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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시 Jan 24. 2019

게스트하우스 또는 게하

제주에서 나를 만나다 中

운전 말고도 두려웠던 건, 낯선 제주의 밤이었다. 혼자 여행(?)을 떠난 기억이라고는 대학 졸업을 앞두고 엄마아빠의 반대 속에서 배낭 하나와 라면박스 하나에 옷가지를 챙겨 서울로 올라온 독립 선언이 전부였다. 당연히 혼자 낯선 곳으로 여행 가서 잠을 자는 일은 해본 적이 없었다.


그 동안 나의 여행에서의 숙소는 호텔이나 펜션이었다. 이번 제주 숙소는 게스트하우스로 정했다. 안전하다고 느낄 만한 여성 전용도 흔하고, 여성 전용이 아니더라도 파티가 없는 조용한 게스트하우스라면 내가 머물기 적당하다고 생각했다. 저렴한 가격도 결정적이었다.


나는 시계방향으로 제주 한 바퀴를 돌아볼 생각이라 매번 새로운 게하를 찾아갔다. 제주에는 참 많은 게하가 있고, 최근에는 더욱 다양한 형태로 생겨났다. 그렇기에 치열한 검색으로 스타일이 각기 다르고 특색 있으면서 맘에 드는 게하를 고르는 데 꽤 많은 시간을 써야 했다. 게하에 속거나 배신당한 경험들도 온라인상에서 흔한 얘기였기에 더 공을 들였다.게하를 중심으로 한달살이, 일년살이가 유행이다. 게하에서 만난 스텝들도 대부분 우연히 여행 와서 자리잡거나 한달살이를 하려고 내려온 청년들이었다. 내가 갔던 한 게하에서 만난 28살 청년은 8년간의 직장생활을 정리하고 유럽여행을 가기 전에 제주에서 게하 스태프로 일하면서 한달살이 중이라고 했다. 게하 스태프는 20살 이상 30살 이하만 뽑는다고 한다. 일이 힘들지 않지만 숙박을 무료로 해주는 대신 별도의 급여가 없는 게 일반적이고, 이틀 일하고 이틀은 쉬기 때문에 쉬는 날이면 제주를 여행할 수 있다고 한다. 한 달에 15일 정도 일하고, 15일 정도는 자유롭다고 하니, 청년들이 해 볼만해 보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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