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나를 만나다 中
드라마 올인, 여명의 눈동자 등 그 옛날 추억의 드라마에 등장했던 곳이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제주 아쿠아플라넷이 있는 곳이라 나에게도 익숙하고 자주 와본 곳이다. 그러나 그저 스쳐가는 관광지였지 한 번도 그곳에 제대로 머물러보지 못했던 곳이기도 하다. 차는 예약한 게하 앞에 잘 세워두고, 바다에 언제든 들어갈 수 있는 복장으로 갈아입었다. 배낭에 스노클링 장비까지 챙겨 들고는 섭지코지 해변을 끼고 한 바퀴 돌아보기로 했다. 그러다가 마음에 드는 곳이 생기면 무작정 바다로 들어가 보기로 마음먹었다.
섭지코지 해변은 상상 이상으로 잔잔하고 얕아서 4살 우리 아들도 잘 놀 만한 수영장 같은 해변이었다. 한참을 걸어 나가도 자연이 만든 모래언덕이 있어서 어른 무릎을 넘지 않다가, 어느 순간 깎은 듯이 높은 절벽처럼 깊어져 발이 닿지 않았다. 하지만 2차선 도로를 중심으로 반대편 아쿠아플라넷 방향의 바다는 성산일출봉에서 밀려드는 파도 때문에 거칠고 컸으며 쉼이 없었다. 거친 바다에 청년들이 몸을 던지면서 소리를 질러댔고 나는 한참을 넋 놓고 지켜봤다. 내 시간을 한 움큼 훔쳐가 버린 것 같았다. 그게 너무 한순간이라 비현실적으로 느껴져 놀라지도 울어버리지도 못하고 그냥 얼어버린 듯, 넋 놓고 지켜봤다.
나는 섭지코지 해안도로를 따라 걷다가 검은 돌들이 늘어져 바다색이 유난히 검은 곳을 발견하고는 홀린 듯이 가방을 풀고 물속에 뛰어들어갔다. 스노클링을 하면 듣기 좋은 소리가 난다.
“꾸룩꾸룩 쉭쉭 꾸르륵 쉭”
바닷속은 뽀얀 모레와 검은 바위들이 뒤섞여 있었고, 느릿느릿한 고동들과 빠릿빠릿한 물고기들로 가득했다. 잠깐이면 음료수 병 가득 고동을 잡을 수 있었다. 금방 놓아줄 생각이었지만. 재미 삼아 음료수병을 가득 채워봤다. 그러나 움푹 파인 곳에 잠시 부어 놓고 바다에 다시 들어갔다 나오면 금세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었다. 고동들은 느려서 멀리 가지 못할 줄 알았는데, 다시 바다를 향해 뛰어들었다. 모양도 색깔도 크기도 다양하고 움직이는 속도도 제각각이고 딱딱한 껍질 속에 들어있는 알맹이들도 모두 달랐다.
모두 제각각 다른 모양이지만. 바다 없이 살지 못하는 건 어쩔 수 없는 건지, 아무리 바다 밖으로 끄집어내도 금세 바다로 향한다. 운명처럼……