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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트립 얼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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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버트 Sep 09. 2016

트립 투 교토 얼론-3




뉴욕에서도 그랬지만, 여행 일정이라는 게 참 짠다고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다.

길 헤매다가 내일 들러야 할 곳을 오늘 들르게 되고 길 헤매다가 시간 다 버려 정작 가고 싶었던 곳은 못 가고 나중에 우연히 들르게 되고 뭐 그런 게 여행 묘미가 아니겠나. 

라고 말하기엔 교토에서 너무 헤맸다. 전 여행에서도 달성하지 못한 30,000보를 달성하고야 만 것이다.








한국보다 벚꽃이 빨리 피고 빨리 져서, 내가 방문했던 4월 15일 전후로는 벚꽃이 만개한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다만 막바지에 남은 벚꽃들이 비가 오며 바닥에 최후를 달리 한 모습은 운 좋게 볼 수 있었다.









우리나라 선거 포스터와는 좀 다르지?

숙소에 누워 총선 결과 살펴보던 그 교토에서의 밤이 벌써 3개월, 아니 4개월 전이다.


이런저런 포스터 구경하며 가모 강변을 따라 걷다 보니.... 어느새 니시키 시장에 와버렸어(??!!) 다음 날 아침 니시키 시장에서 끼니를 해결하려고 했던 나는 얼떨떨한 기분으로 인파 속에 섞여 발걸음을 옮겼다. 4년 전 도쿄를 방문했을 때 우연히 만났던 시장과 비슷한 느낌이기도 했다.





니시키 시장 근처에서 빠르게 끼니 때우기 위해 주문한 우니-사케-마구로동. 엄청 맛없었다. 비주얼은 갑인데... 거기 속았다. 일본에서도 비싼 게 맛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 돈이 최고야.





서양인 관광객이 정말 정말 정말 많았다. 거의 동양인 반(일본인 포함) 서양인 반 수준.







뽑기 꼭 해보고 싶었는데...







여기저기 각종 신사가 있고.





관광객이 한 두 명씩 땀을 식히고 있었다.

각종 쇼핑센터 사이에도 일본색 짙은 신사가 군데군데 자리 잡고 있었는데, 지나가는 서양인들이 쏘 오리엔탈~ 쏘 아시아~ 하는 감탄사와 함께 사진을 찍어댔다. 

얘들아 그거 오리엔탈 아니야... 아시아 아니야... 그냥 일본이야... 

나도 모르게 발끈하는 기분을 잠시 뒤로하고, 그럼 우리는 오리엔탈인가? 중국은 오리엔탈인가?라는 쓸데없는 사색에 또 잠겼다.





갓파가 좋아하는 오이.





모두가 느끼는 것 두 번 말해야 무엇하겠냐마는, 얄미울 정도로 정갈하고 깨끗했다.





그렇게 걷던 찰나에 눈에 들어온 것이.

GOOD TOURISTS DRINK GOOD BEER





저 문구에 안 넘어가면 투어리스트 아닙니다.

그 핑계로 낮술 한 잔.





백엔샵에서 산 아이폰 케이블은 아직도 잘 쓰고 있다.




































전통시장 살리기 일환으로 정부와 민간에서 다양한 정책과 방안이 고안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손에 쥐어지자마자 현금 빵을 생각하게 하는 온누리상품권 지급과 같은 정책보다는 사람들이 시장을 직접 청결한 시장, 친절한 시장, 예쁜 시장으로 느낄 수 있도록 하는 방안들이 시행되었으면 좋겠다.










짜증 날 정도로 깨끗한, 일관성 있는 이미지가 쭉 늘어져있잖아






게다가 깨끗하고 맛있다.


구경은 잘 했는데 씁쓸한 마음도 커졌다. 일단 시장을 벗어났다. 비가 오자 날씨가 제법 쌀쌀해져 급한 대로 300엔 샵에서 스카프를 하나 샀는데 정말 마음에 들고 품질도 괜찮아서 아직까지도 잘 쓰고 있다. 퇴근하는 직장인들이 여기저기로 빠른 발걸음을 옮겼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맛집 블로거인 레이니 님이 몇 번이고 극찬한 교토의 야끼니꾸 집 '우주 라야'에 가기 위해 먼 길을 나섰다. 





근데 정말 잘못된 선택이었다. 걸어도 걸어도 안 나왔다.

그 근처 가서 네 명한테 물어봤는데도 안 나왔다.

나중엔 오기로 찾았는데도 안 나왔다.

그래서 포기했다.

다시 숙소로 향했다.

(한번 더 말씀드리지만 4월의 교토 여정은 거의 길 찾기의 여정이었습니다)





포기한 김에 그림 같은 교토 골목이나 구경하기로 마음먹었다.
















왜냐면 거리 하나하나가 다 영화에 나오는 것 같아서요. 일본 영화 일본 소설 다 안 좋아하지만.





그래도 와타시 감청 충만해지는 느낌이랄까
















몰래 다른 사람들도 찍어보고











다시 숙소 근처로 오니 이렇게 예쁜 등이 길에 켜져 있었다.







4월에 기온 거리를 중심으로 축제가 있어 이렇게 예쁜 등을 달아놓았다.

게이샤들이 종종걸음으로 제 갈길을 가면 사람들이 정신없이 핸드폰을 들어 사진을 찍었다.

그런데 왜 이렇게 일본의 게이샤가 하나의 아이콘처럼 자리매김한 건지 혹시 아시는 분...? 단순히 게이샤의 추억 때문에?






야끼니꾸에 한이 맺혀 숙소 앞 야끼니꾸 집을 찾았다. 유명한 곳인지 몰랐는데 인터넷에서도 꽤 알려진 곳인지 내가 앉자마자 무서운 속도로 사람들이 밀어닥치기 시작했다. 잘생긴 총각 네 명이 꼬치도 구워주고 밥도 해주는 훈훈한 식당이었다.

자리에 앉아 하이볼 한 모금 삼키자 하루 내내 길 찾느라 긴장했던 몸이 풀어졌다.







물론 이거 먹고 또 먹음.





청년. 하나만 더 구워주쇼. 염통으로다가...





결국 알딸딸하게 취해 숙소에서 숙면을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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