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엉짱 Dec 05. 2024

세상에 쉬운 일이 하나도 없을지라도

[소소해도 행복한 걸 어떡해?]

밥그릇에 담긴 작은 쌀알들을 무심코 바라본다. 깃털보다도 가벼운 쌀 알갱이라는 생각을 하다 문득 그 가벼움 뒤에 숨겨진 무겁고도 깊은 이야기가 떠오른다. 따스한 봄 햇살 아래 농부들이 씨앗을 뿌리고, 찌는 듯한 여름의 뙤약볕 속에서 물을 주며 잡초를 뽑고, 선선한 바람이 부는 가을 녘에는 황금빛 들판에서 잘 익은 벼를 추수하기까지 농부의 손길이 닿지 않는 순간은 단 하나도 없다.      


'이 세상에 쉬운 일이 있을까?'


이 작은 쌀 한 톨이 내 밥상에 오르기까지 농부가 흘린 땀방울을 생각하면, 이 같은 질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도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인다. 어쩌면 이 세상에 쉬운 일은 단 하나도 없는 것일지도 모른다. 직장인에게는 출근길이, 학생에게는 시험 준비가, 또 어떤 이에게는 그저 하루를 견디는 것이 가장 어려운 일일 수 있다. 그렇지만, 그들의 고난과 노력이 헛된 것은 아니다. 마치 씨앗이 싹을 틔우기 전, 땅속에서 긴 어둠의 시간을 수없이 보낸 후에야 비로소 황금빛 들판을 만들어내는 것처럼 말이다.


내 삶에도 그런 시간들이 있었다. 회사에 다닐 때 신규 사업을 담당하기 시작하면서 나는 매일같이 일에 치이고 사람에 치이는 등 전쟁 같은 나날들을 보냈다. 잘하려고 노력했지만 사업 초창기의 결과는 회사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왜 이렇게 힘들기만 할까? 도대체 왜 나는 쉬운 길을 걷지 못하는 걸까?’     


불평과 불만이 쌓여만 갔다. 그러나 어느 날 문득 하나의 깨달음이 다가왔다.      


‘내가 이렇게 힘들어하는 이유는 내가 쉬운 길만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이구나.’     


사실 애초부터 쉬운 길은 없었다. 대신, 나와 내 동료들이 함께 묵묵히 걸어온 길 위에는 우리가 심고 가꾼 작은 씨앗들이 있었다. 그 씨앗들이 언젠가 싹을 틔우고 열매를 맺을 거라는 희망이 우리를 쓰러지지 않게 붙들고 있었다.


힘든 순간 속에서 우리는 종종 좌절과 절망 속에 빠져든다.


‘내가 잘못된 길을 가고 있는 건 아닐까?’     


‘이 모든 노력이 헛수고라면 어쩌지?’     


하지만, 땅속의 씨앗도 흙을 뚫고 나오기 전에는 빛을 보지 못한다. 우리가 사는 삶도 마찬가지다. 비록, 우리가 어둠 속에 있을지언정 그 순간에도 우리는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다. 그리고 긴 어둠 끝에 빛을 보는 순간이 다가오면 우리는 더 단단하고 강하게 성장해 있을 것이다.


작은 쌀 한 톨을 바라보며 어떤 일이든 그 뒤에는 노력이 있고, 그 끝에는 결실과 새로운 희망이 있다고 생각해 본다. 그 결실과 희망 속에는 분명 행복도 숨어 있을 것이다. 행복은 거창하지 않다. 잘 익은 밥 한 그릇, 따뜻한 차 한 잔, 함께 웃을 수 있는 사람들과의 시간 속에서도 불현듯 행복은 찾아온다. 그렇게 작은 순간들이 모여 우리의 일상을 의미 있고 행복하게 만든다.


* 일러스트 출처 : chatGPT


오늘이 힘들었더라도 내일은 다를 것이다. 우리는 오늘보다 더 강해질 것이고, 더 지혜로워질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힘든 오늘이라 할지라도 회피하지 않는다. 오늘이 고되고 험난할지라도, 언젠가 그 끝에는 황금빛 들판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거라는 기대와 희망을 품는다.


쌀 한 톨의 가벼움 속에 담긴 무게를 생각하며, 오늘 찾아온 좌절에 힘들어하지 말자. 세상에 쉬운 일이 하나도 없을지라도, 그 속에는 분명 우리를 기다리는 행복이 있을 것이다. 그렇게 우리의 삶은 행복의 순간들로 채워질 것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