보다는 더 효율적으로 동선도 파악하고 배우 관계도도 파악하면서 잘 따라갈 수 있을 것 같아서... 이런 생각 때문에 이 공연을 6번이나 보고 그 후에도 다 파악하지 못했다고 말하는 거겠지만.









사진이 약간 사기인 게 관람객들 전부 다 절대 저런 옷 안 입고 있고 다들 청바지에 운동화 신고 열라게 뛰어다녔다. 배우의 연기를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것은 사실이다. 다들 정신 나간 사람처럼 연기하는데 일반 연극뿐만 아니라 현대무용도 함께 접목되어 있었다. 배우들의 연기도 연기지만 공간이 구성되어있는 방식도 인상적이었다. 


솔직히 일반적인 공연을 생각하시는 분들에게는 추천하고 싶지 않다. 실제로 중간에 나가겠다는 사람들도 있어 보였고 공연장 자체가 굉장히 어둡고 음침한 분위기가 감돌기 때문에 이런 기분을 굳이 겪고 싶지 않으신 분들은 비싼 돈 들여가며 공연에 참가할 이유가 없다. 공연과 예술의 꽃이라는 뉴욕에까지 왔으니 색다른 경험 한번 해보고 싶으신 분들이 있다면, 그리고 지니어스 류의 프로그램을 평소에도 즐겨보시고 이런 류의 추리를 즐기신다면 추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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