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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aka Aug 30. 2024

그의 글투에서 그가 보인다 (1)

- 글에도 말투가 있다 -


# 사람마다 다른 말투

*말투 : 말을 하는 버릇이나 본새

사람마다 고유의 말투가 있다.

사투리와 서울말의 차이를 말하는 게 아니다.

단순히 말의 억양 차이가 아니라 

그 사람의 생각에서 나온 말투를 말하는 거다.


어떤 말투를 가진 부모 밑에서 자랐는지,

어떤 환경에서 어떤 사건을 겪었는지,

어떤 사람의 영향을 받고 살아왔는지에 따라 

인격이 형성되듯 말투도 형성되는 것 같다.


나의 말투는 어디서 비롯됐을까?

그 기원을 20대 초반에 알게 됐다.

당시 나는 뭐든 물어보면 척척 답해 주는 

아빠의 박학다식함을 존경했는데,

설명하는 아빠의 말투는 촌스럽다고 생각했다.

전라도 사투리에 좀 감정이 들어간다 싶으면 

말끝이 길게 늘어지거나 억양이 공중에 뜬다.

그런데 어느 날, 친구가 내게 말했다. 


야, 너 그거 알아?
나, 네 아빠 말하는 거 듣고 깜짝 놀랐잖아.
너, 네 아빠 말투랑 완전 똑같다.


좀 충격이었다.

주변 사람들은 다 알고 나만 몰랐던 거다.

아빠의 촌스러운 말투가 내게 이식되었다니.



# 말투가 다르듯 글투가 다른 이유

글도 마찬가지다. 작가마다 특유의 글투가 있다. 

콜라를 브랜드별로 섞어 놓고 펩시인지, 코카인지,

팔일오인지, 맞춰 보라는 것처럼

우리 회사 작가의 글들을 섞어 놓고 

누구의 것인지 맞춰 보라고 하면 

족집게처럼 맞출 수 있다.


그가 쓴 글을 읽다 보면 

점점 그의 말투가 떠오르고 

그의 얼굴이 서서히 떠오른다.


만일 작가들이 날 속이려고 

기존의 자기 글투가 아니라 

다른 이의 글투를 입힌다고 해도

나는 맞출 수 있다.


아무리 문체를 바꿔도 

감출 수 없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바로 그의 본성이다.


그가 어떤 이슈에 대해 가지고 있는

생각의 관점이나 생각의 본질은

바꿀 수 없다.


내가 어느 작가의 글인지 

맞출 수 있는 근거는

문체 너머에 있는 

그의 가치관을 읽어 내기 때문이다.


재밌는 건,

그의 글투에서 그의 인간성도 

어느 정도 엿볼 수 있다는 거다.


우리 회사에서 글 좀 쓴다는 

몇몇 작가들의 글을 분석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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