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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트립 얼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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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버트 Dec 11. 2016

트립 투 홍콩 얼론-3


마카오 일정을 위해 일찍 눈을 떴....어야 하는데 전날 몹시 피곤해 늦잠잤다. 눈을 떴을 땐 이미 페리 시간이 빠듯했다. 부랴부랴 대충 옷을 챙겨 입고 집을 나섰다. 나흘 내내 묵었던 이비스 호텔을 조식 옵션 없이 결제할때만 해도, 아침에 일어나서 홍콩의 이곳저곳 조식을 탐방해보자는 야심 찬 계획이 있었는데, 그게 참 쉽지 않았다. 그래도 이날 아침에는 꼭 상기콘지에 가보겠다고 화장도 대충하고 방을 나섰다.





그런데 페리시간이 너무 빠듯해서 정작 나온 죽은 찍지도 못하고 메뉴판만 찍었다...

나는 고기류가 들어간 콘지(죽)을 시켰고, 북경에서 먹던 요우티아오를 다시 맛보고 싶은 마음에 식어빠진 요우티아오도 시켰다. 참고로 상기콘지의 죽은 정말 정말 맛있는데 요우티아오는 비추다. 차마 씹지 못할 정도의 맛없는 요우티아오가 나와 몹시 속상했다. 그러나 위에도 계속해서 언급했듯 당장 페리 타러 갈 시간이 빠듯했기 때문에 요우티아오 불평은 접어두고 죽을 마시다시피 들이켰다. 입천장이 다 데었지만 정말 맛있었다.





마카오로 가는 페리는 인터넷으로 진작 예매해두었다. 티켓 예매했다는 이메일이 도착하긴 하는데 이 이메일 인쇄한 종이나 여권을 들고, 매표소에 가서 다시 표를 끊어야 한다. 참고로 홍콩에서 마카오로 갈 때는 여권이 필수다. 홍콩에서 마카오로 가는 것은 다른 나라로 여행 가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에 여권을 꼭 준비해야 한다. 아, 비자를 따로 발급받을 필요는 없다. 언뜻 중국 사람들의 손을 들여다보았는데 홍콩과 마카오는 중화인민공화국 특별행정구로 지정되어있기 때문에 중국여권, 홍콩여권, 마카오여권이 전부 다 아예 다르게 생겼다. 홍콩과 마카오를 오갈 때는 입국신고서도 작성해야 한다. 





이렇게 공항에서 비행기 타는 것처럼 줄 서서 수속도 해야 함...

주말 아침부터 홍콩에는 비바람이 몰아쳐서 일본 출장 가서 입으려던 겨울 옷을 꺼내 입었다. 주말이라 그런지 중국인 관광객도 많아서 마카오로 향하는 길이 부쩍 험난하게 느껴졌다.

무엇보다, 한 시간 정도 걸리는 홍콩-마카오 페리를 탔는데.





구명조끼가 어디 있는지 찾고 싶을 정도로 배가 미친 듯이 흔들려서... 굉장히 긴장했다

뒤 쪽에 앉은 할아버지는 결국 멀미를 참지 못하셨는지 종이백에 그만...





그래도 너무나 평온해 보이는 사람들.

나는 흔들림이 무서워서 눈을 감고 힘들게 잠을 청했다(??)


마카오 페리에서 내려 밖으로 나가면, 각종 카지노와 호텔에서 운행하는 셔틀버스 무리를 만들 수 있다. 다들 자신의 호텔로 손님을 유치하기 위해 10-15분 간격의 무료 셔틀버스를 운행한다. 마카오 남쪽으로 갈 것인지, 북쪽으로 갈 것인지 대략적인 위치만 정하고 나면 걸어서 구경 다니며 금세 이동할 수 있는 거리이기 때문에 대충 행선지의 위치를 가늠해 셔틀을 잡아타면 된다.

나는 카지노가 모여있는 남쪽보다는 세나도 광장, 몬테 요새 등이 자리 잡고 있는 북쪽을 먼저 들를 예정이었으므로 북쪽 방향으로 가는 셔틀버스를 탔다.





여기저기 엄청 지나침.





금색이 똬악!





셔틀에서 내렸다.

마카오까지 왔으니 점심은 포르투갈 음식을 먹어봐야 하지 않나 싶어서 일단은 세나도 광장으로 향했다. 말이 향했다지 엄청난 인파와 우산에 휩쓸려 정처 없이 걸음을 옮겼다.







명품 시계(손목시계) 파는 곳들이 편의점처럼 널려있음. 중국어로 '시계를 선물한다' 送钟은 '임종을 지켜본다'는 뜻인 送终과 병음이 같아서 절대로 시계를 선물하지 않는다고 하던데, 손목시계(手表)는 완전 다른 병음이라 선물해도 된다고 한다. 

뭐랄까... 시계는 나에게 너무나 먼 존재여서 막연하게 '아 이걸 자산으로 생각하고 축적하기위해 구입하는가 보다' 싶었다.








비가 꽤 많이 왔지만 돈이 아깝고 짐 될 것이 두려워 끝까지 우산은 사지 않았다.

인파 속에 섞여 꽤 걷다 보니 노란색의 광장이 나왔다. 아 이것이 바로 세나도 광장!





음 이건 음 뭐랄까 글쎄 음

날이 밝았으면 좀 더 좋았을 것 같긴 한데





솔직히 전반적으로 촌스럽고 조잡한 느낌이 들어 약간 실망했다.





밤에 보면 차라리 괜찮았을까.





광장에 대한 불평불만은 접어두고 골목길의 포르투갈 음식점을 찾아갔다. 





이 노란색 건물인데, 1~2층에 있는 손님들 중 70% 정도가 한국 사람. 이때부터 직감했어야 했는데.





식전 빵은 맛있었는데





후추가 가득 들어간 이 스테이크와 감자튀김은... 롯데월드 아니면 에버랜드에서 많이 먹어봤음직한 그런 맛. 로티로리 머리띠 한 친구들이 서빙해줄 것 같은 그런 맛...

가게 이름은 에스카다이고 마카오 맛집으로 블로그에 검색하면 종종 나온다. 그런데 나는 그 타이틀에 전혀 공감하지 못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롯데월드/에버랜드에서 만나볼 수 있는 맛이다.

그래도 분위기는 좋았다.





몬테 요새에 올라가면 마카오 풍경을 볼 수 있다기에 올라가는 길





근데 사람이 정말 너무 많죠





포르투갈 지배 시절의 건축물들이 남아있다고는 하는데





홍콩과 마카오의 그 어떤 곳보다도 더 명동 같다는 느낌을 받아서.





이런 건물 몇 개 찍고





몬테 요새 올라가는 길에 일반 민가를 구경하는 게 훨씬 더 인상적이었다.








밀림 같은 수풀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이렇게 생긴 성벽이 나오는데 이게 바로 몬테 요새.

1617년부터 9년간, 포르투갈의 예수회 선교사들이 자신들의 본부로 이용하기 위해 건설하기 시작한 요새이며 해적으로부터 선교사와 마카오를 보호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이건 다시 말하면 자신들을 더 보호하고 식민지 건설을 공고화하려 했다는 뜻. 아직도 곳곳에 대포가 배치되어있다. 마카오를 동방의 거점 구역으로 확보하기위해 침략했던 네덜란드와 전쟁이 일어났을 때 요긴하게 쓰였다고 한다. 

날씨가 좋았다면 전경이 더 멋졌을 텐데 아쉽다. 그래도 마카오에서 들른 장소들 중 사람도 제일 적고 한적하니 좋았다.






마카오





홍콩에 비해서는, 전반적으로 낙후되어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음. 카지노나 호텔 빼고, 전반적으로.





너무 힘들었지만 인증샷은 남겨야 하기에....

몬테 요새에서 옆길을 따라 내려오면 세인트폴 대성장 유적이 등장한다.





세인트폴 성당 유적은 1580년 완공되었는데, 극동지역에 최초로 설립되었던 서구식 대학 '성 바울 대학'의 일부였다고 한다. 1800년대에 화재로 인해 성당의 앞부분, 아니 성당의 앞 벽만 남아있는 모습이 되었다. 성당 전체가 남아있더라도 그 엄청난 규모 때문에 유명하긴 했겠지만, 아마 쓰러질 듯 쓰러지지 않는 위험한 모양새로 아슬아슬하게 남아있는 성벽이 관광지로서의 드라마틱한 효과를 가져오는 극대화시키는 게 아닐까. 

이번 여행기를 쓰면서 발견한 블로그에 이 장소에 대한 내용이 훨씬 더 자세히 적혀있다. 블로그 관리자분이 아들과 함께 여행을 가면서 조사한 내용이 상세하게 적혀있는데 나도 나중에 자식 데리고 여행가게 되면 이렇게 공부해서 데리고 가고 싶을 정도로 알찬 내용이다.

URL: http://bit.ly/2hhY1rn





사실 이 근처를 더 둘러볼까도 했는데 그러지 못한 이유는. 보시면 아시겠지만.





.....





사람이 진짜.... 헌뚜어..........

허유산 망고나 먹으러 가야겠다고 결심





1. 망고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나

2. 날씨가 추워 차가운 게 먹기 싫었던 나

3. 그래도 허유산 망고 빙수는 먹어야 했던 나





후회 0

만족 1000

하얀색 새알심만 한 대접 퍼먹고 싶었다.


망고빙수 먹고나서 카지노+쇼핑몰 구경하러 가기 위해, 셔틀장소로 가는 도중 만난 육포 거리.

홍콩 육포 하면 떠오르는 비첸향 말고도 다양한 육포 집이 거리에 있다. 그 자리에서 육포를 가위로 잘라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나눠주기도 함. 여기까지 왔는데 육포 하나 사갈까 하다가도, 말랑말랑 달짝지근한 중국 육포보단 찔깃 찔깃 짠 서양(?) 육포를 더 좋아하기 때문에 마음을 접었다.





무엇보다... 빨리 여길 탈출하고 싶었어





탈출하는 길에 만난 엑소(?)





마카오 길에서 자주 만날 수 있었던(周大福). 간체자에서 찾을 땐 zhoudafu로 찾았는데 원래 발음은 chow tai fook이라고 한다. 시가 총액 2500억 홍콩달러가 넘는 광둥 성 지역 최대 주얼리 기업. 네이버에 검색해보니 이민호가 모델을 하면서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도 많이 알려졌다(2014년) 그런데 알고보니 이민호를 광고모델로 기용했을 뿐만 아니라 아예 이민호 라인을 론칭했다고...

중국과 홍콩을 핵심지역으로 두고 점차 세계 시장으로 진출하려는 목표를 갖고 있는데 중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18K 제품뿐만 아니라 다이아몬드, 옥, 진주, 보석도 함께 취급한다. 쇼윈도에 옥 덩이가 턱턱 얹어져 있는데 가게마다 중국인들도 바글바글했다.

중국 팬이 한국 아이돌에게 周大福 장신구를 주었다는 글도 인터넷에서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아이폰, 맥북, 카메라, 면도기, 노트북 등 중고 매장 진짜 많음. ㅜㅜ

과연 이 중고 물품이 다 어디서 나오느냐! 카지노 아니겠느냐! 그래서 카지노로 향함(?)





나중에 마카오 가면 공연도 보고 싶다.





외관은 정말 세련된 호텔이었는데 들어가자마자 너무나 중국스러운 조형물에 ㅋㅋㅋㅋㅋ 나도 모르게 육성으로 ㅋㅋㅋ 를 남발하며 사진 찍음. 심지어 저 색깔이 빨간색~노란색~파란색 계속해서 바뀜

아 난 이래서 중국이 너무 좋아





우리나라 백화점들 크다 크다 하는데 그만치 큰 백화점들이 수십 개 호텔 밑에 하나씩 있으니 말 다했다. 돈이 돈 같지 않고 사이버머니 같고 내가 생각하는 가격보다 0이 두 개씩 더 붙은 상품들도 많다. 













날이 너무 추워서 베네시안 리조트 안에 있기로 결심. 

베네시안 리조트는 객실수가 무려 3,000개인 데다가 아시아에서 가장 큰 실내공간을 보유한 베네시안 호텔이다. 리조트 내에 수영장도 몇 개씩 있다. 무엇보다 베네시안 리조트 쇼핑몰에는 400여 개에 육박하는 가게들과 이탈리아 베네치아를 본떠(?) 조성한 운하와 곤돌라가 있다... 이것도 뭐랄까 롯데월드와 에버랜드 느낌-_-; 지나가는 배를 유심히 살펴봤는데 노 젓는 사람 중 중국인은 하나도 없음. 전부 다 외국인. 이탈리아 베네치아 콘셉트를 유지하기 위함인가.





최근 한국 면세점에서도 쉽게 만나볼 수 있는 스타일난다 매장이 여기에도 들어와 있다.

비즈니스포스트에서 작성한 2015년 5월 기사에 따르면 스타일난다는 이제 국내보다 중국에서 이름이 더 알려진 브랜드. 2014년 롯데백화점 본점에서는 중국인이 찾는 최다 브랜드 1위에도 올랐다고 한다. 의류뿐만 아니라 화장품 사업까지 뷰티 영역에서 어마어마한 영향력을 뽐내고 있다. 처음 대학교 입학해서 인터넷 쇼핑에 눈을 뜰 때만 해도 스타일난다는 너무 쏀 언니 컨셉이라 접근하기 어려운 쇼핑몰이었는데 어느새 이렇게 대규모 브랜드가 되어버렸다. 쇼핑몰에서 고객을 '언냐', '언니'라고 부르는 것도 스타일난다에서 시작한 것이라고 기사에 나와있음ㅎㅎ

URL : http://www.businesspost.co.kr/news/articleView.html?idxno=12893





엄청 기대했는데 사실 한국에서도 먹을 수 있는, 같은 브랜드의 에그타르트. 그래도 가격이 한국 절반이라 좋다.





해가 지기 시작해서 밖에 나가서 잠깐 구경하다가(저 건물들이 전부 다 호텔, 카지노)








다리 아파서 다시 베네시안으로.





이 <웅장한> 컨셉을 보라.





어마어마하다.





나도 카지노 가서 100달러(만 오천 원 정도) 걸어보았는데.

100달러 깡그리 날렸다.

카지노에 처음 들른 사람들에게는 '초심자의 행운'이라는 게 따른다는데(전문용어라고 한다) 나는 그 초심자의 행운조차 없었다니... 씁쓸하다.




크리스마스 분위기의 마카오











그러나 하늘이 어두워지자 빨리 홍콩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뿐








결국 원래 예약해두었던 표보다 한 시간 일찍 페리 터미널로 가서 표 교환이 가능한지 물었다. 4,000원 정도의 추가 요금을 내고 표를 한 시간 앞당길 수 있었음. 돌아오는 페리는 가는 페리보다 더 흔들렸는데도 너무나 피곤해서 정신없이 졸았다.





호텔로 돌아오는 길.

여행 중 만나는 비는 늘 난감하지만, 비가 내리고 난 후 찍은 사진은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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