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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관계 ① | 시절 인연이 있다

by 휘자

사람들 사이에 둘러쌓여 살아가는 이상 인간 관계란 평생 안고 가야 할 명제일 것이다. 어떤 책에서는 남에게 호감을 사는 것은 '재능'이자 '능력'의 영역이라고 칭했다. 20대의 끝자락에서 보건대, 이건 정말이지 재능이 맞다. 호감이라는 건 그 사람을 둘러싼 온도, 분위기, 여유, 자신감, 눈치 이 모든 게 결합되어 균형을 이루었을 때 얻을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근데 여기서 말하는 호감은 넓은 범위에서의 인간관계에 적용되는 것 같고, 진짜 '친구 관계'를 유지시키는 건 또 다른 영역인 것 같다. 나는 "첫 만남~친구 맺기"까지는 어렵지 않은데 "친구~깊은 관계"까지 만드는 건 늘 어렵고 숙제같이 느껴진다. 당장에 호감은 잘 사지 못해도, 깊이있게 관계를 만들고 유지하는 사람들이 부럽고, 그런 사람을 남몰래 관찰하곤 한다.


난 기본적으로 사람들을 좋아한다. 더 많이 알고 싶고, 더 친밀해지고 싶은 욕구가 큰 사람이다. 내가 기억하는 한 가장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인간관계는 내 주요한 관심사이고, 나를 가장 기쁘게 하고 또 좌절시키는 항목이었던 것 같다. 이제 20대를 보내면서 인간관계에 대한 작은 깨달음들을 생각해봤는데 요약해보자면 세 가지 정도인 것 같다.


1. 시절 인연이 있음을 인정하자 관계 유지에 대한 부담이 낮아졌다.

2. 진정한 자립이란 '혼자' 다 하는 게 아니라 여러 사람에게 의지를 잘하는 것이다.

3. 사람들은 타인에게 별로 관심이 없다. 그렇기에 아주 작은 관심도 나비효과를 만든다.


각 항목에 대해서 조금 더 자세히 풀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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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시절 인연이 있음을 인정하고 나면 관계 유지에 대한 부담이 낮아진다

나는 모든 것에 '총량의 법칙'을 들이미는 편이다. 이건 여러 방면에 두루 적용되는데, 특히 직장인이 되고 나서는 매일을 살아가는 에너지의 총량이 어느 정도인지 더 확실히 체감하게 되었다.


하루 대다수의 시간을 일하는 데 쏟고 나면, 퇴근 후에는 기력이 없다. 친구, 지인.. 이 관계에 관심을 기울이고 소중히 보듬어 가는 데 이전만큼 많은 시간을 쓸 수 없게 됨을 의미한다.


처음 직장인이 되고 3년 차까지 멀어지는 관계들을 보면 그렇게 속상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만나고 싶어도 약속 잡기부터 난이도가 10이상 올라가고, 단순 카톡 연락을 이어가는 것 조차 피곤했기에 '갈 사람은 가는 구나..', '우리가 멀어지네' 같은 아쉬움만 느낄 뿐이었다.


직장인에게 주말 이틀은 너무나 귀한 것이라서 주말 약속을 잡는 것부터 우리 관계의 우선순위가 어느 정도인지 보여주는 척도가 되는 것 같다. 사회에 매일 발붙이고 있지만 점차 멀어지는 친구들을 보며 결국 내 곁에 누가 남게 될까? 혼자 골방에서 늙어죽진 않겠지? 하는 두려움이 엄습해올 때 쯤, 내 마음을 다독여주는 단어를 만나게 되었다.


시절 인연 - 모든 인연에는 때가 있다


나라는 버스에 올라탄 여러 관계의 사람들은, 몇 정거장 안 가 내리기도 하고, 새롭게 타기도 한다. 나도 늘 그 시절에 따라, 때에 따라 움직이는데 각 시기마다 나와 더 친밀하게 함께하는 사람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잠시 멀어지기도, 가까워지기도 - 인간관계는 늘 늘 조금씩 변해왔고 내 가치관이나 내 환경에 따라 좋았던 사람이 한심해보이기도 하고, 전혀 관심없던 사람이 멋져 보이기도 하더라.


그래서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에게 더 집중해야겠다는 생각이다. 지금 내 주변의 사람들을 보면 그들에게 투영된 내가 어렴풋이 보인다. 어떤 사람과 함께 더 가까이 지내고 있는지, 나는 쉬고 싶은지, 자라고 싶은지, 새로운 취미와 관심사가 생겼는지 등등 -



쓰다보니 길어져서 2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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