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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트립 얼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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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버트 Dec 06. 2016

트립 투 홍콩 얼론-2


컨디션이 영 좋지 않았다. 출장이 있어 홍콩에서 도쿄로 바로 건너가야 했기 때문에, 컨디션 관리를 일찌감치 해야 했다. 슬쩍 불안했다. 계획을 바꿨다. 이날 원래 계획은 이른 아침 일어나 근처 식당에 가서 조식을 먹는 것이었는데 결국 느지막하게 기상해서 꿈지럭꿈지럭 나갈 준비를 했다. 출근시간이 지난 홍콩 길거리가 한산했다.








홍콩에는 빨간 택시, 초록 택시, 파란 택시가 있다는데 빨간 택시가 홍콩 전반(린타우섬의 통충 로드와 란타우섬 남부 제외)을 다니는 택시다.





야자수가 있어서 좀 놀람.





마마 광고 표지판이 많았다. 버스 광고도 꽤 한다. MAMA는 2009년부터 싱가폴, 마카오, 홍콩 등에서 개최되고 있고 홍콩에서는 2012년부터 개최되고 있다. 케이팝 종주국의 위상을 토대로, 한국음악 시상식이 아닌 아시아 시상식을 표방한다고는 하는데 솔직히 크게 의미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매번 크게 다뤄지고 CJ 채널들에서 엄청나게 재방송이 진행되지만 뭔가 남의 잔치/자기들끼리 잔치 같은 느낌이다. 베테랑 제작진이 해서는 안되는, 가수명, 제목 명의 오타 실수가 이어지는건 다반사고 일어날리 없는 공연 실수도 연발이거. 규모는 큰데 디테일이 부족하다는 느낌이 몇 년째 쭉 지속되는 듯.


여튼 육교 지나는데 크게, 잘 보이는 IFC의 애플샵.





IFC 안에 들어가니 보이는 TEA WG.

그러고 보니 홍콩 가서 애프터눈 티 세트 한번 못 먹었네. ㅜㅜ





배가 고파서 돌아다니다가, IFC 중간에 있는 샐러드 집에서 샐러드와 주스, 수프를 사봄.

주스는 우리나라에서도 흔하게 먹을 수 있는 클렌징 주스 맛이고 샐러드는 어마어마할 정도로 건강하고 동시에 물리는 맛.... 처음 세 스푼은 맛있게 먹었는데 나머지는 못 먹었다. 수프도 물리는 맛. 죄송하지만 IFC에 가셔서 여기를 도전하고 싶으신 분들은 그냥 옆에 스타벅스에서 드시거나 케이크 가게만 가시길...





사실 딱히 IFC에 큰 볼일이 있었던 건 아니라 홍콩 스타트업 지원기관인 코쿤을 들려보려고 했는데, 내려오는 길에 그만 가방을 사버렸다..! 엄마 지갑도..!

짐이 많아졌다!


IFC 지하로 내려가면 짐을 맡아주는 센터가 있다. 맡기자마자 세 시간, 세 시간부터 24시간까지 가격이 다르다. 카드는 불가능. 저렴한 가격은 아니지만 유니폼까지 입고 있는 사람들이 여권 확인까지 하며 짐을 맡아주기 때문에, 마음이 훨씬 편하다. 어차피 집에 가려면 센트럴을 들러야 하기 때문에 아예 짐을 맡겨놓고 오후 내내 돌아다니기로 결심했다.





컨더지.








홍콩에 코쿤이라는 스타트업 지원기관이 있는데,

휴가 중이기도 하고 꼭 들러야 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어차피 오후에 시간도 많이 남았기 때문에, 코쿤에 들렀다 소호로 가볼까 싶어 방문해보았다.





찾아가는 길은 어렵지 않았으나, '이런데 과연 스타트업 지원기관이?'라고 생각할법한 왠지 구질구질한 건물들 사이로 걸어야한다. 그러다보면... 갑자기 엄청나게 휘황찬란한 건물이 등장하고, 전혀 스타트업 지원기관이 자리잡지 않을 것 같은 건물 3층으로 올라가면, 난데없이 창업 생태계가 펼쳐진다. 스게.





사전에 연락을 하고 가거나 한 게 아니어서 로고만 찍고 구경하다 가려고 했는데, 넘나 친절하신 매니저님이 나오셔서 친절하게 설명해주시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입주 공간도 있고 투자도 하고 코워킹 스페이스도 있고 전반적인 공간은 디캠프와 비슷한 느낌!








내가 방문한 날은 기관 내에서도 행사가 준비 중이어서 더 활기찬 분위기였다.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코쿤은 Theodore Ma, Erica Ma, Maximilian Ma에 의해 창업된 기업이다. 이들은 두 가지 목적을 가진 플랫폼을 설립하고자 했다. (1) 창업가들이 서로 아이디어를 교환하고, 정보를 공유하며 협업할 수 있는 실질적인 공간 (2) 창업가들이 홍콩 비즈니스 관계자들과 교류해서 사업모델을 구축하고 성공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는 공간이 되는게 그 목적이었다고 한다.

시설 자체는 우리나라의 창업 지원 기관들과 크게 다르지 않아보였다. 다른 지원기관들처럼 카페와 핑퐁 테이블도 있다고(위키피디아도 also라고 표현함). 렉쳐나 세미나, 멘토십 프로그램, 바캠프 같은 네트워킹 이벤트를 개최하고 스타트업 위켄드나 해커톤 같은 행사도 연다. 프리랜서 개발자나 디자이너들을 스타트업과 연계해주는 채용 이벤트도 개최하고 있다.

코쿤 홈페이지에 나와있는 설명도 그렇고, 직접 설명해준 실무진도 이야기해준 것인데, 코쿤은 여타 창업기관들에 비해 <교육>에 굉장히 집중하고 있는 편이어서 이와 관련된 프로그램들도 다양화되어있다. STEP Program이라고 하는데 홈페이지 찾아가면 자세히 나와있다.





어쨌든 예상보다 길어진 담화(?) 끝에, 적어도 다니는 회사 영어 소개 정도는 당황하지 않고 설명할 수 있게 연습 좀 더 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홍콩에 있는 내내 정말 추웠는데 코쿤에 방문했을 때는 예상치 못하게 영어로 스얼 소개를 하느라 나도 모르게 등에 땀이 흥건했다...





끝없이 뻗은 홍콩 고층 건물들 사이로 종종 대나무로 촘촘히 엮인 건물들이 자리 잡고 있다. 이런 건물을 심심치 않게 봤는데, 이 촘촘한 것을 대나무 비계라고 한단다. 철에 비해 가볍고 저렴하고 즉석에서 잘라매는 것이 가능하며 홍콩의 기후적 특성상(습도 높고 태풍 많음) 적응력이 좋아 대나무 비계가 많이 쓰인다고 한다. 그런데 이 대나무 비계는 중국에서는 너무 위험해서 이미 금지되었고 전 세계적으로도 홍콩에서만 쓴다고 한다. 엄청 궁금해서 영어로도 검색해봤는데 의외로 가까운 곳에, 너무나 잘 정리해주신 브런치 글이 있어 url을 공유한다(https://brunch.co.kr/@saranghara/39)





버스를 타고 소호로 가는 길...





버스 타구 내려서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 타러 가는 길...





홍콩 버스 타고 보는 풍경 너무 좋아서 나중에 또 오게 되면 그땐 버스만 타고 다니고 싶다. 노선을 익혀서...








어느새 짠!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 도착.

사실 난 한 번에 이어진, 엄청나게 높이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인 줄 알았는데, 그래서 기네스에도 올라간 줄 알았는데 그건 아니었음.





다른 분들의 리뷰에서도 볼 수 있듯이 외국인(특히 백인 남자들)이 엄청나게 많음.

정확히 숫자는 세보지 않았지만 눈짐작으로 보기엔 여실 없이 그래서 왜 그런지 이렇게 저렇게 검색해보았는데 딱히 뭐 시원하게 해결해줄 만한 답변은 없다.





어쨌든 소호. 사람들이 홍콩 소호 소호 하는 것에 비해 그다지 큰 감흥을 못 느꼈다. 영국 가본건 아니지만 뭐 딱히 영국스러운 것도 모르겠고 중국스러운 것도 모르겠고 그게 홍콩스러운 거라고 하면 할 말 없고.

그러고 보니 작년에 뉴욕 소호도 그냥 그랬는데 나는 먼가 소호와 안 맞는 듯... 그나마 홍콩 소호는 뉴욕에 비해 체인점이 즐비한 건 아니라 그거 하나 볼만했다. 근데 이 정도 분위기는 신사동 가로수길이나 경리단 길에서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분위기다.





그래도 뭐 열심히 돌아는 다님.





왜냐면 소호에 들른 목적이 있었는데. 젤 중요한 목적.





그건 바로.





맛집 찾아다니는데 아무런 취미가 없는 나조차도 혹하게 만들었던 음식점인. 바로.





양조위 단골 음식점이라는 카우키식당...





다섯 시 반에 도착했는데 벌써부터 줄 서있고 안에 사람들이 꽉 차있다. 다른 사람들이 리뷰 올린 것처럼, 캐시 온리고, 한 사람당 450달러 이상은 무조건 먹어야 하고, 심지어 빼곡하게 합석하며 먹어야 하고, 어버버하고 있으면 불친절한 사장님이 빽 소리 지른다. 양조위 왔을 때도 그렇게 하는지 궁금함.





근데 어쨌든 여기는 한번 꼭 가보고 싶어서...





다시 봐도 배고프다. 김이 풀풀 쏟아져 나오고, 위생적이지 않은데 또 그렇다고 딱히 더러운 것도 없어 보이는 이상한 식당.





이름은 잘 생각이 안 나고, 급하게 줄 서면서 제일 유명하다는 고기 국수를 골라서 시켜봤다. 맛이야 뭐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원래 물에 빠진, 데친, 삶은 고기를 좋아하는 데다가 국수 면발이 의외로 꼬들꼬들하고 국물도 적당한 간이어서 정신없이 고개를 박고 먹었다.


그래서 소호에서 볼 일 끝남.









아 아니다. 볼 일 딱 하나 더 남음.

그건 바로.





에그 타르트.

근데 솔직히 한국에서 먹는 거랑 뭐가 다른지 잘 모르겠다... 내가 이래서 맛집 블로거는 못하는 듯. 그냥 다시 택시 타고 피크트램 타러 감.





뭐 엄청난 관광장소니 긴 코멘트는 하지 않겠다. 어마어마한 사람들과 함께 피크트램을 타고 올라가면(피크트램 생각보다 무지하게 빠릅니다)





짠. 홍콩이 다 보여요. 사실 밑에 있는 집들보다는, 이 광경이 다 보일, 산 위에 있는 집들이 더 부럽긴 했다. 홍콩은 층고 제한이 없어서 높은 지대 경사진 면에도 아슬아슬하게 고급 아파트가 자리 잡고 있다. 밑에서 빽빽하게 안 좋은 공기 마시며 사는 것보단 위에서 멋지게 사는 게 더 좋은 인생 같아 보였다. 물론 어마어마한 집값 낼 수 있는 인생이니 좋은 인생이겠지. 버스도 많이 다니고 트램도 있으니 출퇴근이 어렵지는 않을 것 같았다.


아 맞다 여러분 그거 아시는지.

제 팔이 거의 셀카봉만 합니다. 셀카봉보다 심지어 안정적!





그래서 셀카가 잘 나옴.





있는 척하면서도 찍는 셀카도 잘 나오는데 사진은 역시 남이 찍어주는 사진이 제일 좋으니까,

여행 다니면서 느낀건데, 혼자 사진을 찍어야할땐 나 다음으로 내 얼굴 잘 찍는 한국 사람들한테 카메라를 줍니다. 혼자 여행 다닐 때는 동양 여자들에게 사진을 부탁하는 것이 가장 잘 나옵니다. 우리는 우리만의, 우리끼리의, 이런 사진이 좋은 사진이고 이렇게 나오는 사진이 예쁜 사진이라는 암묵적인 컨센선스가 있어서 공통적인 예쁨의 향기를 공유함. 근데 외국인 동양 남자들이나 서양 남자애들(특히 아저씨들)은... 내 사진을 마치 영국 화보처럼 사진 찍어놓는다(http://theqoo.net/index.php?mid=square&filter_mode=normal&document_srl=265909396)







역시 한국 사람들이 사진 잘 찍어줌.





그래도 내가 젤 잘 찍음.





너무 추웠다. 진짜 너무너무 너무...

그래서 일단 집에 어서 가려고 내려옴. 내려오는 트램 타려면 또 줄을 어마 무지 서야 하는데, 추위때문에 자신이 없어서, 그냥 일반 버스 타러 내려왔다. 사진 보시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털모자+목도리 하고 있는지 보실 수 있음.








그래도 버스 타니까, 종점에서 종점까지 편하게 갈 수 있어 좋았다.


참고로 피크 트램 타고나서, 시내로 내려오는 버스 완전 추천이다. 트램보다 훨씬 좋다. 오히려 빅토리아 트램 타고 위에 올라가서 보는 것보다 야경도 더 잘 보이고, 비싼 아파트들도 구경할 수 있다. 약간 돌아오긴 하지만, 어차피 야경 보러 온 관광객이라면 이 루트가 훨씬 좋다. 내 경우 같이 버스 타고 내려오는 사람들 모두 피크트램 타고 가는 관광객이었는데, 창밖에 야경이 비칠 때마다 '우와~ 와우~ 예에~' 소리 지르는 게 왠지 모를 동질감이 느껴졌다.





어쨌든 추위를 극복하고.





다음날은 마카오 일정이 있기 때문에.





빨리빨리 집에 왔다. 왠지 이번 홍콩 여행의 목적은 컨디션 관리였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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