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 학생들과 수업하며 가끔 아이들의 선 넘는 말과 장난을 경험할 때가 있는데 그럼에도 처음엔 직접적으로 화내지 않으려 '노력'한다. (잘 되지 않는다. 그래서 철저한 노력이다) 잠깐 참고 좋게 대화로 풀어가는 방법이 사춘기 아이들에겐 가장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주변 사람들에게도 마찬가지이다. 쉽지는 않지만 최대한 이성의 끈을 잡으려 노력한다. 그렇게 까지 화를 참으려고 하는 건 좋은 사람으로 남고 싶기 때문도 아니고, 마음 수양 중은 더더욱 아니다. 나는 화가 나면 매우 못되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지인이든 처음 보는 사람이든, 학생이든 어른이든 내가 화를 참지 못하는 유일한 상황이 하나 있는데 바로 상대가 무례할 때이다. 그때는 참지 못하고 정확하게 상대에게 화를 낸다. 한숨 자고 나면 금방금방 잊어버리는 성격에도 무례한 사람만은 오래도록 기억해 둔다. 혹은 그 사람과 관련된 모든 일과 사람들을 외면하기 시작한다.
얼마 전에 겪은 무례함을 떠올린다. 첫 만남에 쉽지 않은 무례함이었다. 심지어 그 사람이 나에 대해 말하는 걸 전해 들었을 뿐 인사를 나눈 적도 없다. 진짜 취한 건지 그런 척하는 건지도 모르겠으나 그날 나에게만 그랬던 것은 아니기에 뭐라 할 가치도 없었다. 추후 들은 이야기를 종합해 보니 (왜 타깃이 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처음부터 칭찬과 함께 교묘하게 예의 없음을 알아챈다.
"듣고 화 안 났어?"라는 말을 들었지만 솔직히 말해 그 순간은 화가 나진 않았다. 그러나 말투와 표정, 언어에 담긴 무례함을 모두 기억한다. 처음 본 사람이기 때문에? 아닐 것이다. 짧은 시간 안에 보였던 싸구려 행동과 말로 인해 그냥 같잖게 여겼던 것 같다.
가끔씩 지인에게 온다는 디엠을 보니 '기본적으로 잘 배워먹지 못한 무례함을 가지고 있구나?' 싶다. 작은 거 하나에 기본적으로 사람들과 대화가 잘 되지 않는 사람임을 짐작한다. 어떻게 자라왔길래 언어에서 교묘하게 그런 티가 배어 나올까? 그러나 나의 지인이 결코 호락호락한 성격이 아니라는 것에 실소를 금치 못한다.
사람들은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에 대해 알고 싶어 한다. 그만큼 우리는 살면서 무례한 일을 많이 경험한다는 뜻일 것이다. 그러나 무례한 사람들에겐 웃어줄 필요가 없다. 개소리엔 개소리, 무례함엔 정색과 면박이 정답이니까. 그렇지만 무례함에 화를 못 참던 내가 그마저도 가치 없는 사람에겐 화조차 나지 않는다는 걸 이번 경험으로 인해 알게 된다. 그동안 내 주변에 그런 사람이 없었음을 그나마 다행으로 여기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