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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버트 May 21. 2015

너는 아마 나를 또 버리겠지?





한 친구가 꽤 오래전에 자신을 버리고 떠나버린 남자친구를 다시 만나기 시작했는데, 헤어질 때 그가 너무 매정하게 떠나버린 기억이 있어서, 너무나도 보고싶었던 남자친구와 다시 연애를 시작하는 와중에도 '너는 아마 나를 또 버리겠지?' 라는 생각을 지울수가 없다고 했다. 


문제는 '너는 아마 나를 또 버리겠지?' 라는 생각을 하면서, 최대한 마음을 덜 주고 잘 거리를 두면 괜찮은데(이성적인 판단), 또 내 친구는 미친듯이 그에게 빠져들고, 예전에 했던 걱정과 애닳는 마음+문제가 되는 그 걱정 때문에 두배(감정적 소모, 격한 말로 감정적 염병)로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남자에게는 미안하지만 나는 웬만하면 무조건 친구 편을 드는 성격이라, 미친 아스팔트같은 놈이 왜 다시 찾아와서 **이야 라는 욕을 해주었다. 그리고 이제 그만 만나는 것이 어떻겠냐며 조심스레 말을 건넸다. '아 진짜 그래야겠지?' 라는 너무나 예상하고 있었던 반응이 돌아왔고, 나는 '어근데 너 안헤어질거같으니까 그냥 끝장 봐라' 라는 무책임한 말을 건네주며 대화를 끝냈다. 

친구는 절대로 지금 이 시점에서 관계를 끝낼 수 없다. 그건 나도 알고 있다. 내 다른 친구도 그랬었고, 내 다른 친구의 친구도 그랬었고, 나도 그랬었으니까. 그녀는 '너는 아마 나를 또 버리겠지?' 라는 그 올가미에 발목이 잡혀서 빌빌대는 자괴감을 겪다가 다시 또 파국을 만나고 말것이다. 

'너는 아마 나를 또 버리겠지?' 라는 두려움은 내 친구를 좀먹고, 그 관계를 좀먹고, 결국 남자는 '아 내가 순간의 외로움에 치우쳐서 이 지긋지긋한 애를 또 만났군. 이젠 정말 끝이야, 쌩. 바이.' 라면서 떠나버릴 것이다.

너는 아마 나를 또 버리겠지?
너는 아마 나를 또 배신하겠지?
너는 아마 나를 또 힘들게 하겠지?

버리지 않고 옆에 있는 와중에도, 배신하지 않고 신뢰를 주려 노력하는 와중에도, 힘들게 하지 않고 잘해주려고 하는 와중에도, 우리는 얼마나 수많은 반복을 하며 그 쳇바퀴를 돌고있는지. 버림받던 그 순간을 잊지 않으려 당시의 기분을 기록하고, 좋은 기억을 지우기 위해 괴로웠던 기억들을 힘겹게 되뇌이는데도 쉽지않다. 

왜 그리 쉽지 않았지. 지금 생각해도 너절너절하게 어렵다. 
왜 이렇게 내 마음이 내 마음대로 안되냐는 몇몇 친구들의 상투적인 연애 고민에, 나는 사람 마음이 사람 마음대로 되면, 로미오랑 줄리엣이 그 난리가 났었겠냐. 라고 대답을 해주었다.

그렇지만 요즘 깨닫는다. 우리는 로미오도 아니고, 줄리엣도 아니고,  열일곱도 아니고, 소설속에 살고있지도 않다는 것을. 모든 연애가 즐거울수는 없겠지만 허구헌날 즐겁지 않은 연애는 더이상 연애가 아니다. 상대방과 손잡고 뽀뽀하고 기대고 팔짱끼고 난리지기를 부릴때 찾아오는 순간의 감정에 취해, 상대방의 부재로 찾아오는 적막감과 불안함을 외면해서는 안된다. 


아 물론, 어렵다. 
그러니까 내 친구는 아마 절대로 지금 이 시점에서 관계를 끝낼 수 없을 것이다. 

아,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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