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지고 근사하게 나이 든다는 거 쉽지 않은 거였다
나는 멋진 어른들을 마음 깊이 좋아하고 동경하며, 교양있는 할머니로 늙는 것은 내 오랜 꿈 중에 하나이다. 어릴 때는 몰랐는데 사회에 나오고 보니 뼈저리게 느끼는 것이 있다. 멋지고 근사하게 나이 든다는 거, 그건 정말 쉽지 않은 것이라는 거다.
주변의 멋진 어른들을 보면 "자기 일을 잘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혼동하면 안되는 게 "일이 있다"가 아니라 "일을 잘 한다"이다. 여기서 오는 자신감, 꿀릴 것 없는 담백한 태도, 사회 속에서 번듯하게 자신의 자리를 만들어낸 사람이 가지는 자기 확신이 뭉쳐 종합적으로 그 사람의 분위기와 아우라를 만드는 것이다.
반대로 일이 번듯하지 않으면 주변에서 누가 뭐라고 하지 않아도 위축되어 있다. 자신이 속한 환경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환경에 오래 있다보면 '무시 당하는 것'에 대한 피해의식 때문에 여유가 없다.
나는 그런 면에서 당당한 어른이고 싶었다. 내 한 역할을 잘 해내고, 근거 있는 실력과 자신감으로 알맹이를 가진 사람이 되길 바랐다. 단순히 돈을 벌고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일은 더 잘하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간절하게 배우려 들지 않을 거라서, 적어도 나는 꼭 내가 좋아하고 가치있다고 생각하는 일을 선택하겠다고 마음 먹었다.
한편으로는, 일을 위한 일은 시간 낭비라고 생각해왔다. 예컨대 직장인은 최소 하루 8시간 씩 일을 하는데 이 긴 시간을 일을 위한 일만 하는 건 너무 많은 시간을 들여야 하기에 경제적이지 않다고 생각한다. 돈을 버는 행위 위에 다른 가치를 얹어야 한다. 때로는 내 호기심도 채우고, 기술도 배우고, 사회에 어떤 메시지도 남기고.. 어떤 가치나 의미를 일과 버무리고 레버리지하면 그거야말로 남는 장사이고 일석이조 삼조 아닌가?
이 지점에서 나는 자기 일을 놓고 푸념 늘어놓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솔직히 멋도 없고 들어주고 싶지도 않다.) 가끔 자기 일을 스스로 비하하지 못해 안달이 난 사람들을 보게 되는데, 일 자체도 싫고, 같이 일하는 동료도 시원찮고, 상사는 열받게만 하고, 퇴근 시간은 언제 오냐- 또 출근한다- 이런 불만 지겹지도 않은가. 불만이 많으면 그 환경을 떠나면 된다. 누구도 그 일을 하라고 등 떠밀지 않았다.
내 일, 그리고 그 일을 하는 나를 초라하게 만드는 것도 가장 멋진 지위에 올려두는 것도 결국 나라는 것을 잊으면 안 된다. 일을 대하는 내 태도와 생각에 따라 같은 일이 시간 낭비가 될 수도, 배움의 시간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니 이 글을 쓰면서 나도 다시금 마음을 다잡아본다.
다음 편을 통해 내가 일을 시작하게 된 과정, 그리고 4년차가 된 지금 일에 대한 간략한 회고를 적어보려 한다. 직업을 구하게 된 과정에서 했던 고민, 도전, 선택과 결단을 되짚어보며, 내가 그리던 멋진 어른이 되고 있는지 돌아보려 한다. 무엇보다 정해진 결말이 없었음에도 인생을 걸었던 그 용기가 30이 된 지금, 나는 다시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