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어항 속 세상

by 벼루

나의 첫 직장은 어항과 같았다.

넓고 자유로운 바다인 줄 알았지만 들어와 보니 녹조 가득한 작디작은 어항이었던 곳.


취업을 고민하며 방황하던 날이 이어지던 어느 날, 지인의 추천으로 한 외국계 회사에 들어가게 되었다. 전공과는 전혀 무관한 분야였지만 흔한 인턴 경험조차 없던 20대 후반인 나에겐 정규직으로 취업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당시엔 행운으로 느껴졌다.


하지만 생소한 분야에서 첫 사회생활을 시작한 나는 모든 방면에서 서툴렀고 언제나 긴장한 상태였다. 어항 속 생태계는 호락호락하지 않았고, 그곳엔 답답한 어항 생활에 여유를 잃은 오래된 물고기들이 가득했다.


작은 실수에도 크게 혼이 나는 일이 다반사였고, 간혹 업무와 무관한 비인격적인 발언을 듣기도 했다. 하지만 모든 것이 처음이었던 나는 그냥 그것이 당연한 줄 알았다. 다들 그러고 산다니까. 그리고 언제나 자책했다. '저 사람은 얼마나 답답하면 저런 말을 할까, 내가 실수하지 않았더라면 되었을 일이지, 나도 내가 답답한데 다른 사람들은 오죽하겠나, 부족한 내 잘못이지, 그냥 내가 더 열심히 해야지.'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단기간에 업무 능력은 향상되지 않았다. 사람들은 점점 서툰 나를 이해하는 것에 지쳐갔으며, 나 역시 사람들의 날카로움에 베이는 것에 지쳐갔다. 그러나 당장 이직할 여유가 없던 나는 그저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었다.


아가미도 없이 작은 어항 속에 갇혀 허우적거리는 기분.


일주일에 5일을 물속에서 숨을 참는 기분으로 지냈고, 주말 이틀은 잠시 수면 밖으로 나와 호흡을 가다듬으면서도 다시 물속에 잠겨야 한다는 두려움으로 불안에 떨었다.

그렇게 나는 배를 뒤집고 죽기 직전인 금붕어 같은 상태가 되어서야 건져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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