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몹시 많다. 해리포터 스튜디오에 대한 스포일러도 많다.
우선 해리포터 스튜디오 티켓을 구하는 것부터 애를 좀 먹었다. 영국 여행 자체가 넉넉한 준비 기간을 두고 결정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한 달 전에 스튜디오 티켓을 구하려고 했더니 이미 공식 홈페이지에서는 전부 다 매진이었다. 영국 여행이 결정되었고, 해리포터 스튜디오를 꼭 가보고 싶었다면,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일단 비행기표와 동시에 해리포터 스튜디오를 구입하는 것이 차라리 마음 편할 듯하다. -_-;
공식 홈페이지에서는 아무리 기다려도 표가 안 나올 것 같아서 차라리 한국의 각종 여행 사이트들, 소셜커머스에서 해리포터 스튜디오를 검색했다. 물론 여기도 다 있는 건 아니다. 뒤지고 뒤져서 겨우겨우 주말 저녁 6시, 그러니까 마지막 타임 입장권을 살 수 있었다.
https://www.wbstudiotour.co.uk/
해리포터 스튜디오 티켓을 구매하기 전에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 있다면,
첫 번째는 해리포터 스튜디오 자체가 런던 시내에서 꽤 떨어진 곳에 있다는 것. 그래서 여행사가 마련한 셔틀버스를 타거나 각자 차량을 이용해야 한다. 당연히 지하철도 안 가고 기차도 안 간다. 빅토리아 스테이션 근처에 가면 런던 시내에서 해리포터 스튜디오로 가는 셔틀버스가 있는데 이것도 역시 사전에 예약해야 한다. 살 때는 정신없이 샀는데 나중에 보니 나는 한국 여행사를 통해서 티켓을 구입한 거고, 한국 여행사는 영국 여행사에게서 티켓을 구입한 거고, 영국 여행사는 티켓과 버스를 패키지로 묶어 판매하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물론 공식 홈페이지에서 파는 티켓 값보다 비싸다(^^) 염두에 두시기 바란다.
두 번째는 해리포터 스튜디오의 입장 시간이 정해져 있다는 것. 마지막 입장 시간은 6시다. 하루 종일 있고 싶은데 어떡하지? 싶은 분들은... 사실 뭐 그렇게까지 걱정할 건 없다... 나 역시 온갖 구석을 돌아보고 또다시 가보고 미친 듯이 헤집고 다녔지만 2시간 45분-3시간 정도면 충분했다. 운동화를 신고 갔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나중에는 다리가 아파서 조금 일찍 런던으로 돌아오는 버스를 탈 정도였으니까.
세 번째는 혼자 가면 사진 찍고 구경하는데 정말 불편하니 어떻게든 셔틀버스를 타는 정류장에서 친구를 사귀라는 것이다.... 나 역시 나 홀로 여행족이었기에 이 부분이 몹시 걱정됐다. 다행히 버스 정류장에서 혼자 온 사람들과 인사를 하게 되어 그들과 같이 다니며 서로 사진을 찍어줄 수 있었다. 여행에 사진이 전부는 아니지만 이런 장소에서는 솔직히 사진이 전부다. 창피함을 무릅쓰고, 나의 모자란 영어실력을 잠시 묻어두고 '우리 해리포터 스튜디오 가면 서로 사진 찍어줄래?'라고 철면피로 들이대 놓는 게 좋다. 정작 말을 던져놓고 보니 상대방들도 혼자 하는 여행은 좋은데 해리포터 스튜디오에서도 혼자 셀카를 찍을까 봐 몹시 걱정하고 있었다. 그러니 혼자 하는 여행이어도 여기서만은! 꼭! 사진 찍을 사람을 구하라...
표를 살 때 안내된 장소에서 버스를 타면 해리포터 1편, 마법사의 돌을 틀어준다. 해리포터가 호그와트에 입학할 때 역시 초등학교에 입학했던 나는 실제로 해리포터, 다니엘 래드클리프와 동갑내기 친구인데 그 친구덜이 이렇게 자기 얼굴 크게 박힌 스튜디오에 등장하는 큰 배우가 될 동안...
나는 걔네 만큼은 아니지만 혼자 런던까지 여행 올 수 있을 만큼은 돈을 벌었다. 기분 째졌다. (왕긍정)
날씨가 엄청 추웠다. 다행히(?) 스튜디오 안은 더웠다. 가방 검사도 굉장히 철저하게 한다. 음식물이나 음료는 반입 가능한데 단 스튜디오 중간 즈음에 마련된 카페테리아에서만 꺼낼 수 있다. 중간에 마신다고 쫓겨나는 건 아닌데 주변 사람들이 다 쳐다보는 민망한 상황을 낳을 수 있음.
들어가면 막 이렇게 '안녕 우리 보러 왔지' 하고 배우들이 반겨준다.
들어가려고 줄 서는데.
짠해...
제일 처음 반겨주는 건 이거.
몇십 명 정도가 같이 한 번에 시간 맞춰 입장하는데, 들어가서도 계속 같이 다녀야 되는 건 아니다. 다만 소개 영상과 주의 멘트 정도를 공유하기 위해 이렇게 입장 시간을 두는 듯. 이 어두컴컴한 방에서는 전 세계의 해리포터 포스터들을 보여주면서(물론 한국어라 찍음) 안내 멘트를 랩처럼 내뱉는다. 동영상은 찍지 말랬는데 앞의 중국인 아저씨가 꿋꿋이 아들을 동영상으로 찍고 있어서 좀 민망했다.
이 방을 지나면 잠시 극장 같은 곳에 앉으라고 한다. (여기서부터 스포)
해리, 론, 헤르미온느 3 총사가 나와서 이 영화가 얼마나 오랜 시간 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노력으로 만들어졌는지, 이 시리즈 자체가 얼마나 마법 같은 역사의 산물인지에 대해 짧게 설명해준다. 이 스튜디오를 만드는 과정도 짧게 보여줬던 것 같다. 그렇게 해리포터 시리즈와 스튜디오를 소개한 후 '그럼 우리 한번 들어가 볼까요?' 하고 문 안으로 들어가는 영상이 나오는데...
갑자기 스크린이 올라가면서 해리포터 스튜디오 입장하는 문이 나왔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렇게 말하면 별것 아닌 것 같은데 정말 너무 생각지도 못했는데 실물 크기의 문이 나와버리는 바람에 정말 놀라웠고 솔직히 외관상 그냥 공장 같아서 바닥으로 떨어졌던 기대감이 미친 듯이 솟아나기 시작했다.
나와 내 친구들(어느새 친구가 됨)도 너무 깜짝 놀라서 오 마이 갓 어메이징 헐 대박 각자 편한 언어로 한 마디씩 내뱉고, 내 옆에 앉은 영국인 부부는 '홀리 쓋!!!! 왔더!!!!' 하며 소리를 질렀다. 안 지를 수가 없어.
스크린이 올라가면서 이 문이 갑자기 나온다니까요...
7편에서 맥고나걸 교수의 주문에 따라 이 석상들이 쿵, 쿵, 내려오며 어둠을 먹는 자를 막는 장면... 진짜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장면 중의 하나라서. ㅠㅠ
그리고 여기서부터 사람들이 정신을 놓기 시작한다...
연회장과 각 기숙사의 교복들, 그릇들, 교수들 코스튬, 호그와트 유령들 코스튬 등등(전부 실제로 입었던 것이라고 한다)
개인적으로 래번클로가 젤 좋음.
이 방까지만 해도 사람들이 다 같이 움직이는데 이다음부터는 각자 보고 싶은 만큼 보고 싶은 대로 보면 된다. 이제부터 진짜 디테일의 세계가 펼쳐진다.
내가 해리포터에서 제일 좋아하는 캐릭터는 아묻따 론. 우직한, 그러나 알게 모르게 번뇌하는 참모의 모습이 정말 좋다. 그런 참모가 되고 싶기도 하다.
플뢰르 옷 예쁨.
하나도 허투루 안 버리고, 전부 다 해리포터 영화에 진짜 나왔던 소품들.
심지어 뒤에 걸린 액자들도 전부 영화에 나왔다(고 한다)
애들 기숙사.
스네이프 교수님네 강의실. 사진이라 안보이는데 저 막대기가 빙글빙글 돌아간다. 움직이는 소품들이 정말 많은데 그 움직임이 소름 끼칠 정도로 리얼하고 신기해서 돌아다니는 내내 '롯데월드랑 에버랜드는 문 닫아야 돼'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히포그리프(해리포터 책에 나오는 큰 새)는 어찌나 우아하게 움직이던지 앞에 서서 구경하는 내내 기가 찼다.
뒤에 병들도 너무 깨알.
호그와트에 걸려있던 모든 초상화들.
이게 뭐예요? 영화에 나온 모든 동물 배우들. ㅎㅎㅎ
해리포터 영화, 책 좋아했던 사람들이라면 정말 눈 안 돌아갈 수 없습니다.
무디가 갇혀있던 서랍장. 이런 것까지 완벽하게 구현...
디멘터...
주요 장면을 재현해놓은 곳도 있다.
나는 뱀띠다 스스스 슈슈슈 슈슈 스슛슛.
진짜 너무너무 마이너 한 캐릭터까지 단 하나도 빼놓지 않았다.
그리고 방문하기 이틀 전날 오픈했다던 금지된 숲. 버튼을 누르면 거미들이 음산하게 나타나는데 조그만 아기들은 일단 연기 나오는 순간 자지러지듯 울며 나가자고 부모님께 성화... 왠지 부모님이 더 궁금해서 있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금지된 숲을 지나면 글쎄...
!!!!!!!!!!!!!!
뒤에 줄 선 사람들이 보인다. 물론 이 기차에 탑승할 수 있고 해리포터 영화에 나오는 모든 기차 안 세트를 만나볼 수 있다. 가장 감동적이었던 건 해리포터 시리즈 1편에 나오는 칸, 2편에 나오는 칸, 3편에 나오는 칸, 4편에 나오는 칸... 을 모두 다 만나볼 수 있다. 심지어 론이 먹다 흘린 강낭콩 젤리와 창문에 찍힌 손자국까지 그대로 재현해놓았다.
도저히 이런 거 한 번 안 할 수가 없는...(여러분 이런 사진 많이 찍으려면 친구 꼭 사귀세요) 여기 있는 모든 세트들과 사진 찍는 건 누구랑 가든 솔직히 거의 불가능하고, 제대로 준비된 데서만 사진 찍어도 엄청나게 피곤하다. 많이 걸어야 하는데 건 당연. 갔다 오면 정말 피곤해지기 때문에 다음 스케줄은 잡지 않는 게 좋다. 이 날 셋 다 저녁을 못 먹은 상태여서, 우리 빅토리아 스테이션에 다시 돌아가면 저녁 먹고 맥주 한잔 하자 했는데 너무 피곤해서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헤어진 걸 보면....
중간중간 이런 세션이 있다. 세트장을 마련해놓고 즉석에서 특수효과와 합성, (후룸라이드처럼) 뒤편으로 지나가면 내가 합성된 모습이 나와있다. 세트장 옆에는 나를 둘러싼 특수효과의 모습이 모니터를 통해 보이는데, 그 모니터를 찍는 건 또 살벌하게 금지라고 적혀있다.
영화에 나온 각종 엽서와 책, 지도들... 난 다른 소품들도 좋지만 이런 게 참 좋았다.
이렇게 걷다 보면 중간에 버터 맥주를 파는 카페테리아가 나오는데 두 명이 갔으면 웬만하면 하나 시켜먹기를 추천한다. 세 명이 가도 하나 시켜먹고 네 명이 가도 하나 시켜먹는 게 좋다. 왜냐면 맛이 없어서 어차피 한 입 맛만 보고 버려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인증숏만 하나 찍으면 된다. 그런데 우리는 그걸 진작 모르고 세 잔을 시켰고 다들 한 입만 먹고 버렸다. 에이 뭘 그렇게 까지 라고 의심하겠지만 에이 뭘 그 정도의 맛이니 정말 머릿수대로 절대 시키지 않기를 권한다.
돈 날려도 기분 좋게 만드는 마법 같은 공간(?)
중간중간 당연히... 기념품 가게가 있는데. 돈은 이렇게 벌어야 되는구나 싶었다. 마법사 지팡이라는 이름의 플라스틱 막대기가 30파운드,,, 는 약 4만 5천 원,,, 그래도 정말 많은 사람들이 사가더라,,, 그리고 나도 사고 싶더라,,,,
분장 소품에 도구까지 없는 게 없다.
(아이들이) 절대 놓칠 수 없는 다양한 체험 존...
기괴한 소품들도 지나고 나면.
진짜 무슨 꿈동산처럼... 다이애건 앨리가 나타난다.
굉장히 행복해 보이는 나.
굉장히 행복해 보이는 나... 2
각종 가게들도 그대로.
영화에 나오는 모든 세트장, 소품, 캐릭터들의 기록이 그대로 담겨있다. 이 세션에선 이상하게 가슴이 찡했음.
그리고 실제 세트를 작업하기 전, 그리고 CG 효과를 도입하기 전에 축소시켜둔 모형.
그리고 이 모형들을 지나고 나면.
웅장한 음악과 함께 큰 호그와트 모형을 만나게 되는데,
진짜 커... 사람이랑 비교해보시라고 사람도 같이 찍었다.
머글들이 이렇게 열심히 만들어놓은걸 다 부수어놓은 마법사(??)
이 모형을 지나면 본격적으로 기념품 샵으로 가게 되는데.
참 이런 하나하나의 구역들이 얼마나 디테일한지, 지팡이 박스에 적혀있는 모든 이름들이 다 다르다. 그 디테일과 그 정성과 그 성의에 눈물이 찔끔 났다. 세트장 지나갈 때도 신나는 마음뿐이었는데 이상하게 이 방에서는 눈물이 났다.
지친 허리와 어깨, 다리를 이끌고 기념품 샵 투어를 돌고 나면(기념품 샵에서는 사진 찍기 약간 눈치 보임) 다시 런던 시내로 돌아가는 버스를 탈 수 있다. 스튜디오 올 때 받았던 버스 티켓을 분실하면 런던 시내로 돌아갈 수 없으니 꼭꼭 티켓을 잘 챙기셔야 한다.
런던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는 진짜 그 누구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곯아떨어졌다. ㅋㅋㅋ
만우절 날 방문한, 거짓말 같은 그래서 마법 같은 장소였다. 해리포터 팬이라면, 해리포터와 같은 세대라면, 그리고 문화 콘텐츠 산업에 종사하고 있거나 종사하고 싶은 분들이라면 꼭 방문해보길 권한다. 특히 후자의 분들은 '콘텐츠로 돈 번다는 게 이런 거구나'라는 것을 여실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엄청난 칭찬이다. 대단한 해리포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