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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트립 얼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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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버트 Oct 09. 2016

트립 투 뉴욕 얼론(끝)

어젯밤은 해야 할 것을 다 마치지 못하였으면서도 게으른 몸뚱이를 차마 더 움직이지 못하여 깊게 잠들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눈곱을 떼고, 책상 위에 있던 노트북과 중국어 책을 들고 선릉역에 왔다. 어느새 점심시간이 되어 혼자 육개장 한 그릇 먹고 타박타박 언덕길을 내려오는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 내 생애 처음으로 떠났던 제대로 된 여행이라는 게 정말 딱 1년 전, 딱 365일 전이구나!'


남들은 훌쩍훌쩍 여러 번씩 잘도 떠나는 여행이지만 겁 많은 집순이였던 나에게 1년 전 여행은 꽤 큰 사건이나 다름없었다. 그래서 그런지 여행을 다녀오고 난 후, 1년 동안 참 많은 게 바뀌었다. 


우선 몸 담고 있던 직장에 변화가 생겼다. 평생 다니려고 했던, 평생 다닐 수 있었던 곳을 박차고 나와 남들 보기에 다소 작고 들끓는 곳에서 일을 하고 있다. 당면했던 서운함과 힘든 일은 모두 잊고 용기와 격려만 담아둔 배낭을 메고 으쌰 으쌰 나왔다. 그래서 사는 곳도 바뀌었다. 작고 긴 전남 나주 원룸에서 오롯이 혼자 보내던 시간들을 접어두고 다시 상경하여 가족들과 살고 있다. 그때는 아직 서로 낯가리던 동거묘도 이제 내 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되었다. 옆에 있던 사람들도 바뀌었다(달라졌다 라고 썼다가 수정했다) 좋은 동료들, 좋은 친구들, 좋은 사람이 더 생겼고 저마다 손을 내밀어주었다. 


쉽게 끄적이고 말았던 글을 읽어주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그래서 글쓰기가 더 어려워졌다. 그래도 억지로 쥐어짜서 쓴다. 생전 처음 혼자 제대로 다녀온 여행을 구구절절 풀어썼을 뿐인데 여행작가라는 타이틀이 달렸다. 일 년이 지난 지금도 하루에 몇 명씩 구독자가 늘어간다. 졸지에 부담이 느껴져 올해 봄에는 혼자 교토를 다녀왔다. 11월에는 홍콩도 간다. 어딜 가면, 뭘 보면 뭐든 써야 한다는 해묵은 부담이 발목을 잡는다.


별것도 아닌 일기였는데 생각보다 너무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시고 격려해주시고 지켜봐 주셔서 태어나서 처음으로, <시리즈>로 진행된 글의 마침표를 찍는다. 1년 후의 마침표라도 없으면 나 자신이 찝찝할 것 같아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다. 이 매거진에는 더 이상 새로운 글이 추가되지 않을 예정이다. 


그래도 지금까지 지켜봐 주시고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이 말을 해야 할 것 같았습니다. 앞으로도 다른 곳에서 다른 여행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모두 당차게 즐겁게 행복하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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