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나는 깊은 생각에 빠져드는 일이 드물다. 어쩌면 일이 드문 것이 아니라 가급적 모든 일을 단순하게 생각하며 살아가고 싶은 마음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사실 나는 작은 일조차도 여러 변수를 고려하고, 머릿속에서 시뮬레이션을 돌리는 고리타분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 굳이 그러지 않아도 되는 일들을 그렇게까지 복잡하게 만드는 습관이 있는 것이다. 그래서 판단과 결정을 내릴 때 시간이 오래 걸리고, 그 과정에서 답답해하는 사람들도 있다.
친구들이 가끔 내게 농담처럼 말한다.
"넌 그 단순한 일을 왜 그렇게 복잡하게 생각해? 그것도 병이야."
사실 친구들 말이 틀린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나는 이렇게 대답한다.
"섣부른 판단을 내리면 나중에 후회하게 되지 않을까?"
변명처럼 들릴 수도 있는 대답이다. 그러나 지금껏 살아오면서, 조금만 더 신중했더라면 후회할 일이 줄었을 텐데 하는 경험이 많았다. 그래서 생각이 많은 나를, 사람들은 고구마 같다고 여겼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건 내가 쌓아온 경험에서 나온 습관이다. 적어도 내게는 일종의 안전장치 같은 것이었다.
* 일러스트 출처 : chatGPT
회사에서 리더의 역할을 맡았을 때, 나는 더욱더 이 습관을 바꿔야 했다. 빠른 판단과 의사결정이 필수적인 자리에서, 나의 고구마 같은 성향은 동료들을 기다리게 만들었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그리고 동료들이 자신들의 일을 원활하게 할 수 있도록, 나는 빠른 판단을 해야만 했다. 그 과정에서 나 자신을 바꾸기 위해 정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몸에 밴 습관이 그렇게 쉽게 바뀌지는 않았다.
어느덧 중년에 접어들면서, 깊은 생각은 단순히 시간을 소모하는 것 이상의 부담으로 다가온다. 지나치게 고민하면 스트레스가 쌓이고, 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머리가 지끈거리고, 심장은 두근거리기 시작하며, 혈압은 높아진다. 눈에 피로감이 몰려오고, 마치 머릿속이 터질 것 같은 아찔한 순간을 겪는다. 생각이 너무 많으면 병이 된다는 말이 실감 난다.
이제는 세상을 너무 깊게 바라보지 않으려 한다. 단순하게 생각하고, 불필요한 고민은 머릿속에서 비우는 연습을 하고 있다. 조금 더 가벼운 마음으로, 복잡한 고민 없이 살아가고자 한다. 물론, 생각을 완전히 멈출 수는 없지만, 적어도 그 생각이 나를 지치게 하지 않도록 스스로를 다스리려 한다. 너무 깊은 생각과 고민을 하지 않는, 단순하게 생각하며 살아가는 것도 일상의 행복을 추구하는 삶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