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직도 네가 얄미운가 보다 2

얄미움 2

by 이작가야



떡볶이를 좋아한다 했었다. 일부러 기억하려 한 것은 아니지만 주변인들이 좋아한다 하는 건 한번 들어도 곧잘 기억하는 편이었다. 이십 대가 지나 어느 순간부터인가 나는 다른 여자들과는 다르게 떡볶이를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유난히 빨갛고 달콤한 떡볶이는 여전히 땡기곤 해 떡볶이 맛집이란 곳은 곧잘 저장해 두었다. 그리고 그날은 그냥. 떡볶이가 사고 싶었다.




1.


왜 그 남자가 그 상황을 모르길 바랐냐고 묻는다면 모르겠다. 어떤 상황이든 간에 그냥 내 선에서 끝난 해프닝이길 바랐고 그 남자는 모르고 마무리되길 바랐다. 근데 연락처를 알려주지도 않은 사람에게 카톡이 왔고 순간 하. 짧은 탄식이 나왔다.



'그럴 사람이 아닌데...' '내 마음이 그토록 하찮았던 거였나?'



이중적인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나에게 아무런 확인도 없이 번호를 알려준 건가 싶어 순간 멍해졌다.


아니. 그래도 이유가 있겠지.

번호를 물어온 사람에게 내 연락처는 어떻게 알게 된 거냐 물으니 내가 그 남자에게 번호를 물어보라 했다는 말도 안 되는 대답이 돌아왔다. '와씨... 이건 진짜 아닌데.'

술에 취한 것인지 말도 안 되는 이야길 말을 해왔고 나는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는 것과 함께 거절의 뜻을 다시 한번 전달하곤 곧바로 차단을 해버렸다.


어떤 상황인지 하나도 모르고 일만 하고 있던 그 사람은 얼마나 어이없었을까? 본인이 직접 주면 될 것을 대뜸 자기를 통해 번호를 받으라고 했다면? (그것도 자신을 좋아한다 직접적으로 표현까지 했던 여자가??) 짜증 나는 상황 속에서 별의별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러나 한편으론 '정작 그 남자는 별 생각이 없었을 거야..'

싶어 그냥 조용히 지나가 버릴까 싶기도 했다. 하지만 하루종일 일이 꼬여버린 모든 상황을 알고 있던 동네 친구는 정황이 어떻게 된 건지 그 남자에게 확인하는 게 맞다고 말해주었다.


나중에 이야길 듣고 보니 번호를 물어본 남자는 술에 취해 나와 서로 이야기가 되었다며 대뜸 그 남자에게 나의 번호를 알려달라 했단다. 다 이야기가 되었다고 해서 그래서 번호를 알려 주게 된 거라고 미안하다. 그 남자가 사과를 했다.


그럴 수도 있지. 모든 그럴 수 있는 상황이니까.


그러나 나는 그 남자와 연관된 지인과의 관계는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그러기엔 내가 많이 좋아했으니까.



1.


시간이 지나 나를 이성적으로 바라보게 되며 나의 감정에 대한(정확히는 얄미움) 오류를 발견하였다.

그 남자가 얄미웠던 건 (지난 글에서 이미 얄미움을 애정이라 정의하긴 했지만)

그 남잘 좋아하며 갖게 된 나의 기대가 현실에서 못 미칠 때 느낀 감정이었다는 것.

함께 밥을 먹고

연락이 오고

이야기 나누고

이 모든 건 그 남자에게 내가 가졌던 '기대감, 바람'인 것이지 그걸 그 사람 탓으로 돌릴 순 없는 일이었다.

(다른 이성들을 만나 데이트하는 것. 그건 참을 수 없는 얄미움이긴 했으나)

내가 원하고 기대해 놓고 그것대로 되지 않았다고 미워했으니

나는 내가 한 것이 사랑이다. 말할 자격이 없는 것 같다.




1.



자기 지인들에겐 잘하는 사람이라는 걸 알고는 있었지만 여전히 그런 것 같다. 생각지도 못한 부분에서 어른스럽게 타인을 돌보는 사람. 내가 멋있어하고 본받고 싶어 하던 자상 함이라는 게 새삼스레 떠올랐다.

그 사람은 여전히 그런 사람이었고, 그 사람으로 인해 마음이 요동쳤던 것은 나뿐이었다.




1.


이제는 편해졌다 생각되었기에 (선을 넘은 마당에 솔직히 어떻게 예전처럼 편해질 수 있겠냐마는) 쓰기 어려운 글이었다. 무엇보다 제목은 그렇게 지어놓고도 아직도 그 남자가 얄미운 이유에 대해 나 역시 모르겠어서

쓸 수가 없었다.


어느 날 갑자기 겹지인 중 한 명이 나에게 '00 씨는 생각이 많다'라는 말을 해왔는데 날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 그렇게 말을 해서 의아했다. 그리고 며칠 전 부계정에 지난 글들을 삭제하다 처음 그 남자에게 내 마음을 티를 냈을 때 나에게 '너무 많은 생각을 하지 말라'라는 답을 해온 걸 떠올리게 되었다.


그래 이제는 생각이란 걸 덜 하고 살아볼까.

그 남자에 대해 다정함, 얄미움, 배우고 싶은 점, 나와는 다른 점, 취향 등 모두 온통 그 사람을 생각하다 쓰인 글들이었는데 생각을 하지 않으면 글도 멈춰지는 거겠지.



1.


올해들어 '이상형이 뭐냐'는 질문을 가장 많이 받았다.

'이상형이라는 게 딱히 없다.' 말해도 그럼 어떤 남자를 좋아하는지를 다시 묻는다.


'내 눈에 멋있는 남자,

자상한 남자,

나한테 섹시한 남자.'


어느 순간부터 기준이 되어버린걸까. ('나에겐 골든리트리버 같은 사람' 이라는 생각이 요즘들어 추가되긴 했지만)




2.


오랜만에 짧은 머리를 보며 예전 일들이 떠올랐다. 너무 좋지만 그만큼 심적으로 많이 힘들었던 시간.

내 눈에 예쁘니 다른 사람들에게도 예뻐 보이겠지 하며. 속앓이도 했던 시간들.

그럼에도 참 예뻤다.


어제 D양은 '설레는 일 생겼으면 좋겠다'라고 해서 혼자 설레기만 했던 거라며 이제는 구체적으로 기도를 하란다.


'셀레이고 재미있는 연애하게 해 달라고'


그러나 여전히

사랑이 충만하길 바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