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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버트 May 27. 2016

트립 투 교토 얼론-1


지나칠 정도로 빽빽하게, 가능한 모든 변수를 대비했던 뉴욕 여행기와 달리, 교토 여행은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무계획이었다. 위시빈을 이용해 어느 정도 스케줄을 잡아놓긴 했다만 갑작스럽게 쏟아지는 업무로 인해 교통 계획도 제로, 예산 계획도 제로. 환전도 출발 전날 점심시간을 이용해 겨우 하게 됐다.
 



뉴욕 여행에서는 부모님 찬스로 주제넘게 럭셔리 비행을 할 수 있었지만, 교토 여행은 저가 저가 저가 그중에서도 피치 못해 탄다는 피치 항공을 선택하게 되었다. 게다가 일곱 시 반 비행기. 트램을 타고 가야 하는 피치항공의 특성 때문에 새벽 내내 얼마나 마음을 졸였는지 모른다. 그러나, 공항에도 여자 저차 잘 도착한 데다가, 오늘 마침 피치항공이 트램 이용이 필요 없는 바로 앞 게이트를 이용하는 덕에 공항에서의 시간을 넉넉하게 보낼 수 있었다. 

탑승이 문제였다. 저가항공이래 봤자 비행기는 비행기잖아, 라는 안일한 기대를 했지만 피치항공 비행기에 발을 싣는 순간 나의 생각은 보기 좋게 무너졌다. KTX 일반석보다 훨씬 좁은 자리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벌서듯 빳빳하게 앉아 비행에 임해야 했다. 키카 크신 성인 남성분들은 힘들 수도 있어요, 라는 기존 블로거들의 예언을 믿었어야 했는데. 확실히 대한민국 평균 남성 키보다 큰 나는 긴장한 무릎을 끌어모아 오사카로 향하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그 와중에 김상중 아저씨가 광고하는 모차렐라 버거 먹은 건 자랑... 생각보다 치즈 잘 늘어나는데 배부르고 느끼하고 많이 먹지 못했다.
 



간사이 공항에 도착했다. 잠깐 잠든가 싶었더니 어느새 사람들이 부스럭거리기 시작해서 깼다. 기껏 교토 가서 그림 열심히 그려야지, 하며 목탄 홀더까지 샀는데 장렬하게 책상 위에 두고 온 이 칠칠이는 옆에 앉은 한국 사람에게 겨우 펜을 빌려 이것저것 서류를 작성했다. 

간사이공항에서 교토역으로 가는 길은 공항 리무진을 이용했다. 구체적인 안내글이 담긴 블로그 포스팅은 전부 다 1 터미널을 기준으로 하고 있어서, 내가 도착한 2 터미널 매표소와 8번 탑승구를 찾을 수가 없었다. 헤매고 있는 나에게 사람 좋은 미소로 다가온 안내원 할아버지께서 친절하게 표 뽑는 법을 알려주셨고, 오래지 않아 버스를 탈 수 있었다. 할아버지 초 야사시....(아는 일본어 10개 안됨)
 



리무진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데 어디선가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 고개를 돌려보니 대학 동기였다. 졸업 후 우연이라도 마주치지 못했던 동기인데 간사이 공항에서 만나니 반가움은 당연히 서른 배. 오사카와 교토를 동시에 방문할 예정이라는 친구와는 후에 페이스북으로 연락하기로 했다. 좋은 세상이다.

 



간사이공항에서 교토까지는 약 한 시간 반 정도가 소요되고, 리무진은 넓고 깨끗하며, 기사분은 친절했다. 창밖으로 지나가는 교토 풍경은 낯설면서도 익숙했다. 이 묘한 모순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요즘 이렇게 찍는 게 감성 넘쳐 보이고 좋던데 나는 제대로 찍지를 못했다. 일본에 왔다면 녹 차지!라는 마음가짐으로 간사이 공항 세븐 일레븐에서 산 두 음료수다. 맛차 라테는 한국의 것보다 훨씬 진하고 달았으며, 일반 녹차는 씁쓸한 맛이 강했다.




과장을 아주 조금 더 보태서, 지금 교토의 거리는 서양인이 반 동양인이 반이다. 중국인 관광객보다는 한국인 관광객이 더 많아 보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한국인 관광객이 절대적으로 많은 수도 아니었다. 오히려 이 모든 것들을 신기하기 그지없는 눈으로 바라보는 서양인들의 수가 절대적이다. 




한 시간 반을 조금 더 넘게 달려 교토역에 도착했다. 이때부터 이내비(내비게이션에 뺨치는 길 찾기 능력에 나름 자부심을 갖고 있었음)의 길 헤매기 여정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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